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반도 정세가 점점 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핵무기 소동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마주보고 달리는 중이다. 되풀이 되는 말이지만 북한은 지금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핵무기만이 군부와 인민을 이끌고 가는 마지막 수단인데 이 핵무기를 내려놓으라니, 핵무기를 고집하느냐 포기하느냐 기로에서 칼을 물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입장일 것이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제일 먼저 선군정치의 명분을 잃게 된다. 급작스런 군부 동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무기만이 침략자 미국과 맞서 국가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인민을 설득해왔는데 핵을 포기하면 북한 인민들의 신뢰가 하루아침에 증발돼 버릴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 경제제재 압박과 중국 소련의 등 돌림에 생사를 넘나드는 급한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 핵공격의 타깃이 돼 있는 미국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한 심한 안보불안 상태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쉴새 없이 미국의 태평양 최대 군사기지 괌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워싱턴과 뉴욕에 핵공격 재앙을 안기겠다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협박을 가해왔다.
미국도 경계상태에 들어간 나머지 중국과 협의, 미군을 한반도 DMZ 이북으로 진격하지 않는 대신 북한의 핵시설과 김정은을 제거하는 선에서 작전을 수행한다는데 중국이 묵인했다는 전언이다.
중국도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순망치한의 절대적 요충지이지만 그들의 핵보유 만큼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이 공인되면 당장 남한을 비롯해 일본,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핵무장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군사적 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경제기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적 패권국가가 되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북한이 인민들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일가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에 집착하니 동조해줄 만한 명분조차 없다.
북한과 미국은 어느 한쪽이 핵무기 문제를 포기할 입장이 아니다. 2월 20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서울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이 비밀리에 회합을 가지려 했으나 북한측에서 바로 2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회동 취소를 통보했다고 폭로했다. 추측이고 해설이고 가려볼 것도 없이 평양으로부터 ‘핵포기’라는 말이 한마디라도 나와서는 안되니 당장 그만두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극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핵협상은 불발되고 대형사고가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평창 올림픽 이후 상황이 지극히 걱정된다.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하여 남한 전역을 초토화 시키겠다고 으르렁대던 북한이 갑자기 천사의 탈을 쓰고 ‘미소작전(Charm Attack)’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미북간 화해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사술에 말려드는 형태로 나타나 조마조마하다.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온 것은 올림픽 개막식 참여보다는 북핵 포기 추진에 비중을 더 두었을 것이다. 회합 무산에도 불구하고 굳이 만찬장에 북대표단과 펜스 부통령을 같은 테이블에 배석하여 퇴짜를 맞다니 큰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닌가. 미국과 우리가 동맹국이라면 함께 보조를 맞추고 북한을 설득해야지 문정부는 뭔가 순서를 거꾸로 잡고 있는 것만 같다. 북한의 정상회담 유혹에 단꿈부터 꾸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 요인들이 핵포기와 핵중단을 구별 못하는 것 같은 발언들도 신경을 쓰게 만든다. 핵중단은 핵보유의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술책이다.
아무런 통고도 없이 들이닥친 김여정에 대한 어색한 우리 태도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김여정의 직책이 선전 제 1부부장이던데 우리 대변인이 계속 ‘특사’라고 발표하다가 그가 평양으로 돌아갈 때쯤 돼서야 “특명을 받고” 왔다고 둘러댄 것도 뭔가 굽실거리는 인상을 주었다. 더군다나 우리 정보원장을 왜 배석을 시켰는지 민망한 장면이었다. 정보원장은 보이지 않는 국가 총자산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외국의 원수가 오더라도 좀처럼 나타나선 안되는 인물이다. 국내 어느 보수신문이 사설에서 “서훈 국정원장의 배석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던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평양방송은 연일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하사’라며 마치 상왕 노릇이라도 하는듯 불어대고 있다. 이낙연 총리 주최 만찬이면 됐지 임종석 비서실장 주최 만찬은 또 뭔가. 불경 질책 받을까 겁먹었나.
김영남 북한 내각총리는 러시아 각료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외세의 어떤 압박에도 견디어 왔으며 앞으로 풀만 먹으면서도 일백년은 더 버틸 수 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우리는 좀 더 냉철하고 투철해져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은 상상만 해도 전율이 느껴진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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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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