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문(寡聞)인지 몰라도 세계 193개국(유엔가입 기준) 중에서 전직 대통령들 중 두 명이 동시에 옥고를 치르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어제 박근혜가 1심 재판 끝에 24년형을 받았고, 그의 전임자 이명박은 미결수로 수면제를 복용하면서도 잠 못 이루는 유치장 신세다. 이미 전두환과 노태우가 국가 최고위직에 있다가 수인번호를 단 죄인들 경험을 했었으니까 문재인을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 10명 중 40퍼센트가 철창신세의 나락을 경험했다. 그에 더해 초대 이승만은 4.19로 하야, 박정희는 심복에 의한 암살, 노무현은 임기 이후 자신과 가족의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 받던 중 자살로 끝막음을 보았으니까 대통령들 중 70%가 불행을 겪었다.

한국의 정치논객들에 의하면 불행을 면했던 전직 대통령들 둘도 박근혜의 경우처럼 청와대 주인 시절에 조사를 받았더라면 탄핵되었을 구실과 가능성이 있었다니까 세계적인 기록 치고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이 같은 참담한 꼴이 가능했던 연유들 중에는 한국형 부정부패를 온상으로 하는 정경유착, 검찰, 경찰, 그리고 국세청 등 소위 사정당국의 새 집권세력에 대한 해바라기성 충성 등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열공을 바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만 하더라도 사정기관들의 청와대 새 주인 비위에 맞추려는 무리수가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박 정권의 국정원장들과 국방장관들 중 구속영장이 기각되어도 재신청을 거듭하는 검찰의 행태는 청와대 새 주인과의 코드 맞추기란 냄새를 풍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은 문 정권에도 여전히 들어맞아 문재인 코드에 맞는 인사들의 정부 유관기구들로의 낙하산 인사 등 박근혜 정권의 비행이 여기저기서 답습되고 있다는 보도니까 앞으로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문정권에 대한 단죄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공상해본다. 문재인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김정은의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져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진다면 문재인은 순식간에 노벨 평화상 제 1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결코 리비아식 비핵화, 즉 핵무기를 일체 포기하고 나서의 보상에는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는 단계적 비핵화, 즉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탄 개발의 순차적 중단에 뒤따르는 여러 단계적 보상에는 반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즉 문재인의 노벨 평화상 꿈은 일장춘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재인은 노벨상보다도 더 중요한 공헌을 할 위치에 있다. 박근혜 1심 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자마자 벌금형을 제외한 체형을 완전 사면하면 그는 거의 모든 보수세력으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도 즉각 석방시키도록 검찰에 명하며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게 한 다음, 유죄 판결의 경우 역시 특사로 그를 풀어낸다면 한국 정치풍토를 쇄신해 여야의 자리바꿈에 뒤따르는 끊임없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는데 크게 공헌하게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만델라는 소수 백인들의 철저한 인종격리 차별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을 주도하다가 27년형을 받고 절해고도에서 극심한 고통을 당했던 사람이다. 나라를 백인지역, 인도인들을 포함한 유색인종 지역, 그리고 흑인지역으로 나눠 심지어 죽어서도 묘지마저 철저히 분리됐었던 백인정권의 흑인탄압 역사는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만델라는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면서 흑인들을 마구 고문했던 백인들마저 고백만 하면 사면하는 대화합 정책으로 백인들에 대한 보복을 예방하며 그의 전임자 백인 대통령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문재인도 여와 야, 진보와 보수의 대통합이란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이룩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만델라의 이론과 방법을 본받아 실천에 옮긴다면 정말로 청사에 남을 위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측근들이 김정은의 최근 표변을 통 크다고 표현해왔다. 문대통령이 그처럼 통 크게 박과 이 전대통령을 사면하여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최단시간에 이룬 나라가 정치적으로 획기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공상해보는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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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