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라델피아,‘NFL 최강 다이너스티’ 뉴잉글랜드 잡았다
▶ 경기 내내 뚫리던 디펜스, 막판 결정적 플레이에 웃어
필라델피아 선수들이 경기 마지막 플레이에서 뉴잉글랜드의 패스를 저지해 승리가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AP]
패배 확정 후 필드에 주저앉은 탐 브레이디. [AP]
NFL 역사상 최고의 다이너스티가 무너졌다. ‘언더독’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쿼터백 닉 폴즈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감독 덕 피더슨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앞세워 거함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를 침몰시켰다.
지난 4일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의 US뱅크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수퍼보울 LII(52)는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 박진감 넘치는 격전의 연속으로 펼쳐졌다. 필라델피아가 41-33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특히 양팀 오펜스들의 파괴력이 돋보였다. 양팀은 이날 합쳐 1,000야드가 넘는 오펜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수퍼보울은 물론 모든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필라델피아의 디펜스는 정규시즌 내내 리그 최강의 유닛 중 하나였지만 수퍼스타 쿼터백 탐 브레이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 디펜스 앞에선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브레이디는 이날 505야드 패싱으로 수퍼보울 최다 패싱야드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라델피아 디펜스는 경기 막판 이날 승부를 결정한 펌블 턴오버를 이끌어내며 브레이디를 무릎 꿇리고 웃을 수 있었다. 필라델피아가 38-33으로 다시 앞서가는 터치다운을 뽑아낸 뒤 이어진 뉴잉글랜드 공격에서 브레이디는 2분21초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자기 진영 25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커리어 통산 54차례나 4쿼터 역전 드라마를 쓴 브레이디에게 2분21초라는 시간은 어쩌면 너무 많은 시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너무 빨리 득점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필라델피아에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적당히 시간을 사용해가며 75야드를 전진, 터치다운을 뽑아낸다면 이번에도 롬바디 트로피는 브레이디와 뉴잉글랜드의 품에 안기는 것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첫 플레이에서 브레이디의 패스로 8야드를 전진한 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뉴잉글랜드의 오펜시브라인을 상대로 단 하나의 쿼터백 색(sack)이나 턴오버도 뽑아내지 못했던 필라델피아 디펜스가 다음 플레이에서 한 번에 그 두 가지로 모두 이뤄낸 것이다. 패스 러시에 나선 디펜시브엔드 브랜든 그램이 오펜시브라인맨의 저항을 뚫고 패스를 던질 채비를 하던 브레이디의 오른손에 있던 볼을 쳐 떨어뜨렸고 이를 동료인 데렉 바넷이 잡아낸 것이다. 쿼터백 색에 펌블로 공격권이 필라델피아로 넘어오면서 순식간에 승부의 저울추가 필라델피아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경기 내내 브레이디의 패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필라델피아 디펜스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하나의 플레이로 모든 것을 만회하고 팀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부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가 필드골을 추가, 리드를 8점차(41-33)로 벌렸지만 남은 1분5초의 시간동안 뉴잉글랜드가 터치다운에 성공하고 2포인트 컨버전을 성공시킨다면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킥오프에서 뉴잉글랜드는 킥오프 리턴 실패로 자기 진영 9야드 라인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실상 마지막 기적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하지만 브레이디의 패스 3개가 연속 불발된 뒤 4번째 패스로 퍼스트다운을 뽑아내 희망을 이어간 뉴잉글랜드는 잇달아 브레이디의 패스 2개로 자기진영 49야드 라인까지 전진하며 한가닥 기적 가능성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종료 9초를 남기고 시도한 마지막 플레이에서 브레이디의 헤일 매리 패스가 필라델피아 엔드존에서 여러 선수의 손에 맞은 뒤 그라운드에 떨어지면서 승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2쿼터 종료 38초를 남기고 나왔다. 15-12로 앞서있던 필라델피아는 전반 마지막 공격에서 뉴잉글랜드 1야드 라인까지 전진해 터치다운을 눈앞에 뒀으나 서드다운 패스를 실패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몰렸다. 여기서 필드골을 시도한다면 어렵지 않게 3점을 보태 18-12로 앞선 채 해프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고작 1야드 앞으로 다가온 터치다운 찬스를 포기하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러나 터치다운을 얻기 위해 다음 4번째 다운에서도 공격을 시도하다 실패할 경우 단 한 점도 건지지 못하게 되고 이 경우 뉴잉글랜드에 모멘텀을 빼앗기게 될 위험성이 컸다. 아직 후반이 모두 남아 있기에 웬만한 감독이라면 불확실한 터치다운을 노리느니 안전하게 필드골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덕 피더슨 감독은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경기 전 “(터치다운 찬스에서) 필드골을 차서는 브레이디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던 그는 곧바로 타임아웃을 부른 뒤 비장의 트릭 플레이를 주문했다. 필라델피아 플레이북에서 ‘필리 스페셜’로 명명된 이 플레이는 쿼터백 대신 러닝백이 센터로부터 디렉트 스냅을 받은 뒤 동료에게 볼을 토스하고 볼을 받은 선수가 상대 디펜스의 레이더망에서 사려져 있던 쿼터백에게 패스를 연결시킨다는 플레이였다.
그리고 이 플레이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성공했다. 쿼터백 폴즈가 플레이 시작직전 슬며시 오펜시브 라인 바로 뒤쪽으로 걸어 나간 직후 센터의 스냅을 받은 러닝백 코리 클레멘트는 왼쪽에 있던 타이트엔드 트레이 버튼에게 볼을 토스했고 버튼은 곧바로 노마크 상태로 엔드존에 있던 폴즈에게 패스해 터치다운을 뽑아냈다. 수 분전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했던 뉴잉글랜드는 쿼터백 브레이디가 볼을 잡지 못하면서 실패했던 반면 필라델피아는 완벽하게 성공했고 10점차 리드를 잡은 필라델피아 선수들은 본격적으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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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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