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goes forward in Spring, and back in Fall.
시간이 흐르길, 봄엔 앞으로 가을엔 뒤로 가느니라.
흔히 그렇게 기억합니다. Spring Forward, Fall Back! ‘썸머 타임’(Summer Time) 맞추기. 일광절약 시간제 (日光節約時間制, Daylight Saving Time, DST) 조절. 엊그제 "봄, 앞으로”(Spring Forward) 한 시간 퉁기니 어젠 밝던 시간이 오늘은 어둡네요. 아침 6시 쯤이면 어슴프레 여명(黎明)을 보았는데, 오늘 아침엔 아직 컴컴합니다. 분명히 같은 시간인데 다른 시간?
매년 두 차례, "Spring Forward, Fall Back"을 기억하며 시세에 맞춰 살아 갈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금강경 할머니' 스토리, 아주 생생하게 심안에 비추입니다. 유독 금강경에 통달해 별명이 주금강으로 통하는 덕산스님. 다른 동네 선지식들이 공부는 않고 그저 불립문자/직지인심으로 견성성불한다는 소문에 발끈해 그 자들을 만나 혼내주려 길을 떠납니다.
도상에 시장기를 느껴 간단히 점심하려고 들린 떡집 할머니가 묻습니다. 금강경에 이르길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 이라는데, 스님은 과연 어느 마음에 점을 찍겠습니까?" 그저 요기나 하려는데 과연 어느 마음에 점을 찍을꼬(點心)? 딱 걸린 덕산! 말문이 턱~!막히고 ....... 여차저차 얘기가 이어진 후,
마침내 배낭 속 금강경마저 불살라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됩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는데 …… 왜냐하면, 등에 지고 다니던 바로 그 금강경 안에 답이 들어 있었기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있는바 상(相)은 다 헛되고 망령된 것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非相)을 보면 곧바로 진실한 여래를 보게 되느니라. 버리고 말고 태우고 말고 할 게 아니라 그저 턱~! 내려 놓으면 될 일인 것을.
Time goes forward in Spring, and back in Fall.
시간이 흐르길, 봄엔 앞으로 가을엔 뒤로 가느니라.
봄 기운 완연한 춘3월 보름, 만개한 봄꽃에 둘러쌓여 홀연 금강경 사구게(四句偈)를 읊조리는 이유는 나변에 있는가? 그저 시간의 덧없음에 또 한번 사무친 연유 외에 따로 무슨 까닭이 있으랴. Time is an illusion! 시간은 다만 환상이라. 혹 빠르게 혹 느리게 그저 무심으로 흐르는(?) 시간. 사람들이 느끼기에 무상(無常)이라지만,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게 바로 시간. 없다면 있고, 있다면 또 없는 게 시간 아닐런가. 봄엔 앞으로 밀고 가을엔 뒤로 당겨도 그저 여여롭게 다만 흐르는 게 시간이어라.
Time is an illusion. 타임 이즈언 일루~젼! 시간은 그저 하나의 환상? 다들 아는 얘기? 너도나도 한번쯤 곱씹어 본 진부한 표현? 진짜? 진짜 그럴까? 진짜 제대로 씹고 또 씹어 잘 소화가 된 내용일까? 시간이 다만 환상이라면 이건 실로 거대한 발상의 전환들이 불가피해지는 까닭. 우선, 시간이 다만 사람들이 지어낸 환상(幻想)이라면, 오직 시간에 근거한 '생노병사' 일체가 가짜요, 따라서 다만 하나의 진리는 곧 "불생불멸(不生不滅)"일 뿐! 그렇다면, 나고 죽는 게 따로 없으니 두려울 것 또한 전혀 없노라? 부활이니 윤회니 모두 환상이요 환영(幻影)일 뿐?
좀 너무 나갔나? 일광절약시간 한 시간 밀며 왠 별의별 생각을 다? Spring Forward, Fall Back! 봄엔 앞으로 가을엔 뒤로. 그렇게 기억하는 Daylight Saving Time. 살짝 달리 해석할 수도 있죠. 스프링 튕기듯 앞으로 밀고, 뒤로 자빠진다는 자구적 의미. 백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앞으로 튕겨 나가듯 봄 기운이 다가오고, 힘빠진 마라톤 선수가 뒤로 자빠지듯 인생의 가을도 다가온다는 제법 심오한 뜻도 있더라?
Time goes forward in Spring, and back in Fall.
시간이 흐르길, 봄엔 앞으로 가을엔 뒤로 가느니라. 진짜 그럴까요? 전혀 아니란 걸 다들 압니다. 분명하게 알죠. 다만, 시간이 그저 하나의 환상이란 것도 그토록 자명하게 안다면 진짜 좋으련만.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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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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