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또 속았다. 그런거 없다. 반달만을 떠나서라도, 추억이라는 뭐 그런거 없다. 그렇지만 아쉬운대로 뭐 조그마한 추억하나 없는사람 없겠다만 그래도 추억하면 만인이 공감하고 소설에 나올만한 그런게 뭐 추억다운 추억이라 하지않을까?
“소설도 소설 나름이지요,” 기다렸다는 듯 채옥이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다 있고 아주 아름다운거죠.” 아주 엄숙히 말한다. 한마디만 실수해도 채옥이는 그걸 못본다. “그래 좋다, 나도 추억이란거있다. 뭐 옛날일 생각하면 그게 결국 추억이지.”
먹거리 추억을 하나 꺼내본다. 헌데 이상한건 70년대 80년대에는 하루하루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하프문 베이에 가서 생선 몇 마리 잡던가 사오던가 그런거 일도 아니었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런데를 갔었는지 까마득하다. 어델간다 하면 이것저것 계산도 되고 트래픽도 생각하고 어떻든 행동 보다는 주판을 먼저 두들기고본다.
Half Moon Bay.
산호세에서 꼬불꼬불 산길따라 약 40마일을 가다보면 넓고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싱싱한 Halibut이 있던가하면 Dab 중에도 황제인 Sand Dab이 있었다. 그걸 몇 마리 사다가 깨끗이 처리해서 버터와 소금 그리고 후추만 잘배합해서 자글자글 프라이팬에 지지고볶은후 요리한 팬에 붙어있는 Brown Bits 에 다진 shallot 을 넣고 함께 볶으면서 하얀 포도주를 약간 따른다. 이어 버터와 chicken 이나 beef broth를 넣어 휘젓는다. 이것들이 서로 싸움박질하며 방울방울 끓다가 방울이 사라질 때 쯤 버터를 또 넣는다, 그리고 이소스를 생선위에 부우면서 레몬 쥬스 한두방울과 파슬리로 마지막 장식을한다.
유명하다는 식당 필요없다. 한잔의 포도주를 반주로 이걸 먹으며 혼자 감탄한다. 이보다 더 맛있게 만드는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친다.
그래도 바닷가에 간김에 찾을곳이 있다면 Barbara’s Fishtrap이 있다. 엉성한 mobile home 같은 그런 식당이 땅 끝 절벽에 매달린 듯 물위에 매달려 있다. 비좁고 식탁들도 엉망이다. 하지만 미국 40째안에 드는 fish restaurant 이라고 어느 여행잡지는 지적한다. 어떻든 누가 뭐라는 그런걸 다 떠나서 그식당의 생선 튀김은 일품이다. 특히 조개 튀김.
다음은 산타 크루즈.
반달만에서 남쪽으로 역시 40마일 거리다. 산타 크루즈의 먹거리 추억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전복이다. 자연산이 아닌 양어장에서 자라는 손바닥만한 전복. 자주 가서 사오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전복이 없단다. 일본의 어느 회사에서 매년 자라는 전복을 통째로 매입해서 일반 소비자에게는 팔것이 없단다.
그런데 몇주전 SF 크로니클에서 보았다. 산타 크루즈에서 바다를 끼고 프리웨이 1번을 따라 약 12마일 북쪽 Davenport라는 어촌에 American Avalone Farm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옛날 그것같이 주먹만한 전복이다. 한번가서 추억을 만들 계획이다. 어쩌면 이게 그때의 그 양어장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쪽으로 다시 1번도로를 타고 먹거리 유람을한다. - <유람선을 탔더라면 쬐끔 낭만적이었으련만> - 왓슨빌을 지나 모스 랜딩이 나온다. PG&E 발전소 굴뚝이 꼭 첨성대 같다는 느낌이다.
Moss Landing.
막상 왔다만 첨성대 빼놓고 뭐 볼게없다. - 첨성대 자체도 옛날 그런 첨성대가 아니다. 많이 낡았다. 볼품도 사라졌다. - 채소가게 하나 그리고 먹거리 식당 하나? 둘? 아, 하이웨이 길옆에있는 이먹거리 식당은 약간 실례하고 길에서 빠져나와 선창쪽으로 들어간다.
Phil’s Fish Market.
이게 진짜다. 그옛날 몬트레이 MPC(2년제 대학) 다닐때도 자주 왔던곳이니 역사가 50년은 훌쩍넘는 식당일꺼다. 먹거리 추억 여행인만큼 제대로 찾아온거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찾을 메뉴는 Cioppino다. 여기에 생선튀김 하나면 끝. 끝이다. 더 이상 메뉴는 존재할 수 가없다. 찾을 필요가 없다.
반달만의 추억.
그런거 없다. 그러나 소설 제목이라 생각한다면 ‘쨩’ 이랄까 ‘왔다’ 랄까 아주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건 내꺼다.
<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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