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망막 전문가’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 노안 직접 원인은 수정체 노화, 스마트폰 등 근거리 사용 잦아
‘망막 전문가’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눈영양제는 정상인에게 대부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우세준 교수팀이 3차원 현미경 시스템을 이용한 백내장과 망막수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이란 말이 있다. 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눈을 혹사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전자기기 사용으로 작은 화면과 글씨에 집중하게 해 눈이 쉴 시간이 없다.
결국 쌓이는 눈의 피로는 안구건조증, 눈 근육 긴장과 조절장애, 블루 라이트에 의한 망막 및 수정체 손상 등 눈 건강을 해치는 주원인이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활동이 많아지면 외상에 의한 안구손상 위험도 늘어난다. 한 번 손상된 눈은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평소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문제가 생기기에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 전문가’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눈건강법을 들어보았다.
-봄철, 주의해야 할 안과질환이 있다면.
“봄철에는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와 같은 공기 중 이물질이 눈 표면인 각막과 결막, 눈꺼풀에 접촉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충혈이 생기고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눈꺼풀이 붓고 눈물이 나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안약과 인공눈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증상이 온 몸으로 퍼진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봄ㆍ여름에는 자외선이 점점 강해지고, 야외활동이 늘면서 강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게 된다. 자외선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망막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구름이 없고 눈 부실 정도로 화창하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게 좋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노안을 앞당기는가.
“노안이 되면 보려는 사물의 거리가 달라질 때 초점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주로 먼 거리는 잘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를 보려고 할 때에는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 돋보기를 쓰면 잘 보이게 된다. 보통 책이나 신문, 스마트폰 글자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노안 원인은 노화이며 나이가 듦에 따라 수정체가 단단해지고 조절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전자기기가 노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노안의 불편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장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안구건조증과 눈 피로감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가 오랫동안 근거리 작업을 하면 근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따라서 스마트폰, 컴퓨터를 장시간 시용한다면 작업하다 자주 쉬고 야외 활동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성인 실명을 일으키는 주질환은 나이관련 황반변성,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령화와 함께 급증하는 질환 가운데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이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다. 백내장은 수술기법이 발전해 치료 후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녹내장은 진행 속도가 더뎌 급속하게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경제ㆍ생활 수준이 향상돼 전보다 혈당관리가 잘 이뤄지면서 실명을 유발할 정도의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는 과거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나이관련 황반변성은 예방이 어렵고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실명하기에 가장 주목 받는 질환이다.”
-황반변성과 노안 증상이 혼동된다는데.
“나이관련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黃斑)의 시세포가 파괴돼 중심 시야가 보이지 않게 되는 질환이다. 보통 한쪽 눈에 먼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쪽 눈에도 발생하기 쉽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인지하지 못하지만 후기 단계로 진행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중심부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찌그러지거나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變形視)가 발생하게 된다. 언급했듯이 보통 한쪽 눈에 먼저 생기므로 양쪽 눈으로 볼 때는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노안이라면 먼거리 사물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한쪽 눈씩 가린 뒤 중심부가 안 보이거나 변형돼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한다. 곧바로 바로 망막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아울러 노인성 망막질환도 초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해 노안 증상과 혼동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50세 이상이 되면 정기적인 시력 검사와 안과 검진으로 조기 진단하고 치료해 시력을 유지해야 한다.”
-황반변성은 어떻게 치료하나.
“질병 상태에 따라 다르다. 초기 건성 황반변성이라면 후기 황반변성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를 해야 한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결과,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을 함유한 영양제를 먹는 것이 황반변성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된다. 그리고 초기 건성 황반변성 환자에게는 이러한 영양제를 장기간 복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약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도 도움될 수 있다. 특히 흡연은 황반변성 발병과 진행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된 만큼, 금연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외선이 강한 지역에서 거주한다면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해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후기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변성으로 인해 실명하는 주원인이다.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한번 저하된 시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됐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해 영구적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병적 혈관이 발생해 시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안구 내에 혈관억제제를 주사하면서 치료한다. 주사약 효과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지속되므로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상당히 오랜 기간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할 수칙이 있다면.
“수명연장과 함께 고령화시대에 고령인의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시력이다. 하지만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망막질환은 대부분 나이 들면서 발생하므로 젊을 때는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젊을 때 눈 건강을 소홀히 하면 노인이 돼 삶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족이나 주변 노인분의 눈 건강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안과 질환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심각한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각 이상 증상(시력 저하, 중심시야 장애, 변형시, 복시, 색각 이상, 야맹증 등)과 눈 증상(통증, 충혈 등)이 있다면 안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최근 인터넷 정보나 주변 사람 말만 듣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웹사이트와 온라인 판매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눈영양제를 판매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상 사람에게는 눈영양제가 눈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눈 질환 환자에게나 도움될 뿐이다. 또한 눈영양제 성분도 다양하므로 비전문가의 말만 믿고 고가의 눈영양제를 살 필요도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진료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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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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