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20억명을 거느리고 있는 페이스북 왕국이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가입자 수 20억명, 하루 실제 이용자 수 14억명을 자랑하는 페이스북(Facebook) 왕국이 잇따른 스캔들과 악재에 휩싸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창사 13년 만에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하고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50%에 달해 페이스북의 쇠락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러시아가 각국 정치에 개입할 플랫폼만 제공했다는 오명으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은 페이스북에 등을 돌리는 젊은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내건 언론 등급 매기기도 논란만 키워 주요 언론사가 페이스북과의 절연을 선언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은 거액의 세금과 벌금 폭탄을 예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람·사회의 좋은 관계에 다시 집중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한 가운데 페이스북이 코앞에 닥친 폭풍우를 뚫고 순항할지 여우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4년 창사 이후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급성장한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미 의회와 언론 등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난관에 처했다. 미 역사상 가장 더러운 선거로 기록된 2016년 대선 때 계정 및 콘텐츠 관리에 소홀했던 페이스북이 적잖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지난달 러시아인 13명과 기관 3곳을 기소하면서 ‘페이스북’이 대거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러시아가 수백개 불법 계정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싣고 3,000건이 넘는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질타를 받았다.
페이스북이 지난 1년 동안 가짜뉴스 범람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지난해 미국 12~17세 연령층 이용자 수는 9.9%나 감소했다. 줄곧 증가세만 보이던 충성고객층의 급격한 이탈로 충격에 빠진 페이스북에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지난해 미국 내 24세 이하 이용자 중 280만명이 페이스북을 떠났고 올해도 이 연령층에서 추가로 210만명이 줄어들 것”이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2017년 4·4분기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페이스북의 활성이용자 수가 전분기 대비 100만명 감소한 1억8,400만명에 그쳐 북미지역에서 처음 역성장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이 정치개입의 도구라는 오명을 벗고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올 초 뉴스 콘텐츠의 중심을 언론사에서 가족과 친구로 옮기고 언론 신뢰도를 평가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투자자들은 페이스북 매출구조가 광고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뉴스가 줄면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으며 언론사들도 “뉴스 가치는 단순히 사용자 리뷰로 평가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의 언론정책 발표 후 브라질 최대 언론사인 ‘폴라 지 상파울루’는 “개인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만 몰두하는 소셜미디어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방해하고 가짜뉴스만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단칼에 페이스북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악재는 이뿐이 아니다. 페이스북·구글 같은 미국 IT 기업이 돈만 벌고 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유럽에서는 규제 강화로 거액의 세금과 벌금이 지뢰처럼 웅크려 있다.
EU는 페이스북 등이 돈 버는 국가에서 최대한 세금을 내도록 광고수익에 따라 1~5%를 과세하는 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벨기에 법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불법 수집한 고객정보를 삭제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억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벨기에가 불법 수집한 것으로 본 개인정보에 대해 페이스북은 ‘정당한 취득’이라고 대항하고 있지만 오는 5월부터 EU가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하면 유사한 소송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시민단체들은 페이스북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의 88%를 지배하다 점유율이 올 들어 75%로 주저앉은 페이스북이 각국에서 경쟁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혁신적 서비스를 새로 발굴하지 못해 ‘수난의 시대’가 길어질 수 있다고 미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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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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