며칠 전 사무실 손님에게서 들은 얘기이다. “어머님, 저 지금 가시겠습니다!” 둘째 며느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렇게 인사했다고 한다. 이 인사에 시어머니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 했다. 인사를 했던 며느리는 모두 왜 그러나 어리둥절해 했고 말이다.
이 손님에게는 결혼한 아들이 둘 있는데 며느리들이 참 기특하다고 했다. 큰 며느리는 한 살 반 때 미국에 왔고 둘째 며느리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둘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철자법도 좀 틀리고 경어 사용에도 실수가 있긴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도 주고 받는데 며느리들이 한글로 보내오는 것을 이해하는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전화”를 “전아” 그리고 “즐겁게”를 “질겁게”로 쓰는 정도의 귀여운 실수가 있지만 의미 파악에는 정말 지장이 없어 보였다.
지난 주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유일하게 Two-Way Korean Immersion 프로그램이 있는 콜린 파웰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2012년에 킨더가든부터 시작해 매년 한 학년씩 늘려온 이 프로그램은 이제 5학년까지 있다. 내년이면 6학년까지 확장된다. 이 학교 방문은 프로그램 초창기 때 몇 번 방문한 후 오래간만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업은 매일 한국어와 영어를 절반씩 한다. 물론 한국어 수업 시간에도 한국어만 배우는 게 아니고 한국어로 정규 커리큘럼 내용을 배운다. 그래서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어 어휘 수준도 상당히 높다. 4학년 과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전도체, 부도체, 전자핵, 양전자, 음전자 등을 한국어로 배우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 어휘들을 영어로도 함께 배우고 있었다. 6학년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배우면 정말 한국어 수준이 대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한인 학생들로 보였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어쩌면 한인 급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어 실력이 쳐질 수 있는 그 학생들도 한국어의 중요함을 인식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졌다. 전 세계에서 11번째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 그리고 앞으로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거나 혹은 항구적 평화 공존 체제가 정착될 때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한국어 공부에 좀 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 이 프로그램은 단지 콜린파웰 초등학교 지역 내에 거주하는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그 지역 밖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물론 숫자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은 그 학교로 (전화 571-522-6000) 연락하기 바란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학교에 있다. 레이크 브래덕 중고등학교와 리버티 중학교 그리고 센터빌 고등학교에서이다. 또한 페어팩스 고등학교의 아카데미에는 카운티 내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이 개방되어 있다. 물론 페어팩스 아카데미까지 각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타거나 학생들 자신의 차로 운전하고 와야 한다. 그리고 8학년 이상의 모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기회도 제공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 스케쥴은 학생들의 편의에 맞게 융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학교 정규 수업의 일부로 온라인 수업에 등록하는 경우엔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이 모든 한국어 수업 프로그램들이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어 수업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참 고무적인 현상이다. 내년에도 많은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기대한다. 그리고 매년 한국 정부가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들의 한국어 프로그램에 그랜트 제공 등을 통해 후원을 아끼지 않음에 감사한다. 한국 정부의 도움 없이 교육청 자체의 재정만 가지고서는 프로그램 성장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아울러 이러한 후원을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이 곳의 한인 동포 사회로부터도 기대해 본다. 결국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것은 이 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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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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