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의 개막식날 대관령 영하 14도
▶ 방한세트 주지만 담요 준비 필수
평창올림픽 모의 개막식이 시작된 지난 3일 오후8시.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는 대관령면 횡계리의 기온은 영하 14도를 찍고 있었다. 초속 3m의 북서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행사 종료 무렵에는 바람이 조금 더 강해져 체감온도는 영하 22.5도를 가리켰다.
이날 개막식 리허설에는 자원봉사자와 출연진 가족, 지역 주민 등 2만여명이 무료 초청됐다. 무료 티켓이 인터넷에서 10만원 안팎에 거래돼 화제가 됐던 리허설은 주변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만큼 뜨거운 관람 열기를 보였다. 관람객들은 대관령 한파를 적게는 2시간여, 길게는 3~4시간씩 견뎌야 했다. 워낙 춥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개인 방한 대책이 나름 철저했던 덕분에 저체온증 등의 사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견딜 만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추위를 견디다 못해 중간에 돌아간 관객도 상당수였다.
◇실외 개막식은 평창뿐이다?=지붕도 없이 뻥 뚫린 구조의 3만5,000석 규모 개·폐막식장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말이 많았다. 한때 평창에 비해 따뜻한 강릉의 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평창 주민의 반대에 부닥쳤다. ‘빙상 종목도 죄다 강릉에서 열리는데 개·폐막식까지 강릉에서 하면 강릉올림픽이지 평창올림픽이냐’는 불만이 터졌다. 결국 황태덕장이 있던 지금의 위치로 결정됐다. 이번에는 사후활용이 문제였는데 뾰족한 방안이 없어 사용 후 철거(본부동만 존치)로 의견이 모였다. 지붕을 아예 안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전을 생각해 폭설을 견뎌낼 정도의 지붕을 지으려니 돈이 많이 들었다. 임시 구조물에 지붕을 만들려고 수백억원을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각에서는 “강추위로 유명한 대관령에서 150만원(개막식 A석 기준)을 내고 3~4시간씩 한파 체험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한편에는 “동계올림픽이니 추운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국 정상급 인사들도 일반 관람객과 똑같이 밖에서 개막식을 본다. 역대 사례를 봐도 실외 개막식이 많았다. 1998나가노대회 때도 그랬고 1994릴레함메르 때는 영하 11도에 실외 개막식이 치러졌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당일에는 다행히 기온이 다소 오른다고 한다. 최저 기온 영하 11도에 최고 기온 0도다. 6일에 최저 영하 22도를 찍고는 기온이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다. 개막식 시점의 정확한 기온은 이틀 전에 알 수 있다. 폭설이 내릴 경우 강릉 아이스아레나(1만2,000석)에서 실내 개막식을 치르는 계획도 마련해놓았는데 이날 눈 예보는 없다.
◇따뜻하게 준비하되 보온병은 안 돼요=모의 개막식 결과 가장 걱정을 낳은 것은 보안검색과 주차 문제였다.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데만 1시간이 걸려 더 추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반입금지 물품이 꽤 많기 때문이다. 테러 위험을 원천봉쇄하려면 어쩔 수 없다. 당연한 듯 챙겨왔다가 못 가지고 들어가는 물건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보온병이었다. 보온병은 사제폭탄을 만드는 용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반입이 금지된다. 보온·보냉 기능이 없는 텀블러는 물론 액체류도 일절 금지다. 반입금지 목록을 미리 살피고 방문한다면 추위 속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폐막식장에 높이 3.5m의 아크릴 방풍막을 설치하는 한편 난방 쉼터(18개소)와 대형히터(40개)를 설치했다. 바람이 스며들지 않게 꽁꽁 싸매고 오는 것은 물론이고 난방시설이 있는 곳을 미리 파악해뒀다가 행사 중에도 틈틈이 몸을 녹이는 등의 ‘생존 방한’ 의식이 필요하다. 판초우의, 무릎담요, 핫팩방석, 손·발 핫팩, 방한모자로 구성된 방한 6종 세트가 관람객 모두에게 지급되지만 여분의 큰 담요 등은 챙겨오는 게 좋다. 따뜻한 음식을 파는 매점과 가판대도 운영되는데 현금이나 ‘VISA’ 로고가 찍힌 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VISA는 올림픽 결제서비스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개막식에 행사장 인근에는 차를 가져올 수 없다. 대관령·진부역 환승주차장에 주차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당일에는 선수단과 미디어 등 4만4,000여명이 몰릴 예정이어서 자칫 더 큰 혼잡이 일어날 수 있다. 소지품이나 교통 등에서 ‘안 되는 것’을 확인하고 오면 그만큼 불편을 덜 수 있다./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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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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