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윤종·황충금 한반도기 입장에
▶ 3만5,000석 올림픽스타디움 함성
‘남남북녀’ 기수인 원윤종(봅슬레이)과 황충금(아이스하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3만5,000석의 강원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이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국 정상,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정상급 인사들, 그리고 각국의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따뜻한 손 인사로 12년 만의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을 환영했다. 남북의 올림픽 공동입장은 지난 2000년 시드니 하계, 2004년 아테네 하계, 2006년 토리노 동계 대회에 이은 역대 네 번째. 남북이 아리랑 선율 속에 92개 참가국 중 맨 마지막에 입장하는 이 장면을 전 세계 3억5,00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세 번의 도전 만에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식을 열고 축제의 시작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이날 개막식의 주제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 강원도의 다섯 아이들이 이끄는 모험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고 원형 무대에 촛불로 그려진 비둘기는 오륜 마크로 변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 오륜을 표현하는 데 1,218개의 드론이 활용됐다. 관객들은 때로 숨죽이고 때로는 흥겨운 몸짓으로 공연에 참여하며 3,000여명의 출연진이 수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 준비한 2시간여를 오롯이 즐겼다.
성화 최종 점화자는 예상대로 ‘피겨퀸’ 김연아가 맡았다. 관중석 상단의 미니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정수현으로부터 불꽃을 이어받아 ‘달항아리’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30개의 링을 통해 연결되는 점화 방식은 열흘 전 외신 사진을 통해 잠깐 유출돼 논란이 있었는데 이 방식 그대로 진행됐다.
이번주 들어 한파가 절정에 이르면서 ‘지붕 없는 개막식장’에 대한 우려가 올림픽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이날은 하늘이 도운 듯 날씨가 한층 풀렸다. 개막식 진행과 관람에 무리가 없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영하 4~3도 정도가 유지됐다. 2016리우하계올림픽에서 상의를 벗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통가의 근육남’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는 이번에도 상의를 입지 않고 입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조직위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개·폐막식에 700억원만 들였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의 10분의1 수준. 초라한 개막식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과 달리 아날로그 감성을 첨단 기술로 구현하는 기획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증강현실(AR)·5G·드론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함께 보여줬다.
남북이 함께하는 장면에는 더욱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개막식 식전공연 무대에 올라 강렬한 기합과 함께 시범을 보이자 외국 관객들도 탄성을 내질렀다. 선수단 공동입장 때는 관람석 한편에 자리 잡은 북한 응원단 또한 열렬하게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남북 선수들은 한데 섞여 걸어가며 관람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보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공식연설에서 “한국과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은 ‘하나 된 열정’을 슬로건으로 오는 25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에 대한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서경 평창 패널(자문단)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공연평론가)는 “개막식을 연출한 양정웅 총연출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답게 미래·내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아이들을 시종일관 등장시키며 젊고 패기 넘치는 대한민국의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며 “드론과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해 하이테크놀로지 강국인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한편 전통연희와 K팝(선수단 입장 때 배경음악으로 사용)까지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련되게 드러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2002한일월드컵 개막식 총연출, 1988서울하계올림픽 전야제 총연출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연출했던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는 “저예산으로 효과적인 무대를 만든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도 “우리의 전통연희 형식이 가진 파워나 역동성을 놓친 부분, 무대와 객석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평창=양준호·서은영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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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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