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소리를 높이면서 부드럽게 나아간다. 곧이어 움찔 허공에 오르더니 사선으로 솟아올라 너른 바닷물 위에 그림자를 떨군다. 그림자는 바닷속 아주 커다란 상어가 헤엄치듯 한동안 우리를 따라온다.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의 빌딩숲과 오클랜드 내가 사는 동네가 아주아주 자그마한 모형이 될때까지 오르다 몇번 요동을 치더니만 구름 위로 껑충 올라서서 비로소 안정된듯 구름과 하늘 사이를 얌전하게 떠간다.
미국에 산지 35년여,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뉴욕에 갔던 일이 벌써 28년이 넘었지만 동부를 향해 작정하고 떠나기는 처음이다. 하나의 국토라지만 외국가기보다 더 멀게 느껴져 내 관심 밖에 머물던 동부를 향해 가게된 계기는 40년 전의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세사람이나 그 곳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이참에 플로리다 Key West로부터 메인주 아카디아국립공원이 자리한 Bar Harbor까지의 동부 종단을 계획했던 것이다.
타임머신은 우리를 기후조차 다른 마이애미에 내려놓고, 우린 차를 빌려타고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우선 두꺼운 점퍼와 긴팔 상의를 벗고 바지 무릎께의 지퍼를 풀러 반바지 차림으로 마치 어디 이국의 땅에 온듯, 같은 영어인데도 생소한 느낌의 표지판을 보며 생소한 거리를 간다.
키웨스트를 향해 지도에는 그저 작은 점들의 연결일뿐인 도룡뇽 꼬리 모양의 무려 40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섬들을 연결한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넌다. 양쪽이 바다라해도 특이한 모양의 나무들로 양안이 꽉 들어차있어 가로수 길을 달리는 듯하다. 맹그로브 나무는 둥치로부터 여러개의 다리가 뻗어나와 밑둥에 가서는 문어다리 모양 사방으로 물 속의 모래나 바위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다. 얕은 바닷물 속에서 부터 맹그로브 뿌리들이 얽히고 설켜 바다 수면 위에 여기저기 작은 섬들을 흩어 놓았다. 그 수많은 뿌리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수면, 그 나무들 너머 대서양으로 이르는 멕시코 만과 카리브해의 코발트빛 너른 바다, 길쭉한 잎새마다 보석가루처럼 반짝이는 소금입자들, 습기를 머금은 바람과 온화한 햇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거리는 야자수들, 그 야자수 잎 그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런 열매들, 이제껏 본적이 없는 이국적 풍광에 취한다.
키웨스트, 미국땅 최남단 표지 조형물 앞에서 긴 줄을 선 끝에 사진을 찍는다. 긴 줄에도 앞의 일행들 사진을 뒤의 일행이 찍어주는 식의 무언의 배려와 사람들 얼굴에 머금고 있는 웃음에 덩달아 즐겁다. 일몰은 구름에 가려진 채 어둠이 오고 몇몇 관광 명소, 다양한 공연들이 벌어지는해변 선착장, 밤 늦도록 불밝힌 떠들썩한 상가들과 음식점, 술집들이 들어차있는 거리를 다리가 아프도록 쏘다닌다.
에버글레이즈 , 광활한 자연 생태 습지 안, 단정히 조성된 산책로를 하릴없는 듯 거닌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미풍과 적당한 온기의 햇볕을 누리며 둥그스런 연잎들로 뒤덮인 드넓은 연못들과 얼핏 초지인듯 싶은 늪지대에서 이름모를 희귀한 새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먼발치로 악어가 어슬렁대는 모습과 마주치기도 한다. 이 악어들에겐 그래도 자유가 허용되어있음에 안도한다.
악어농장의 울타리 안, 백여마리는 될까싶은 악어떼를 보았을때의 그 느낌이란… . 저 아마존 정글이나 호주나 아프리카 깊숙한 늪지에서 그 둔중한 몸집으로 어슬렁대다가 커다란 입을 쩍하고 벌려 제 몸보다 더 큰 먹이를 낚아채는 그 야생성이 제거된 듯한, 보기에도 수백파운드는 될성싶은 놈들의 그 거친 울퉁불퉁한 바위같이 단단한 등짝도 생기를 잃은듯, 죽은건지 산건지 알수없이 축축 늘어져 있던 그 기이한 생물체들… . 무거운 눈꺼풀이라도 번쩍하고 떠서 광채나는 눈을 드러내든지 그 길게 세모난 입을 벌려 날카로운 이빨이라도 드러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단단한 꼬리를 세차게 내리쳐 표독스러움을 보여주기를 얼마나 갈망하면서 울타리를 부여잡고 있었는지… . 그들의 자유를 가두고 본성을 제거시킨 그 울타리 밖에서의 바램이 얼마나 허망하고 잔인한 것이었는지… .
타임머신의 첫 기착지 플로리다에서, 생각이란게 있을리 없는 울타리 안의 악어들로하여 앞으로 이어질 긴 여정에서 어느 실타래의 풀린 한쪽 끝을 잡은것임을 어렴풋이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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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자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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