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사진, 원작 크기 158x560in.,1955
멕시코 모더니즘의 기수, 새로운 라틴미술의 창시자라 불리는 루피노 타마요 Ruffino Tamayo(1899-1991). 그는 인디오 출신으로 멕시코의 전통과 현대미술의 감각을 잘 융합시킨 화가이다. 멕시코 남부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모 슬하에서 자란 그는 미술 공부를 독학했다. 22세에 멕시코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민속적인 주제와 유럽 현대양식을 결합한 그림을 그렸다. 이때는 타마요가 멕시코적인 작가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다.
1924년, 그는 뉴욕에서 인상주의, 입체파, 야수파의 전시를 보고 아방가르드의 인사들과 교류하며 피카소, 브라크, 마티스를 수용한다. 그 뒤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멕시코적인 주제로 벽화에 심취했다. 멕시코 미술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것은 이 벽화운동이다.
타마요는 사회주의에 입각한 벽화의 3대 거장 디에고, 오로스코, 시케이로스와 지향하는 작품세계가 달랐다. 그는 이념적 회화양식을 비판하고 순수한 시각적 요소와 고대 멕시코 문명의 소생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민족주의가 선전선동적인 측면으로 이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타마요의 신념이 이단시 되면서 타마요는 멕시코를 떠나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에 정착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30년대부터 정기적인 작품 발표를 가지며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 뒤 순수추상화로 파리, 도쿄의 개인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자 그를 비난했던 멕시코조차 위대한 화가로 재평가했다. 그는 정치적 주제보다 추상적이고 서정적인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1950년 베니스 비엔날레 명예훈장, 195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대상을 받고 드디어 1960년 멕시코에 영구 정착했다.
이 전시는 타마요의 뉴욕 시절 작품을 선보인다.
➊ oil on canvas, 36 x 26 in.,1946 ➋ gouache on paper, 15 x 22 in.,1936 ➌ oil on canvas, 22 1/4 x 26 3/8 in.,1935
1920년대 후반부터 1949년까지 작업한 작품 중 공공기관과 개인 소장품 41점이다. 전시 작품은 대부분 유화이며 화면 가득 멕시코 인디언의 전통이 짙게 흐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카니발> <가족> <연인들> <가련한 소녀> 등이다.
그의 작품은 일찌기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거래되고 있다.
그는 미국 내에 벽화도 많이 남겼다. 도식적이며 세련된 기하학적 구성과 미려한 색채의 조화를 이룬 매사추세츠 스미스 대학 도서관 벽화, 휴스턴 사우스웨스트 뱅크의
, 유네스코 본부 벽화는 유명하다.
또한 그는 평생 쉬지 않고 판화작업을 해왔다. 1920년대 초기에는 목판화로 멕시코 인물상을 표현했고, 전통 민속악보집의 삽화와 다양한 색채카드를 판화로 제작했다. <달과 인간의 조화>는 그의 목판화 중 걸작으로 꼽힌다. 88 서울 올림픽 아트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전통적인 이야기를 판화로 재해석한 첫 번째 작가라 할 수 있다.
멕시코 고대 문명과 민속적 요소를 근대적 조형언어와 접목시킨 타마요는 풍부한 색감과 촉각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작품은 찬란한 문명을 일군 멕시코의 문화적 활력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300여년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겪은 멕시코의 현대미술은 벽화미술로 대변된다. 민중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한 멕시코미술의 미학은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미국, 구소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의 세계미술로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타마요의 작품 세계는 이념의 색채를 떠나 서정성과 인간의 감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이를 통해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➍ oil on canvas, 20 3/8 x 34 3/8 in.,1937 ➎ oil with sand on canvas, 39 7/8 x 29 7/8 in.,1946 ➏ oil on canvas, 48 1/8 x 36 1/8 in.,1937 ➐ oil on canvas, 28 3/4 x 33 in.,1925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KBS, 월간 미술경제지 ART PRICE, 월간 대전예술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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