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위협 소동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일단 타협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김정은이 갑자기 시진핑을 찾아갔고 초강경론자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정은 체제 보장을 강하게 시사한데서도 북핵문제의 협상타결이 점쳐진다. 물론 북미가 핵포기와 핵문제 합의를 이루었어도 여전히 핵무기 해체수순과 방법 절차 등 우여곡절을 거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포기와 체제보장 대가를 어떻게 무엇으로 할 것이냐를 명확히 보장 받는 문제도 남아있다. 일본 언론 등 매체들이 북한이 미국 측에 체제보장 비용으로 이미 일천억 달러를 요청했다는 추측보도들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북한 소유 화학무기도 비밀리에 타결 국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북핵 소동에 대한 북미간 타결이 목전에 이르자 이제야 각종 언론 매체들의 이런저런 잡다한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반드시 짚어야할 대목 하나를 빼놓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남모르는 애로와 우려 고충 등이다.
김정은이 체제 보장을 받는다는 것은 공식외교관계 수립과 경제원조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의 상주공관이 설치되고 자금 원조를 받게 되면 불가피하게 시장경제가 출현하게 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 바로 북한의 체제변화다.
김정은은 지금까지의 모든 재산이 국유화라는 계획경제 체제를 버리고 국민재산 사유화 인정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야 하는 엄청난 시련 앞에 서 있게 된다. 또 북한이 핵 포기를 할 경우, 자신들의 헌법 조항의 하나인 핵보유국 선언을 취소해야 한다. 이는 명백한 체제 변화다. 김정은 개인의 결단 사항이며 동시에 외부의 영향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북의 핵 포기가 대세인 것 같다.
워싱턴과 평양, 도쿄와 평양, 서울과 평양에 외교공관이 설치되고 각종 내외 언론들이 주재 특파원을 파견하고… 이러는 와중에 그 다음 추세는 북한의 내부 동요다. 지극히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지만 갑작스런 자유 분위기에 인민들의 정신은 해이해지고 뭔가 오랫동안 억눌렸다 또는 속았다는 충격을 받았을 때 민중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전혀 허황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자신에게 맞는 젊은 세대들을 중하위직에 대거 포진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체제변화는 김일성 세대부터 이어오는 골수 공산주의자들의 적지 않은 혐오감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들의 동요를 김정은이 예측하지 못할 리가 없다. 매우 괴로울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체제나 노선변경이 있을 때마다 전통적으로 극한상쟁을 보여 왔다. 북한도 정권수립 이후 끊임없이 사상투쟁이 이어져 왔다. 김일성과 감산파의 대결, 김두봉, 허가이가 살해당하거나 숙청되었고 비교적 온건파였던 남로당의 박헌영도 미제 간첩으로 몰려 김일성의 손에 죽었다. 대남 온건파였던 여운형 선생의 딸, 여연구 김원봉 등 온건파로 노선을 걷던 인물들이 김정일 밑에서 모두 트럭에 치여 사고사 했고, 주체사상의 이론적 기저를 제공했던 황장엽 씨는 남한으로 망명했다. 그는 줄곧 북한이 주체사상의 본질을 버리고 수령 절대주의로 간다고 비난했었다.
김정은도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단했고 자신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영국과 깊이 교류하고 있다며 백주 대낮에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시켰다.
김정은은 이제 본인이 어쩔 수 없이 진행시키고 있는 불가피한 노선과 체제 변환 등으로 수동적 입장에 서 있는 상황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군부 실세였던 황병서를 실각시키고 최근 장성 출신 김병갑을 후임으로 임명하면서 위원장이 아닌 평범한 위원으로 등장시켰다. 선군정치의 격하시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최고 후견자인 중국에도 깊이 신경을 써야한다. 북미 관계가 깊어질수록 중국은 북한이 미국 쪽으로 경도되는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눈이 맞아 자유화가 된다(?)는, 중국이 흥망을 계산해볼 정도로 치명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유엔의 대북제재와 핵보유 불허에 동조는 했지만 북미간의 화해 타협은 그냥 놓아둘 수 없는 불길한 조짐일 것이다. 북한 내의 친중파들이 어떤 음모를 꾸며낼 지도 김정은은 신경 써야 할 내용인 것 같다.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모처럼 꼬리를 내리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김정은의 앞뒤를 잘 살펴 현명하게 다뤄야할 것이다. 울타리 안에 들어온 상대가 뛰쳐나가면 더 심한 악감정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게 세상이치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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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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