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 딸을 팝니다. 처음에는 순하고 착해 잘 키우려고 제작했지만 날이 갈수록 성질이 더러워집니다. 하라는 일 절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합니다. 툴툴거리고 말대꾸 잘하며 대들 때는 맹수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스릴 만점이죠. 일상이 따분하고 재미없다면 구매를 추천합니다. 스트레스와 바이러스를 팍팍 뿌려줘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한동안 소셜네트웍서비스(SNS)에 등장해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웃픈’(웃기고 슬픈)이야기다.
내 아들도 7학년이던 2년 전 심한 사춘기를 앓았다. 짜증 늘고 매사에 컴플레인 투성 이더니 어느 날 부터는 아예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도 않았다. 이뿐이랴. 성적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학교에서는 학습태도가 좋지 않다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화가 치밀어 야단이라도 치려면 “또 잔소리”라며 오히려 발끈했다. 갱년기까지 겹친 아내는 아들하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인 후에는 지쳐 나가떨어졌다.
‘스트레스 만땅’. 남들 아이도 다 이럴까라는 생각에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역시 사춘기는 만국공통. “우리 애만 그런가요?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생각과 행동이 들쭉날쭉, 종잡을 수가 없어요” “성질에 못 이겨 물건을 집어던져요” “11학년생인데 학교 가기 싫다며 으름장을 놓네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부모들의 하소연은 고민으로 가득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자녀의 사춘기 슬기롭게 극복한 부모들의 경험담’이었다. 결론은 ‘참고 화 내지 말고, 잔소리하지 말고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었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똑 부러지는 대안이 없으니 아내와 나는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감정부터 절제해야 했다. 화가 치미는 순간에는 ‘참을 인’자를 되뇌었다. 서로가 격앙된 상황에서는 대화가 아닌 말싸움으로 끝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마당에 나가 숨을 고르고 돌아왔다. 아이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자는 생각이었다.
‘잔소리’를 가장 조심했다. 부모들은 강압적인 잔소리라도 자녀와 대화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잔소리를 ‘귀’가 아닌 ‘뇌’에서부터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피츠버그 의대와 UC버클리, 하버드대의 공동 연구팀이 평균 14세 32명에게 각자의 어머니 잔소리를 30초가량 들려주고 뇌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나온 결과다. 부모가 백날 잔소리를 해봐야 대화 단절이란 역효과만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습관처럼 해버리던 ‘홈웍은 다했어?’ 라는 말 대신 “아들, 아이 러브 유”라는 표현으로 바꿔 보았다. 성적 때문에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성적표가 나오면 담담하게 성적은 오롯이 너의 것, 이로 인한 책임도 너의 것, 인생도 너의 것이라고 각인시켜 주며 한 발 물러섰다.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대화도 시도했다. 물론 아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할 때는 굳이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누구나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예전 같으면 “쓸데없는 소리”라며 말을 자르기 일쑤였던 아들의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애를 썼다.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서 너 달이 지나면서 아들의 변화가 느껴졌다. 짜증과 분노가 수그러들고 말하는 태도는 한결 유순해졌다. 중고교가 함께 있던 학교였는데 새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하이스쿨도 옮겼다. 아직까지 전학한 후 선생님의 걱정 어린 이메일도 오지 않았으며 성적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교회의 신앙캠프에 다녀오고는 장애아를 위한 발런티어도 시작했다. 참 다행이다. 물론 아직도 가끔 ‘앵거’가 불쑥 튀어나오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개과천선이다.
마음 졸이고 애태우던 아들의 사춘기 과정을 겪으며 느낀 것은 참고 기다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들 역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계속 인지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모든 자녀들의 사춘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원한다. ‘사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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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부국장·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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