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또왔네.
아랫목 차지하고 이불 뺏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그 친구 또 왔네. 한동안 보이지 않아 살 것 같았는데 또 왔어. 지난번 왔을 때 환대가 생각이 나서 다시 온 건가 아니면 무언가가 부족해서 더내놓으라고 온 건지 분간이 안 되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 더 차원을 높여 제대로 된 삼계탕, 비프 웰링톤 아니면 샤또브리용, 거기에 롭스터 수푸레 아니면 치킨 고돈 부레, 까짓것 아끼던 30년짜리 Ballantine 위스키와 이번 설날 선물로 들어온 18년짜리 MacCallan 위스키 Amber로 목욕을 시켜?
어떻든 이 친구 나의 하루는 완전히 빼앗을 거고 앞으로 최소한 1주일은 주변에 아른거리며 계속 괴롭힐 거다.
--- 결국 침대신세가 된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데 TV 에서 동계올림픽 영상이 나온다. 별루다. 동계올림픽스는 나한테는 원래 기다릴 정도로 볼만한 게 없는데 눈을 끄는 영상이 하나 나온다.
Chloe Kim 이라는 선수가 나온다. 미국선수로 출전했지만 이름이나 생김새나 한국이 틀림없다. 그러니 신경이 갈 수밖에... 이제 17살. 실제 4년 전에도 출전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어려 이번에 나왔다는 거다. 게임은 Snowboarding.
Hangry!
Hungry 와 Angry 가 합쳐진 단어로 Oxford English Dictionary 가 며칠 전 공식으로 The Word of the Day 로 사전에 입적했다는 새단어다. Merriam-Webster 는 아직 공식으로는 이 단어를 그들 사전에 넣지 않고 있다.
이 단어를 우리 꼬마 클로이 아가씨가 적시에 힛트친 것같다. 그엄청난 금메달을 따기 3분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먹지않고 나와 지금 Hangry 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빨리 아이스크림 먹고싶다고 천진한 어린소녀다운 금메달후 소감도 말한다. 이어 그 소원은 금방 이루어진다. 뉴욕의 모모후쿠 쌈바의 데이빗 장이 추로와 아이스크림을 듬뿍 가져와 꼬마 아가씨는 2개나 꿀꺽한다. 새로운 스타 탄생.
--- 하루 종일 침대위에서 설치며 밤샘까지 했지만 더 이상 침대에서도 안 된다. 누워도 안 되고 앉아도 안 되고 서 있어도 그렇다. 결국 병원행이다. 이것저것 바이탈을 점검하면서 간호사는 말한다. 20년 이상 나의 기관지 계통을 돌보아 주시던 그 의사선생님은 오늘 응급실 파견으로 다른 의사가 나를 진료할거라고. 젊은 여의사가 들어온다. 대타의사(실례).
컴퓨터에 보이는 과거 기록을 보고 청진기로 가슴과 등 뒤 호흡을 점검하고, 귓속 콧속 입천장 목구멍 등등 체크한다. 열도 재고... 그리고 말한다. “리무진 타셔야 되겠네요.” “네?” “리모요.” 휠체어가 나온다. 의사인데 유머가 있네... 안타도 된다는데도 타랜다. 그리고 자기가 리모 쇼퍼가 되겠다고 밀어준다. 마스크 도 하나 채워주고. 이건 완전 호강이다. 내가 뭐 도날드도 아니고 워렌도 아니고 그저 하나의 메디케어 환자에 불과한데 극심한 대접을 받는다. X-Ray 행이다. 그리고 또 또.
결과가 속속 나온다. 노 독감, 노 뉴모니아, 또 노 뭐드라? 노 낫씽. 전부 네거티브다. 다만 그 지독한 그 친구 하나뿐이다. 그 친구 처치하는 것만큼은 나도 의사다. 항생제, 스테로이드, 필요에 따른 진통제. 이상은 처방. 다음은 가래약, 기침약, 그리고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그리고 휴식. 이거면 끝. Chicken Soup 까지 포함해 나머지는 이미 집에 쌓여있으니 완전무장이 된 거다.
--- 생각하니 뿔때가 난다. 말이 1주일이지 실제로 이 친구 때문에 내가 잃는 시간은 2주는 된다. 그래서 홧김에 체인지오브마인드다.
대접을 바꾼다. 최고대신 바닥이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지저분하다는 식당에서 나오는 버리기 직전 음식 찌꺼기 주어다 꿀꿀이죽 만든다. 무허가 비밀 양조장에서 나오는 싸구려 불량 막걸리와 ‘20년대 시카고 알 카포네시대 엉터리 알코올을 구해 섞어 만든 쏘주와 범벅해서 쏘막으로 체인지다.
아니나...? 이 친구 36계플러스다. 신난다.
불끈 쥔 두주먹에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채옥이가 환한 얼굴로 나온다. “인제 우리도 힛트할 단어 하나 만들어야죠?” “당연하지. 다음 주까지 숙제.” “Okay.”
이래서 또 코믹한 하루가 떠난다. 그래서 인생은 메리고라운드다.
<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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