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어려운 한자어인 반려(伴侶)라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반려동물(伴侶動物), 반려식물(伴侶植物) 심지어 반려인형이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벗, 짝, 동료를 의미하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려’(侶, companion)라는 한자어가 일상생활 속 언어로 들어왔다. 그동안 반려라는 낱말은 반려자라 하여 부부로서 짝을 이루는 배우자와 같은 의미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이제는 사람을 넘어 동식물이나 인형에게도 반려라는 말을 붙이는 시대가 되었다.
그저 보고 즐기고 감상하고 희롱하며 키우던 애완동물이나 관상식물에게 반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내심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의견도 없지 않다. 동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반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입장으로 인간우월주의를 반영하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이들은 아직 반려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동식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은데 반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과도한 호칭 부풀리기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동식물을 반려의 대상으로 대하기에는 아직 인간의 의식수준이 멀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라는 뜻을 담고 있으니,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친구라는 의미로 반려식물이나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함에 별 무리가 없을지 싶다. 물론 명칭만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꾸어 부른다고 사람과 동식물의 관계가 저절로 더 품격 있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거창하게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을 들지 않더라도, 동식물을 부르는 호칭과 함께 이들을 대하는 사람의 행동 곧 명(名)과 실(實)이 함께 하는 명실론(名實論)적 삶의 태도가 요청된다.
흐르는 강물이 늘 같은 물이 아니듯이, 쉼 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도 늘 새로워져야 한다. 동식물을 바라보는 태도도 그러하다. 과거 어린 시절에 형성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이해는 과학, 종교, 자연에 대한 인식 지평의 확장과 함께 수시로 보정되거나 새로워져야 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동식물에 대한 이해는 먹을거리를 위한 수렵과 채취의 대상에서, 노동력이나 가계에 도움이 되는 가축에서, 보고 즐기며 관상하는 애완에서 이제는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반려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대화에서 비중 있는 주제가 되었다. 사제에게 반려동물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는 교우들도 있고, 반려동물 때문에 휴가를 내는 사람들, 그들이 아플 때 가족이 아픈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 그들을 떠나보내고 심하게 슬퍼하는 이들, 반려동물 장례식장이나 납골안치소에 안치하고 기념하는 이들도 있다. 키우던 반려동물과 사별 한 후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과 동식물이 서로 감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 본사를 비롯하여 일부 글로벌 기업은 임직원 복지 차원으로 직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출퇴근 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고 간식도 준다고 한다. 직원이 반려동물을 입양할 경우 아기를 입양한 것처럼 유급 입양휴가를 주는 회사도 있다. 일본의 어떤 기업은 버린 개나 고양이를 입양할 경우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한다. 비록 동물을 기르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들을 유별난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신중해야 한다. 동식물에 대한 자신의 잣대를 기준으로 바라보며 ‘뭘 그렇게까지’ 혹은 ‘개가, 고양이가 상전이네’하며 비아냥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반려동식물 시대를 산다. 이에 맞는 사람의 품격이 요청된다. 사람과 동식물 사이의 진정한 반려는 동식물도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벗이요 존재로 대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동식물을 갖고 노는 대상인 ‘완’(玩)에서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벗인 ‘려’(侶)로 대하는 넉넉하고 열린 품격을 전제로 한다. 그런 품격에서 동식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마음과 건강을 챙겨주고, 아플 때 (제발 갖다 버리지 않고) 극진히 돌봐주고, 사별로 장례를 맞이할 때까지 끝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해로(偕老)에 이르는 진정한 반려의 삶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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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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