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짓기에 바쁜듯한 봄새 소리에 화들짝 놀란 듯 꽃들도 앞 다투어 피고 있는 기분 좋은 날 아침 나는 메밀차 한 잔을 마시면서 신문을 읽다가 이경주 씨의 ‘새 아리랑’이라는 시(詩) 앞에서 찻잔이 가늘게 떨림을 느꼈다. 결론부터 말을 하면 아무리 세상과 사람이 한국의 미세 먼지처럼 혼탁하다 해도 점점 야만해지고 포악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듬이가 되어 심신을 청정하게 해주는 인간 최후의 양심인 듯 한 시 마저도 막가파가 되어 사람들의 상식과 이성, 지혜를 마비시키는 ‘새 아리랑’이라는 시에 대해 순수한 독자의 졸문(拙文)으로 변별(辨別: 시비를 구분함)을 대신하고자 한다.
무릇 시는 서사시가 됐건 서정시가 됐건 관념시가 됐건 우주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 담배씨만도 못한 하늘 아래 벌레들의 생과 사의 갈등이 다투는 애증과 꽃이 피어나는 경이로움과 죽음을 넘나드는 초월의 경지를 노래한다. 온돌 방 아랫목에서 누비이불을 뒤집어 쓴 항아리에서 문안 장날에 맞추어 빚은 어머니의 술맛이 익어가듯 시도 시가(詩家)의 깊은 안방(마음)에서 오랫동안 잉태되어 다듬고 또 다듬어서 화장을 끝낸 새 색시가 시집 가는 날 수줍은 첫날밤 두근거리는 기대감으로 눈이 부시게 세상에 태어난다.
그러한 새 색시의 눈부심 같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들은 어디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만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서시’뿐이겠나. 최인훈의 ‘광장’은 무려 12 번이나 개작을 했다지 않는가. 그러나 이와는 달리 바둑판의 흙과 백의 이념이나 믿음의 차이로 증오시를 쓰는가 하면 권력 앞에 납작 엎드리는 구린내 진동하는 막가파 시도 있고 국가와 민족을 팔아 은공을 챙겼던 민족 배반의 시도 있다.
인용이 길지만 강아지 살랑 살랑 꼬리치는 재미있는 시(屎: 똥)한수 감상하자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횃불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 하셨나니(중략)/ 이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이루시고/ 쉬임없이 진휘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민족 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며/ 이 겨례의 모든 선혈들의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 오시나이다/ 1987년
꼬리를 흔들어 찬양을 받은 이 사람은 누구일까 위와 같은 시(詩)아닌 시(屎)를 갈겨쓴 사람은 너무도 유명한 남도 사람 미당 서정주가 남도의 제 자식들을 도륙하고 정권을 탈취한 난화지물(難化之物: 교화시키기 아주 어려운 동물이나 사람)인 전두환에게 두 손 모아 바친 시다. 젊어서는 철저하게 친일시를 쓰고 늙어서는 철저하게 제 고향 사람들을 배반한 이 구린내 진동하는 시(屎)로 인해 “전두환 각하가 4억원을 회사함” 이라는 사각의 붉은 도장이 찍힌 은공을 받았다.
하기야 고명한 어느 시인은 자기의 시에 대해 반론을 쓴 나에게 시의 해석에 있어서 “가시는 뱉어 버리고 살만 발라 먹으라”라는 긴급조치 같은 훈계를 하사 한적이 있다 그렇다면 신경림의 ‘농무’나 조지훈의 ‘승무’에서 삼켜야 되는 살점은 어느 구절이고 버려야 되는 가시 부분은 어느 구절이 되는지 범생이의 어눌한 머리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경주 시인의 새 아리랑중 “천년만년 살자구나” “갈러진 체 간섭 말고”에서 시인의 마음을 짚어보는 것은 괴롭거니와 새 아리랑의 하이라이트인 “5.18 살때 만나고” “세월호 물때 만나고”에서 아마도 종북정권(문재인 정권)이 바뀌어 재수 좋게 살판났다는 그 말속을 곱씹어 해석하면 광주와 세월호 가족을 비웃고 증오하는 것 말고는 그 무엇을 찾을 수가 없다. 하늘을 부르고 땅을 쳐도 서러운 가족들에게 시인의 권리로 칼을 꽂았는가?
통일 대신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가 되겠다는 시인님이시여. 마침 독수리 훈련에 국군 30만 미군 15,000명이 항공모함을 앞세우고 훈련하는 그 시간 같은 시각에 평양에서는 “봄이 온다”는 의미심장한 음악회가 열리고 새 아리랑이 아닌 아주 오래된 깊은 산골짝의 아리랑이 대동강의 물결을 타고 있는 벅찬 감격을 시(詩)로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스스로 삼가고 경계하여 부끄러움 없는 시인의 길(道)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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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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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줄도 모르는것같은데...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