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로 급락 출발했다가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면서 마감했다.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0.94포인트(0.96%) 상승한 24,264.3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0.24포인트(1.16%) 오른 2,644.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0.82포인트(1.45%) 오른 7,042.1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이날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700포인트에 달했다.
장 초반에는 양국의 보복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우지수가 530포인트가량 내리는 등 불안을 노출했다.
전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의료와 항공, 반도체 기계, 산업용 로봇, 화학 등 약 1천333개의 중국산 관세 대상 품목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약 500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상품에 약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중국도 곧바로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부과 대상 금액도 500억 달러 상당으로 미국의 조치에 그대로 대응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충돌로 세계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무역적자가 연간 5천억 달러를, 지적재산 도용도 3천억 달러를 각각 넘는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게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중에 미·중 양국이 물밑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강화됐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중국 무역관세가 최종적으로 발효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며 투자 심리를 되살렸다.
커들로는 이날 대중국 관세안이 발효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국이 공개한 관세 부과안이 중국이 무역 관련 협상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나는 무역관세 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삶에는 당근과 채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궁극적인 자유무역주의자"라며 "대통령은 이 문제를 최소한의 고통만으로 풀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외신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더 이상의 대중국 무역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은 점도 주가 반등에 힘을 보탰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이날 중국의 보복 관세는 예상된 것으로 미 경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월가가 이 소식에 이 정도로 반응하는 것이 다소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3차 세계대전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협상가였다"고 중국과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주요 지수가 상승 전환한 것은 물론 장 초반 낙폭이 컸던 자동차 주 등도 일제히 반등해 마감했다. GM 주가는 2.95% 올랐다.
다만 보잉 주가는 중국과의 무역 마찰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며 1%가량 내렸다.
페이스북 주가도 마크 저커버그 대표가 오는 11일 상원 의회에 출석해 고객정보의 사용과 보안 정책에 대해 증언하기로 했다는 소식으로 0.6% 내렸다.
업종별로는 임의 소비재 분야가 1.81%로 가장 많이 올랐고 기술 분야도 1.37% 올랐다. 에너지 분야는 0.14% 하락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저녁 아마존과 크라우딩 컴퓨팅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오라클의 샤프라 카츠 공동 대표와 저녁 만찬을 가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방식으로 아마존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혼재됐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민간부문 고용 증가는 24만1천 명을 기록해 탄탄한 고용시장 상황을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20만 명이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8.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기록인 59.5와 전문가 예상치 59를 밑도는 것이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마킷이 제공한 3월 미 서비스업 PMI 확정치(계절조정치)도 전월 55.9에서 54로 내려갔다.
2월 공장재수주는 1.2% 증가해 지난달 1.3% 감소보다 개선됐지만, 시장의 기대치 1.7% 증가에는 못 미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현재 상황에서 더는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칸소 은행 협회 모임 연설에서 "현재 상황에서 물가에 하방 압력을 주기 위해 정책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물가는 이미 목표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과 다른 경제 대국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서프라이즈가 멈춘 상태다"라며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불확실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주가가 상승 마감했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정책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다음 주부터 본격화할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웰쓰 매니지먼터의 에릭 아네스 대표는 "시장에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목격하고 있다"며 "안정된 장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만큼 더 많은 변동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3.9%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93% 하락한 20.06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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