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더 이상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체제 논의나 미국과의 비핵화 논의에서 연계조건으로 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일 평양을 방문, 김정은을 만났던 폼페이오 미 CIA 국장은 이와 같은 북한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신축성과 북한지도자의 비핵화 의지를 함께 확인한 후에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4월18일 트럼프는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마이크 폼페이오가 북한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회담이 대단히 순조롭게 진행됐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정상회담의 세부 준비가 진행 중이다. 비핵화는 세계를 위해서 그리고 북한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일이다.”
폼페이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김정은의 의도(무엇을 원하는지)다. 그가 북한이 국제적으로 처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과연 트럼프와 비핵화 논의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8일 한국대표단을 통해서 전해들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트럼프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장관 지명자인 폼페이오는 4월 12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정은을 만난 지 10일이 지난 뒤였다.
“미국정부가 대통령과 북한지도자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이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미국과 세계가 절실히 바라는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19일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일본의 아베를 만난 자리에서 6월초 안으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잘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결실이 보이지 않으면” 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고 회담에 들어갔다가도 바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로는 모든 경우에 대비하고 신축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회담이 실패하면 다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의 국내정치 입장을 포함하는 모든 사항들을 고려할 때,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이 분명하다. 일이 잘 풀려서, 남북한이 “안전과 평화 그리고 번영을 누리게 되리를 바란다”는 말도 고무적이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는 세 번째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여기서 법률적으로 65년째 지속상태를 종식시키는 종전 선언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종전선언을 축복한다는 표현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한미 간에 공조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남북이 단독으로 평화체제나 평화협정을 완료할 수는 없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중국도 빠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과정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당연히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만약에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 선언과 함께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자는 의지만 발표하면, 다가오는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고무적인 기여가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뒤따를 북미정상회담에 전조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 신축성을 보인 적이 있다. 1992년과 2000년, 평양당국은 북미관계의 개선을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워싱턴에 전달해 왔다.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리고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 때도 같은 얘기를 했다.
단지 주한미군이 북한을 침입하는 역할에서 평화유지를 위한 동아시아 지역 안정유지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북측의 요구였다.
그러나 북한은 통상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협정 또는 비핵화 논의와 연결시켜왔다. 일부는 남한의 미군주둔을 북한이 핵개발의 빌미로 삼고 있다 믿는다. 이런 주장은 근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북한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한 불만을 더 거세게 제기해 왔다. 대북 핵 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미북이 상호비방과 군사위협을 중단한 상태다. 한미는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하려는 준비 작업 중이다. 하지만 남북, 북미 두 정상회담이 어떻게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지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가시질 않는다.
두 정상회담들이 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모든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 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적어도 1-2년간의 후속 협상과 합의 이행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성급히 너무 빠른 시간 안에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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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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