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여러가지 일로 상당히 바쁜 하루였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콜빈런 초등학교에서 구호 식량을 팩키지 하는 봉사활동이 있었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의 랭리 피라밋 안에 속한 7개 학교들이 그동안 모금한 기금으로 구입한 식량인데 무려 10만끼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저녁에는 페어팩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카운티 학생들 가운데 관현악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정해 축하하는 리셉션에도 참석해야 했다. 그리고 그 후 비엔나 로타리 클럽의 자선기금 모금 행사에도 들렀다.
그래도 낮에는 두세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 바둑 동호인 모임에서 잠깐 바둑 한 판을 두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 날 참석했던 여러 행사들 중 가장 이른 시간에 있었던 것은 마운트버논 디스트릭트 타운미팅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들었던 덕담이 나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주었다.
마운트버논 디스트릭트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9개 디스트릭트 중 하나이다. 디스트릭트 내의 주민들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수퍼바이저를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타운미팅은 이렇게 선출된 수퍼바이저가 주관하는데, 마운트버논의 경우 올해가 31번째 연례 타운미팅이었다. 이 미팅은 제리 하일랜드(Gerry Hyland) 전 수퍼바이저가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1988년부터 28년간 수퍼바이저로 일하다가 2015년 말에 은퇴했다. 그가 재임 중이었던 28년간 매년 열어왔었고 그 후에는 현 수퍼바이저가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날 올해 3월 말로 은퇴하는 얼 플래내건(Earl Flanagan) 마운트버논 디스트릭트 플래닝 커미셔너에게 감사를 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플래닝 커미셔너는 수퍼바이저가 임명하는데, 카운티의 각종 개발계획에 대해 1차적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인 플래닝 커미션의 멤버이다. 디스트릭트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래내건 씨는 전 디스트릭트 수퍼바이저인 하일랜드 씨가 임명해 2007년부터 일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선 이 분이 나이가 93세라는 것이다. 그러니 플래닝 커미셔너로 처음 임명을 받았을 때 이미 나이가 80이 넘었다는 뜻이다. 80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임명 되고 또한 수락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보기 드믄 일이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플래내건 씨와 하일랜드 전 수퍼바이저가 1991년 수퍼바이저 선거에서 경쟁자였다는 것이다. 당시 하일랜드 씨는 현역 민주당 후보로 4년 임기의 수퍼바이저 자리에 재선 출마한 상태였는데 플래내건 씨가 공화당 후보로 도전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선거에서 하일랜드 후보가 재선에 성공해 나중에 7선까지 이룰 수 있었다. 그 후 플래내건 씨는 또 다시 공화당 후보로서 그 지역 민주당 출신 주 상원의원에게 도전했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공화당원이 분명한 플래내건 씨를 민주당 소속 하일랜드 전 수퍼바이저가 플래닝 커미셔너로 임명했다. 그에게는 당적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은퇴를 축하하고 그 동안의 봉사에 감사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하일랜드 씨가 타운미팅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둘이 단상에서 나눈 덕담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하일랜드 씨는 자기가 플래내건 씨를 임명했을 때 당연히 충분한 자격이 있기에 임명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와 경쟁을 벌였던 선거에서 만약에 플래내건 씨가 당선되었더라면 그는 수퍼바이저 일도 잘 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플래내건 씨는 자신이 수퍼바이저 자리에 도전한 것은 하일랜드 씨가 일을 잘 못해서였다기 보다는, 자신도 수퍼바이저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리고 하일랜드 씨는 훌륭한 수퍼바이저였다고 치하했다. 이렇게 81세의 은퇴한 수퍼바이저와 곧 은퇴할 93세의 플래닝 커미셔너가 주고 받는 덕담을 들으면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 라는 격언들이 생각났다. 나도 좋은 말만 하고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찾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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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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