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올림픽 '정치적 상징' 논란 총정리
▶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 헬멧 뒤 '노란 리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출전한 김아랑(24. 고양시청) 선수가 때아닌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그의 헬멧 뒤쪽에 달린 조그마한 ‘노란 리본’ 때문이다.
김아랑은 지난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 출전해 아쉽게 4위를 기록했다. 경기 직후 그의 헬멧과 자켓 등에 달린 노란 리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리본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이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한 회원은 이를 문제 삼았다. 이 회원은 “김아랑의 노란 리본은 정치적 표현”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소한 화면을 캡처해 공개한 것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자국 선수를 신고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여론의 비난은 거세졌다.
일베 회원의 비판 근거는 IOC의 ‘올림픽헌장’ 50조 2항에 있다. 헌장에 따르면 IOC는 모든 올림픽 관련 시설·지역 내에서 정치·인종·종교 차별에 관한 시위나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운동선수가 정치적 논란에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다음에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한 경우 당사자는 최대 선수 자격과 메달 박탈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역대 올림픽에서 실제 징계를 당한 사례도 있다. 한편에서는 IOC가 이미 세월호 참사를 ‘비(非) 정치적 주제’로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IOC가 지난 2014년 4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조정위원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는 논리였다.
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의 ‘정치적인 논란’은 해마다 반복돼 왔다. 그동안 사례를 통해 김아랑의 ‘노란 리본’이 해프닝으로 끝날 지,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지 판단해 보자.
■ 마라톤 골인 지점서 팔로 ‘X’ 표시했다가 망명까지 한 사연
2016 리우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페이사 릴레사(26) 선수는 골인 지점에서 팔로 ‘X자’를 표시했다 자국의 체포·고문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릴레사의 ‘X자’ 표시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 시위 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에티오피아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인한 피해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한 일촉즉발 상황. 그는 시상식장에서 다시 한 번 ‘X자’를 나타낸 뒤 “나는 이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들이 나를 죽이거나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IOC가 그의 메달을 박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메달은 그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그는 올림픽 직후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해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 희생자 기리는 ‘검은 밴드’ 착용은 금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자국에서 일어난 유혈 시위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검은 밴드’를 착용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IOC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진압 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소한 25명이 사망했고 241명이 부상당했다.
이와는 별개로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자신의 동생 죽음을 기리는 검은 밴드를 경기 때 착용했다나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 ‘독도는 우리땅’ 피켓 들었다가 동메달 박탈 위기
2012 런던올림픽에서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손 피켓을 펼쳐 들었다가 메달을 박탈당할 뻔했다. IOC는 이를 정치적인 세리머니로 판단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박종우는 메달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나중에 메달은 어렵게 돌려받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일본 체조 국가대표들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나왔지만 IOC 측은 “표현의 자유”라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 흑인차별 반대 ‘블랙파워 경례’했다 메달리스트들 모두 불이익
앞서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는 미국 육상 200m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리스트 존 카를로스가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블랙파워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메달을 박탈당했다. 두 선수는 메달 시상대에서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려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했지만 다음 날 숙소에서 쫓겨나고 메달도 빼앗겼다. 두 선수는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미국육상연맹에서 제명당하기도 했다.
은메달을 딴 호주의 피터 노먼 선수도 이 세리머니에 동참해 관련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가 호주 육상계에서 배척을 당했다. 그는 호주 육상 신기록 보유자임에도 이후 올림픽 출전 등에서 차별을 당해야 했다.
■ 독도도 안 돼, 이순신 장군도 안 돼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독도와 이순신 장군이 ‘정치적 상징’ 도마 위에 올랐다. 12년 만의 남북 단일팀과 함께 재등장한 한반도기에서 ‘독도’는 정치적인 논쟁이 있는 사안이므로 제외해 달라는 IOC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의 경기 출전곡인 ‘아리랑’에서도 ‘독도’가 포함된 가사가 논란이 돼 결국 3초 가량이 삭제되기도 했다.
또한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맷 달튼 선수 헬멧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 역시 ‘정치적 상징’이라며 지울 것을 요구받았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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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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