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요정 자기토바-메데베데바, 쇼트서 나란히 ‘세계신’
▶ 내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불꽃 튀는 한판대결 기대 만발
러시아의 피겨요정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예브게니 메드베데바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로 첫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AP]
평창올림픽 은반의 여왕이 23일 등극한다. 21일 펼쳐진 여자 피겨스케이팅 숏프로그램에서 세계랭킹 1위 에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와 그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성 알리나 자기토바(15) 등 두 명의 러시아 출신 피겨요정이 나란히 숏프로그램 역사상 역대 최고득점 기록을 수립하며 2위와 1위에 올라 23일 펼쳐질 프리스케이팅에서 불꽃 튀는 한판대결을 펼치게 됐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로 출전한 자기토바는 2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숏프로그램에서 82.92점으로 30명의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종점 최고기록(80.27점)은 물론 이보다 앞서 메드베데바가 갈아치운 세계신기록(81.61)을 다시 경신한 신기록 점수였다.
이날 두 선수는 말 그대로 눈부신 연기로 세계를 매료시키며 이틀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또 한 번의 불꽃 튀는 격전을 예고했다. 총 30명의 선수 가운데 25번째로 연기한 메드베데베가 흠잡을 데 없는 클린 연기로 81.61점의 최고점을 받고 환호한 것도 잠시 28번째로 나선 자기토바가 메드메데바를 2위로 밀어냈다. 예술점수(PCS)는 메드베데바가 38.42점으로 자기토바(37.62점)을 눌렀으나, 기술점수에서 자기토바(45.30점)가 메드베데바(43.19점)을 앞섰고 결국 1.34점차 리드를 안고 롱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에 나서게 됐다.
두 선수는 이날 모두 기술점수를 높이기 위한 난도 높은 구성으로 승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가장 중요한 점프 과제를 연기 시작 직후 첫 번째로 수행하는 반면 이들 두 선수는 점프 과제 3개를 모두 프로그램 후반부에 배치했다. 2분40초가량의 연기 시간 중 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후반부에 점프를 뛰면 기본 점수에 10% 가산점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자기토바는 ‘블랙 스완’(Black Swan)에 맞춰, 메드베데바는 쇼팽의 ‘녹턴’에 맞춰 흡사 발레를 보듯 우아하게 플라잉 캐멀 스핀과 스텝 시퀀스를 수행했다. 후반 들어 메드베데바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루프, 더블 악셀 점프를 뛰었고, 자기토바는 트리플 로츠-트리플 루프,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 점프를 뛰었다.
두 선수 모두 완벽하게 성공했고, 한 손 또는 두 손을 들고 도는 타노 점프로 아름다움을 더했으나 점프의 기본 점수는 보다 난도 높은 러츠 점프를 포함시킨 자기토바가 더 높았다.
결국 우열을 가리기 힘든 완벽 연기 속에서도 기술 점수를 더 챙긴 자기토바가 먼저 기선을 제압했지만 차이가 크지 않고 훨씬 많은 점수가 걸린 프리스케이팅이 남아있어 ‘피겨 퀸’의 영예는 23일 경기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이들에 이어 숏프로그램 3위는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몬드(22)가 78.87점으로 올랐고 일본의 미야하라 사토코(75,94)와 사카모토 가오리(73.18)가 4, 5위에 자리했으며 개인 통산 4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이탈리아의 백전노장 캐롤라인 코스트너(31)가 73.15점으로 6위에 오르는 분전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숏프로그램에서 드러난 기량과 점수를 감안할 때 금메달과 은메달은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 두 러시아 선수간의 대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현재 3위인 오스몬드도 탄력과 완숙함을 갖춘 연기로 클린 프로그램을 보일 경우 의외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 중 한 명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이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이 기록하는 첫 번째 금메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OAR는 22일까지 금메달이 하나도 없이 은메달 4개와 동메달 9개를 얻는데 그치고 있는데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올림픽에서 대회 막판까지 금메달이 없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과거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소비에트 연방 시절 포함)가 가장 금메달이 적었던 대회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3개였으며 자국에서 펼쳐진 2014 소치올림픽 때는 11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물론 러시아는 ICO 징계로 인해 이들이 금메달을 따도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메달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한편 이번 숏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최다빈(18)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클린 연기로 기술점수(TES) 37.54점, 예술점수(PCS) 30.23점을 합쳐 67.77점을 받으며 총 30개 가운데 8위에 올라 24명만이 나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냈다. 최다빈이 이날 기록한 67.77점은 지난 11일 단체전 숏프로그램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고점(65.73)을 열흘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다빈은 김연아를 제외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탑10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은 23일(금) 오후 4시(LA시간)부터 NBCSN과 NBC(채널 4)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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