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세계적으로 ‘힐링’열풍이 불고 있다.
‘힐링(Healing)’은 몸과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의미하는데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편리하고 빠른 스마트 시대이고 훨씬 세련되고 미래형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인간 그 자체는 그에 비해 점점 몸과 마음이 지치고 고갈되고 있다. 그래서 살아야 함의 욕구를 지닌 인간들은 ‘힐링’을 찾아다닌다.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대처를 하고 있기도 하며 종교에 의지하거나 샤먼 점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마음과 혼란에서 파생되는 현대 정신질환들-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이 증가하고 있어 자신을 돌봐야 함을 느끼는 이들은 스스로 정신과 상담을 두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의 틀로만은 복잡미묘한 심리를 드러내고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종종 생기게 된다. 정신과 상담이 일반적이고 개방된 미국과는 매우 다른 한국과 같은 경우에는 대중이 정신과 상담을 두드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서 크게 영역을 넓힌 대처수단이 바로 미술치료(Art Therapy)라는 심리치료다. 미술치료 외에도 다양한 예술영역의 전문치료 분야들이 있는데 무용치료, 음악치료, 동작치료를 비롯해서 생활 속 다양한 부분에 테라피를 붙여 푸드테라피, 필라테스테라피, 아로마테라피 등 여러 가지 분야가 존재한다.
그렇게 많은 예술의 분야 중에 하필이면 왜 ‘미술’이 심리치료분야에서 더욱 대중화되었을까?
만약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대상이라면 자유로움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그들로서는 미술이던 음악이던 개의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상은 ‘한국인’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한다. 여기서 ‘한국인’에 대해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한다. 상호의존의 관계중심이 집중된 한국사회 속에서 자기(self)를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게 한국인의 독특한 성향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정’이라는 멋진 인간미도 탄생하게 되었다. 반면, 한국인들은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지나친 겸손을 통한 자기비하나 비판적 시선을 지니고 살아가야 했다. 한국사회 내 위계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집단의 통제를 수용하는 한국인들은 어쩔 수 없는 독특한 문화 환경 속에서 체면과 집단무의식이 강화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안에서 더불어 살기에 집단에서 이탈된다거나 튄다는 건 집단중심에서 한 개인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심리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 쉽지 않은 발걸음이다.
한국사회에서 심리 문제가 있다는 낙인은 사회생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와 행동의 표현이 수동적이면서 내성적인 성향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몸을 직접 활용하는 예술의 행위는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춤을 추면서 심리를 다스리는 것보다 노래를 부르며 심리를 다스리는 것보다는 가장 수동적이고 편안함을 주는 미술이 안정감을 준다고 느낀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이 훨씬 대중화된 서양의 사회에 비해 한국사회는 직접적이지 않고 수동화된 미술의 심리표현이 대중화되는 추세다. 미술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로서 미술의 행위가 상담과정에서 중간매개의 역할을 한다.
심리상담시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경계의식이 통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내면표출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전문치료사는 상담의 언어 외에 창작행위와 작품 속에서 내담자가 지닌 심리의 문제나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미술치료는 내담자가 지닌 내면 문제의 증상을 경감 또는 치유될 수 있게 최대한의 심리안정을 찾아가도록 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복잡하고 엉킨 심리가 자연스레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는 심리치료가 미술치료이다.
미술치료에서 진행되는 미술활동 그 자체가 자가 심리 치유의 기능을 지닌다는 장점과 더불어 심층·심리적인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국내 미술치료가 대중화되고 있다.
전문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 뿐 아니라 다양한 장애환자들에게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고, 유·아동에서 노인 대상으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의식주와 사고방식 등 많은 면에서 서구화된 현시점에서 생활과 사고가 급변했어도 오랜 시간 동안 잠재되어 고착된 문화와 환경의 무의식이 쉽게 변하기는 어렵다.
현재 미술치료라는 심리치료의 대처수단이 유지를 하고 있지만 지금의 수준만으로는 복잡하고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치유함에 만족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한국인만이 지니는 심리적 특성에 대해 연구해야 하며 적절히 접근하고 적용될 수 있는 맞춤형 심리치료방법이 꾸준히 필요함을 항상 갈구하는 저자로서 사랑하는 내 나라 동족들의 마음에 치유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yun84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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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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