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도곡동 땅 하늘이 두쪽 나도 제 땅은 아닙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 이상 무슨 표현이 필요합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한 발언이다. 하지만 그동안 두 번의 정권이 바뀐 후 정확히 10년 3개월 만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3월 22일 밤 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는 뇌물, 횡령,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 총 6개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혀 낸 개인 혐의는 무려 18가지로 그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60억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22억5천만원 수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천 만원 유용 등 총 127억 5백만원이 뇌물관련 수수 혐의이다. 그리고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다스를 통해 35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횡령· 배임· 세금포탈 혐의, 도곡동 땅을 둘러싼 차명재산 보유 등 금 융 실명제 거래법 위반 혐의다.
국가기관을 이용하여 벌인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비리,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 제2 롯데월드 승인 비리, 그리고 사이버 댓글공작 혐의 등은 너무 방대하고 조직적 은폐로 증거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 공소장에는 적시하지 못했다 한다.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혐의들이다. 이 전 대통령의 가훈이 정직이라 한다. 그리고 자타가 공인한 신실한 개신교 신자다. 측은의 정, 예의, 관대, 겸손, 정직, 청렴, 충의는 기독교가 표방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그가 그동안 기독교 덕목과는 사뭇 다른 삶의 행적을 보이고 있다. 그가 표방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불법·탈법·위선·부패·비리의 백과사전 앞에서 국민들은 참담함을 넘어 격앙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검찰 수사에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이다. 이 전 대통령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허위 진술과 증언을 교사(敎唆)하여 검찰조사 대비 리허설까지 하기도 했다 한다. 검찰이 증거들을 확보하여 심문하자 조작이라 부인하며 자신을 보좌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소한의 염치도 모르는 졸렬하기 그지없는 성품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법을 어기고 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법률은 국가와 개인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어기는 것은 그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이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런 분이 이제 와서 그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고 있다.
서양철학에서는 사실과 진실은 분명히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다. 태고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인간이 변함없이 경험하는 것들 인간의 삶과 죽음, 자연의 사계절 순환, 우주의 지동설 등의 현상은 사실(fact)이라 말한다. 이에 반해, 태고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옳다고 믿는 세계관인 이데아를 진리(true)라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이 옳다고 믿는 확고부동한 진리는 존재하는가? 온 세상을 구석구석 뒤져 보아도 그런 건 분명 없다. 어떤 진실이 참과 거짓으로 구분될지언정 불변의 진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누가 참이고 가짓이냐. 승리자가 선의 영광을 독차지하고 패배자가 악의 굴욕을 받는다. 모두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게임이 어느 것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서로 대립하며 법리 논쟁을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누가 보아도 이번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건의 혐의가 사실이든 조작이라 주장 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이 승자 인가는 분명해 보인다. 권좌에 있을 때는 이 모든 혐의가 진실로 포장된 참이었던 것이 또 다른 권력자가 등장하자 그 진실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확신을 요구하는 것은 진리를 향한 갈망이 아니라 독선이나 자아도취를 불러오게 된다. 서양에서는 불변의 진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분법을 사용하여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였다. 어느 시대에 어느 쪽을 선택하였건 헬레니즘에서 불변의 진리를 향한 갈망과 헤브라이즘에서 보인 기독교의 극단적인 선·악에 뿌리를 두며 치열한 대립이 함께 어우러져 이어 왔다. 이제 우리는 진리라는 말을 빌린 지나친 갈망과 희망에 그만 휘둘려야 한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피를 흘렸다. 이상향과 희망이 우리의 삶에 의미 있음은 인정하되 거기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개인과 사회에 대립과 투쟁을 초래한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
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