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박준봉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 잇몸 나빠 임플란트 하는 경우, 치주염 치료부터 먼저 해야
박준봉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사람들의 입 속 구조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자신의 입 속 구조에 잘 맞는 칫솔이 가장 좋은 칫솔”이라고 했다. 박준봉 교수가 치주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구강은 전신 건강의 거울이다. 잇몸병에 걸려면 단순히 치아 질환에 그치지 않고 당뇨병과 치매, 암 등 전신질환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대한치주과학회는 2009년부터 잇몸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잇몸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100세 시대 건강비결’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이에 참여한 박준봉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전 경희대치과병원장)는 40년 넘게 치주질환 치료에 힘쓰고 있는 명의다. 박 교수에게 치아건강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떤 칫솔이 제일 좋은가.
“40년 넘게 구강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여성들은 새 립스틱을 살 때 보거나 바르면서 고민하다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구입한다. 명품이라고 3개 사면 덤으로 하나 더 준다고 해서 내게 맞지 않는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옷 살 때 색상과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당장 사지는 않는다. 입어 보고 품과 소매길이 등을 내게 맞게 수정한 뒤 구입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기의 입 속 구조를 잘 파악하지 않고 칫솔을 구입해 쓴다. 그러면서 정확히 닦기를 기대한다. 난센스다. 치아와 치아 사이 그리고 잇몸과 치아의 연결부위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고교생과 50세 된 아버지의 입 속 구조는 다르다. 바뀐 구조에 적절한 칫솔로 바꿔야 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그렇게 칫솔질 교육을 열심히 했지만 정확히 닦는 이는 드물다. 내 입 속 구조에 맞는 칫솔이 제일 좋은 칫솔이다. 필히 전문가와 상의하고, 사용 후 확인해야 하는 까닭이다.”
-스케일링하면 치아가 상하나.
“스케일링은 1년에 2~3번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스케일링한 뒤 찬바람을 들이키거나 찬물을 마시면 시다고 호소하는 이가 많다. 스케일링하면 당연히 이런 현상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 치아가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시지 않게 된다. 스케일링할 때 치아 표면의 치석만 없애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하지만 힘을 너무 강하게 쓰면 치아가 상한다. 따라서 정확한 시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스케일링한 뒤 찬 음식에 시게 느껴지는 것은 염증으로 부은 잇몸이 회복될 때 이미 없어진 뼈 높이만큼 잇몸이 수축되면서 치아뿌리가 노출돼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스케일링할 때 부적절한 방향이나 힘을 너무 강하게 쓰면 치아가 손상될 수 있다.”
-임플란트는 몇 년 동안 쓸 수 있나.
“이를 뽑은 이유를 알면 답이 저절로 나온다. 우선 자연 치아를 얼마나 오래 쓸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임플란트를 견고하게 고정하고 상부구조물이 완성된 뒤 정기 점검하고 세균성 치태가 침착되지 않도록 노력하면 자연 치아처럼 오래 쓸 수 있다. 몇 년 전 ‘40-60-90’이라는 슬로건을 주장한바 있다. 40대에서 60대까지 건강관리 생활습관을 정착한 사람은 60대에서 90대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충치 때문에 이를 뽑았다면 임플란트해도 예후도 좋고 오래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몸이 나빠 치아를 뽑았다면 먼저 잇몸 치료 후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잇몸이 나쁜 상태의 바로 옆 부위 혹은 좌ㆍ우측 반대 부위에 임플란트를 해도 문제가 없을까. 세균은 자연 치아의 치주염뿐만 아니라 임플란트주위염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쥐가 기둥 주변 흙을 다 파헤쳐 기둥이 무너졌다고 해서 한 구멍의 쥐를 잡아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옆 구멍 쥐가 새끼를 쳐 옮겨 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주염이 생겼을 때 잇몸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 세균이 임플란트로 이동해 오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는 시술시기와 관리능력이 중요하다. 빨리 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심는 시기와 순서를 제대로 정하고 정기 관리하면 임플란트를 오래 쓸 수 있다.”
-잇몸이 나쁘면 몸 여러 곳에 병이 잘 생긴다는데.
“치아와 잇몸이 몸과 분리돼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치과 치료를 하면 금속만 생각하는 분도 있다. 치아도 몸의 일부다.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처럼 잇몸의 질병도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다. 혈관과 임파선으로 모든 신체가 연결돼 있다. 폐렴으로 돌아가신 분의 폐를 조사해보니 잇몸에서 사는 세균이 발견됐다. 세균이 소풍이라도 갔을까.
역학 조사를 해보니 잇몸이 나쁘면 뇌졸중 심장병 폐렴 동맥경화증 류마티스관절염 저체중아 조기출산 당뇨병 췌장암 성기능저하 등이 많이 생긴다. 잇몸 속에서 번식하면서 대사 산물을 배출해 사람에게는 염증을 일으키거나 발생된 염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칫솔질을 할 때 피나는 것은 혈관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약한 혈관으로 입 속 세균과 대사 산물이 들어갈 수도 있다. 혈관 속 세균은 특정 부위에서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릴 수 있나.
“정답은 살릴 수 있다. 원래 어머니가 치아를 평생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입 속 세균이 번식하지 않으면 뽑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치아를 왜 뽑게 됐을까. 35세 미만에 이를 뽑으면 대개 충치 때문이고, 이후에는 치주병 때문에 뽑는 게 일반적이다. 두 경우 모두 주원인은 세균이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은 입 속에 계속 음식물이 없으면 세균번식이 억제되고 평생 건강한 치아를 쓰게 된다.
치아를 살리는 여부는 의료진을 언제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즉,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를 언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고, 시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고 예후도 달라진다. 치아를 뽑을지를 결정하는 지표의 하나가 ‘치주낭’이다. 치주낭은 치아 표면과 잇몸 사이의 작은 주머니로 병이 어느 정도 깊은지 파악하는 주요 지표다. 이 숫자가 0~3㎜이면 칫솔질, 치석제거와 활택술을, 4~5㎜이면 치은연하소파술을, 5㎜ 이상이면 잇몸수술을, 턱뼈가 많이 없어졌다면 골이식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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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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