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 멕시코(New Mexico)의 풍경 속으로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이곳 버지니아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여행하자는 계획 속에 우린 5시간 비행 끝에 LA공항에 도착했다. 예약된 렌터카는 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탔다는 귀엽고 마음에 쏙 드는 은색 쏘울이었다. 앞으로 우리 여행길 내내 발걸음이 되어 줄 것에 미리 감사하며 첫 행선지 뉴 멕시코 주를 향해 조심스럽게 액셀을 밟았다.
팜 스프링을 지나는 길목에서는 따사한 바람에 야자수가 하늘거리고 수많은 풍차가 시원하게 돌아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선인장들이 쭉 뻗은 사막 한가운데 애리조나, 피닉스를 거쳐 대형트럭이 쌩쌩 달리는 대로변에 ‘Welcome to New Mexico’라는 대형 간판이 반겨준다. 겨울철의 여행은 해가 짧은 게 흠. 오후 5시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린 호텔을 찾아 들었다.
다음날 우리의 첫 목적지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Monument)을 향하여 3시간쯤 달렸을까. 저 편에 하얀 모래언덕이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상공에 난데없이 나타난 전투기에 겁이 덜컹했다. 이 국립공원 가까운 곳이 홀로만 공군 군사지역이라니 차량을 타고 지나가는 여행자라도 꼭 검문소를 거쳐야 했다.
-세계 최대의 모래 사막
하얀 순백의 세상, 석고 모래가 흰 파도처럼 800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덮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고 모래사막이다. 넓고 깔끔한 도로를 따라 보기에는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마음 졸였는데 마치 눈(Snow) 같은 길은 석고 모래로 차들이 달리는 것에 의해 굳어져 꽤나 딱딱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우린 신발을 벗고 맨발의 청춘답게 물결치듯 펼쳐진 모래언덕을 열심히 올랐다. 밀가루 같은 석고 모래는 뜨겁지 않고 차가운 느낌을 주었고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시원함이 너무 좋았다. 어른 아이들이 샌드 보딩하며 터트리는 환호성의 열기도 대단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운 모래 위에 남편과 발자국 찍으며 순간의 추억을 담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하얀 파도처럼 온 들판을 덮고 있는 모래. 조물주의 오묘한 솜씨에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찬양이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여행자들을 위해 쉬어가는 그늘 집도 있고 모래사막에서 풀뿌리의 희귀함도 볼 수 있게 보드 워크가 길게 만들어져 구석구석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칼스배드 동굴
여행 중에는 무엇보다 끼니를 잘 챙기는 게 우선임을 강조하는 남편이다. 우린 차안에 먹을거리를 듬뿍 싣고 체력소모에 대비했다. 소나무(?)의 푸름이 온통 높고 낮은 계곡을 덮고 있고 언제 내렸는지 하얀 눈이 푸르른 숲과 조화를 이룬 멋진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 링컨 계곡을 조심조심 운전해 우린 다음 행선지 칼스배드 동굴(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로 향해 달려갔다.
뉴 멕시코와 국경도시 엘파소(EL Paso)로 부터 동쪽으로 140마일 거리 떨어진 해발 8,749ft에 위치해 있는 칼스배드 동굴에 드디어 도착했다. 겨울철인데도 관광객이 몰리는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땅 밑에는 100여개의 달하는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1년 내내 오싹한 서늘함으로 관광객들을 맞는 동굴 내부는 커다란 종유석, 석순 및 석회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철분과 기타 광물질에 의해 오묘한 색채로 물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다.
-박쥐들의 서식지
특히나 동굴에서 가장 유명한 코스는 빅 룸(Big Room) 루트다. 길이가 1200m, 폭이 191m에 천정 높이가 110m에 달하는 풋볼 경기장 6개에 비교된다는 어마어마한 큰 공간이다.
1.5Km 정도의 거리를 걷는데 희미한 조명시설로 어두컴컴하고 침묵마저 흐르는 동굴이다. 관광객의 말수는 엄숙하리만큼 줄어들고 숨죽이듯 각종 석순과 종유석들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동굴의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칼스배드 동굴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박쥐들의 서식지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먹이를 찾아 밖으로 나가는 박쥐들의 비상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린 시간이 안 맞아 아쉽게도 박쥐들의 그 멋진 비상을 놓치고 말았다.
-이국적인 도시 산타페
다음 코스는 뉴멕시코 주의 수도 산타페 (Santa Fe)다. 이 도시는 인디언들의 풍물이 즐비한 정말 색다른 고장이다. 해발 7,000ft 고지대의, 마치 몇 백 년 전의 도시 같아 우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착각을 내내 가졌다.
현대적인 건물은 전혀 없고 전통을 잘 살린 황토로 지은 토담집들이 즐비하다. 상점 창문마다 빨간 고추를 길게 늘어트린 풍경이 이색적이다. 많은 관광객과 미술에 유독 관심이 많은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으며 특히 산타페는 스페인 문화와 멕시코 원주민 문화가 녹아들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바쁨 없이 여유로움과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산타페 거리의 산책은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뉴 멕시코 주의 하얀 모래로 넘실대는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부터 기이한 종유석으로 가득한 그 유명한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까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볼거리로 일상의 탈출을 했다. 더구나 색다른 경험을 얻어 노년에 생기를 불어준 행복한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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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유설자(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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