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세상 문명국들의 조롱거리로 만드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총기의 만연에 뒤따르는 대량살육의 연속일 것이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마땅할 배움의 터가 피 흘리는 시체들로 덮히는 곳은 미국 뿐이다. 2월 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19세의 퇴학생이 AR-15라는 반자동 소총을 휘둘러 14명의 학생들과 3명의 교직원들을 손쉽게 사살한 사건이 가장 최근의 예다.
백악관에서 21일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대량살상 사건 이후 여러 곳의 피해를 겪은 부모들과 생존자들의 절규가 그 실시간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또한번 안타깝게 했다. 딸아이를 지난주에 잃은 앤드류 폴락 씨는 “학교에서 총격사건이 한번 있었으면 그 문제를 우리가 해결했어야 마땅하다. 총탄을 9발이나 맞은 나의 딸을 다시는 만날 수 없어 복장이 터질 것 같다. 딸을 보려면 묘지에 가야하니 말이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새뮤엘 지프는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었다면서 자신이 바로 다음날 18세가 되었기 때문에 총기판매점에 가서 그 살인무기인 AR-15를 살 수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눈물 흘렸다.
그리고 어느 19세 청년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고 불과 5분만에 그 무기를 살 수 있었던 실례를 들면서 AR-15는 방어호신용이 아니라 사람을 많이 죽이도록 만든 전쟁무기라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비극이 계속 될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참가자의 제안대로 선생들 중 훈련 받은 사람들이 무기를 소유하게 하면 경찰을 기다리는 시간 중 흉악범을 제거할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동조한다.
그러나 위급상황에서는 평소부터 총기 사용에 있어 잘 훈련된 경찰마저 응사가 쉽지 않아 오히려 무고한 주변사람들이 다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닌 현실에서 까딱하다가는 무장한 선생이 학생들을 죽일 염려가 크다는 예측으로보아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다.
트럼프는 또한 AR-15 같은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나이를 18세에서 21세로 상향조정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는 기미를 보였다. 사실 맥주 한 병도 살 수 없는 나이에 순식간에 몇 십명을 죽일 수 있는 공격무기를 살 수 있다는 부조리가 많은 학생들을 데모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전국소총연합회(NRA)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있어서 최대기록인 3,000만 달러를 트럼프 당선에 투입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결과적으로는 트럼프가 총기구입 나이의 변동조차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NRA의 CEO는 21세가 되어야 AR-15 같은 총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법은 18세 사람들의 기본권 제한으로서, 결국에는 헌법수정 제 2조에 보장된 무기소유권의 희석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미국이 유럽식 사회주의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파크랜드의 비극 목격 학생들은 플로리다 주의회로 몰려와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한 입법을 안한다면 “당신들을 낙선시키겠다”고 데모를 벌였다.
전국적으로 많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백악관 앞에서는 플로리다의 17명 희생자들을 표상하는 17명 학생들이 보도에 즐비하게 누워있는 퍼포먼스도 전개됐다.
일부 평론객들은 1960년대의 대학생 반전운동이 월남전쟁의 종식에 기여했었던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이번에는 젊은 학생들의 총기규제 요구가 전국적으로 번져 정치인들이 NR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규제를 고려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NRA와 극우 보수진영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미 폭스 뉴스 등 우파 미디어는 플로리다에서 총기 규제를 부르짖는 학생들 중 몇몇 주동자는 학생이 아니라 좌파 선동꾼인 “연극배우”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진보 성향의 워싱턴 포스트 컬럼니스트 E J 디온 2세의 비관론이 맞다고 본다. 2월 19일자 그의 컬럼 제목은 “총에 관한한 우리는 실패한 국가다”였다. “어떤 정치가 실패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징조는 모두가 시급하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뻔한 해결책이 있는 문제에도 손을 못 대고 있는 무능력이다”라고 그는 갈파한다.
총에 의한 폭력에 관한한 미국은 부패되었고 실패한 국가라는 그의 결론은 여러 학교들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총격에 희생되거나 샤핑센터 등 기타 장소들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살육을 당하더라도 똑같은 정치적 마비가 끊임없이 계속 된다는 사실에 입각되었다.
“부패되었고 실패한 국가들에서는 정치가 거짓말과 잘못된 향방 뿐이다, 총에 관한한 우리의 토론은 거짓말과 핑계의 축적일 뿐이다.”
연방제라 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효과적인 총기 규제가 있으려면 오스트레일리아처럼 강력한 연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NRA의 입김과 부패된 정치세력의 눈치보기로 연목구어라면 총기에 의한 미국 학생들의 피흘림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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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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