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건축박물관 (The National Building Museum)
박물관 내부에 있는 그레이트 홀.
-6만8천점의 건축도면
집짓기 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손을 사용하고 또 상상력을 동원하는 놀이이기에 반갑기만 한 놀이이다. 이 글을 읽는 분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진흙으로 집짓기를 해본 경험을 가진 이도 있고, 나무 블록으로 해본 이도 있고, 레고에서 상품화하여 나온 것으로 집짓기 놀이를 해본 이도 있을 게다.
그 추억을 되살려볼 만한 박물관이 워싱턴 DC에 있다. 건축에 관한 박물관인데, 두세 살의 어린이로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경과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국립건축박물관(The National Building Museum)이 그것이다. 7만5천 점에 이르는 사진, 6만8천 점에 이르는 건축도면과 그림, 4천5백 점에 이르는 관련 물품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에 일부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건물 길이만 122미터
쥬디시어리 스퀘어 전철역을 나오면 정면에 높다란 붉은 벽돌로 된 건물을 만난다. 이것이 국립건축박물관이다. 먼저 건물 자체에 대해 알아본다.
이 건물은 남북전쟁에 참전하였던 메이그스(Montgomery C. Meigs) 장군이 1882년~1887년에 건축한 건물이다. 외관 크기는 길이 400피트(약 122미터)에 폭 200피트(약 61미터)이니까 상당히 큰 건물이다. 1천5백5십만 개의 벽돌과 테라코타 장식으로 만들어진 건물. 건물 외벽에 띠 모양의 북군 부조 장식이 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1,200푸트(약 366미터)나 된다.
건물 안에는 중앙에 분수가 있는 커다란 홀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름이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다. 길이 316피트(약 96미터), 넓이 116피트(약 35미터), 높이 159피트(약 48미터)의 규모이니 그레이트라는 표현이 그다지 과장된 것은 아닌 셈이다.
높이 159피트는 15층 높이와 맞먹는다. 그리고 그 홀에는 8개의 높다란 기둥이 있다. 높이 75피트(약 23미터), 직경 8피트(약 2.4미터), 둘레 25피트(약 7.6미터). 기둥마다 7만 개의 벽돌로 만들었고 벽돌로 외장을 마감했다.
이 기둥의 건축양식은 코린트 양식 기둥(Corinthian columns)이다. 그리고 1층에 있는 72개의 기둥은 도리아 양식(Doric)이고, 2층에 있는 72개의 기둥은 이오니아 양식(Ionic)이다. 결국 그리스 건축의 세 가지 양식을 모두 만나는 것이다.
국립건축박물관 외관(왼쪽)과 외벽에 있는 북군 부조.
-1층의 수집품 전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레이트 홀에 있는 레고로 만든 박물관 모형을 보게 되고 그 뒤의 안내대로 가서 입장료를 내고 팔찌를 받아서 착용하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1층에서는 먼저 가는 곳은 최근 수집품 전시장(Cool& Collected: Recent Acquisitions)이다. 세계 유명 건물 백여 개를 한 장의 그림에 그린 커다란 그림을 지나면 종이로 만든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의 종이 모형이 전시되어있다.
여기가 이름하여 ‘80개 종이 모형으로 하는 세계 일주’ 공간. 퍽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 종이 건축물 모형 모음인데, 여기에 우리의 전주 축구장 모형 책자가 벽에 전시되어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렸다는 것과 천장이 우리의 전통 부채 모양과 같다는 설명까지는 좋은데 지명 표기를 잘못했다. Jeonjn으로 적혀 있다. 마지막 철자인 n은 u로 표기해야 하는데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 전시장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루살렘에 있는 현존하는 이슬람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황금사원(Dome of the Rock)과 같은 유명 건물을 퍽 많이 만날 수 있다. 그 옆에는 조각가 레이먼드 카스키(Raymond Kaskey)의 공간. 워싱턴 DC의 제2차 세계대전 기념공원의 조형물을 만든 사람. 청동 조형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준다.
-아이들 위한 집짓기 놀이터
다음은 집짓기 놀이터(Building Zone). 두 살에서 여섯 살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데 다양한 집짓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건축에 친숙해지게 하는 곳이다. 보호자가 함께해야 한다.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올라가는 계단이 반짝거린다. 계단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밟으면서 올라가 만나는 첫 번째 전시장은 집과 집(House& Home). 다양한 집의 사진과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모형도 있고. ‘당신이 있는 그곳이 바로 집(Where Thou art-that-is Home)’이라는 에밀리 디킨슨의 글귀가 보인다.
그 옆방에서는 집을 지을 때 기틀을 만드는 여러 형식을 보여주고 그 건너편에는 집 안에서 사용했던 옛날 물건들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9세기 손재봉틀, 1830년의 결혼증명서, 라디오/tv/전축이 모여 있는 1950년대 엔터테인먼트 센터, 1930년대의 쿠킹 스토브 같은 것들이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화배우 파라 파셋(Farrah Fawcett)의 1976년도 포스터인데 무려 1천2백만 장이나 팔렸단다.
건축 놀이터. 통나무집 만들어보기.집짓기 놀이 장난감(윗줄 왼쪽부터).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입체카드 두 장(아래).
-2층의 방 꾸미기와 집짓기 체험장
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전시장은 방 꾸미기(Making Room: Housing for a Changing America).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알아본 한 후 콜롬보(Pierluigi Colombo)가 선보이는 1,000 평방피트에 만든 견본주택인 The Open House을 보게 된다. 알뜰한 공간 사용에 더해진 뛰어난 미적 감각이 여자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그중의 백미는 벽에 붙어있던 유리벽을 앞으로 꺼내서 만드는 샤워장이 아닐까 한다. 이 전시는 올해 9월 16일까지만 열린다.
2층에서 세 번째로 가는 곳은 집짓기 체험장(PLAY WORK BUILD). 들어서면 다양한 집짓기 놀이를 위한 장난감이 전시되어있고 그 뒤에는 여러 모습으로 집짓기 놀이를 할 수 있는 네 구역이 기다리고 있다. 작은 장난감, 조금 큰 장난감, 많이 큰 장난감이 있어서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서 집을 지어볼 수 있다. 끝에는 하이테크를 이용해서 몸으로 건축물을 움직여보기도 한다.
-건축 기념품점
전시장 구경이 끝났다고 바로 박물관을 나서지는 말자. 기념품점에 들러보는 것이 아직 남아있다. 기념품을 살 생각이 없다고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기념품점은 단순히 기념품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책을 비롯해서 그 박물관과 관련된 수많은 상품들이 진열되어있다. 그 박물관의 다른 모습을, 어쩌면 더 생생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국립건축박물관도 그렇다. 무척 넓은 공간에 건축에 관한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있으므로 꼭 들러보기를 바란다. 고국에 있는 45년 된 친구에게 보낼 카드를 여기서 구입했다. 워싱턴 DC의 유명 건물을 입체로 표현한 카드인데 그는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 요사이 젊은이들 말로 ‘득템’.
박물관 중에서 다양한 연령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박물관이 많지 않은데, 국립건축박물관은 아주 어린 아기까지 즐기면서 배우는 곳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아이 또는 손주들의 손잡고 놀이와 학습이 어우러진 건축박물관으로 한 번 나서보시기를.
방문 정보
●주소 : 401 F Street NW, Washington, DC 20001
●인터넷 : www.nbm.org
●개관시간 : 월-토 오전 10시 - 오후 5시, 일 오전 11시~ 오후 5시
단, 집짓기 놀이터(Building Zone)는 오후 4시 폐관
●입장료 : 10달러(60세 이상/ 학생(학생증 제시)/ 3세-17세는 7달러, 2세 이하 무료)
* 그레이트 홀(Great Hall), 역사 건축 투어, 기념품점, 카페는 무료입장
●전철 : 쥬디시어리 스퀘어역(Judiciary Square Station, 레드 라인) 바로 앞 갤러리 플레이스-차이나타운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투어 : 무료 (매일 일정이 다르므로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 바람)
●기타 :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 곳이 많으므로 주의해야함. 아주 높은 곳에 있는 작품들이 있으므로 망원경을 가져가면 도움이 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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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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