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주식시장에 관해 말할 때에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룰이 있다.
첫째는 주식시장이 곧 경제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규칙은 주식시장이 곧바로 경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세 번째 규칙도 이와 동일하다.
따라서 단 며칠간의 주가급락은 그 자체로 별 의미가 없다.
(지난 금요일 다우가 악마의 숫자라는 666포인트 빠진 것과 관련해 어떤 사악한 힘이 개입했다거나 666 핍스 애비뉴에 대한 쿠슈너 일가의 형편없는 투자와 뭔가 신비로운 연관이 있음을 암시하는 넋 나간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주가하락에 그럴만한 경제적 배경이 있다고 가정하지 말라.
1987년 주식시장 붕괴 당시 경제전문가인 로버트 쉴러는 투자 동기에 관한 실시간 서베이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시장붕괴는 본질적으로 순수한 자기 충족적(self-fulfilling) 패닉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들은 뉴스보도를 접한 뒤 주식가치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바꾸고 매각을 자제했다. 반면 매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내던지는 것을 보고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투매 대열에 가세했다.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주가하락이 경제의 미래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는 가정도 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폴 사무엘슨은 주식시장이 지난 다섯 차례의 경기하강 가운데 아홉 번을 예측했다고 비아냥 댔다. 빗나간 예측이 많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987년의 주식시장 붕괴는 경기침체가 아닌 튼튼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시장 동요는 우리로 하여금 경제 전망을 눈여겨보게 만든다.
그리고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은 최소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수 가능한 증거는 향후 10년간 성장률이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수하들이 거듭 약속한 연간 3%가 아니라 1.5%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의 또 다른 시사점은 주식 뿐 아니라 장기 채권과 부동산 등 위험자산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과대평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비트코인 광풍에 한참 앞서 발생했던 2000년도의 닷컴 거품이라든지 2006년의 주택시장 거품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표준지표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정상수준보다 훨씬 위에 위치하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정상으로의 회귀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번에는 주가급락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주가를 끌어내린 새로운 소재가 있다면 그것은 금요일에 나온 고용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근로자 임금이 거대한 폭은 아니지만 상당 폭으로 오른 사실을 보여준다. 임금상승은 좋은 일이다. 사실 이제까지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것은 오바마 행정부시절 초반에 시작된 인상적일 만큼 견고한 경제회복에서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다는 상당히 강력한 증거를 목도하고 있다. 낮은 실업률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직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현상이다. 게다가 이제 임금까지 오르면서 근로자들의 협상력 역시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모두 좋은 소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향후 미국의 경제성장이 실직자들의 재취업으로부터 나오지 않으리라 단언할 수 없다.
경제성장은 잠재적 인력 풀(pool) 확대, 혹은 생산성 증가에서 나와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미국 근로연령대 인구 증가, 특히 가장 노동력이 왕성한 연령대의 증가는 둔화됐고 생산성 증가는 실망스러웠다. 이들 두 가지 요인은 경제가 트럼프가 약속한 것보다 절반가량의 속도로 성장할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은 트럼프를 신뢰하는가? 최소한 트럼프와 그 수하들은 미국경제가 아직도 상당한 성장 여력을 갖고 있는 듯 행동해왔다; 이런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높은 이자율과 낮은 주가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성장둔화보다 훨씬 나쁜 그 어떤 것이 아닐까?
현재 자산 가격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주식가치를 측정하는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계측기는 현재의 주가를 15년래 최고치로 평가한 반면 이와 개념적으로 유사한 다른 척도는 주택가격 상승폭이 시장거품 붕괴로 정점을 찍었던 당시의 절반 수준임을 보여준다.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이들 두 개의 숫자는 그다지 우려스럽지 않다: 주가는 2000년 당시처럼 지나치게 높지 않고 주택도 2006년만큼 과대평가되지는 않은 상태다.
반면 둘을 합쳐놓고 보면 얘기다 달라진다. 이번에는 두 시장 모두가 열을 받은 상태다.
이는 최소한 1980년대 말 일본을 강타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 동시 거품붕괴를 뜻하는 더블-더블의 재연 가능성을 제기한다. 일단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반면 저축은 거의 없는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 정책결정자들을 신뢰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까지는 여전히 관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걱정스런 대목이다.
트럼프가 시장의 경고등이 깜빡이기 직전 가장 탁월한 역대 연방준비제도의장 가운데 한 명을 교체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재닛 옐런의 후임인 제롬 파월은 합리적인 인물인 듯 보인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 현재로선 전혀 알 수가 없다.
한편 다보스 포럼에서 “나는 이곳이 글로벌리스트(globalists)의 집합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는 현 재무부장관은 역대 재무장관들 가운데 가장 전문적 식견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문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직 단언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최악의 지도자들에게 위기관리를 맡겨 놓은 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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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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