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국 4천명의 승객들
수차례 크루즈여행을 해본 70-80대 선배들의 권유로 3개월 전에 무조건 계약은 했지만 크루즈여행이 처음이라 배 멀미 많이 하는 나는 두렵고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와 즐거움으로 기다렸다.
12명의 일행이 공항에서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빌딩들이 들어선 건물로 착각되는 큰 배들이 꼭 아파트단지처럼 보여, “와, 와” 하고 무심결에 외쳐댔다.
간단한 수속을 마쳤다. 배 길이가 1,187피트나 되며 2,250개의 객실을 가진 두 번째로 큰 배라고 한다. 이번에 56개국에서 4천명이 참가한 여행객이 21개의 24인승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을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먼저 8일 동안 사고시의 해상안전에 관한 드릴(시범훈련)이 있었다. 우리는 2층부터 배 전체의 여러 시설들을 살펴보았다. 오락, 운동시설, 수영장, 서핑연습장, 미니골프장, 식물공원, 극장, 조깅트랙, 공연장, 식당 등등 취미와 연령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구비 되어 있었다.
-정찬식과 뷔페식
첫날 6시30분이다. 해 뜨는 것은 어느 곳에서든지 볼 수 있지만, 구름 속에서 솟아 나오는 햇살을 보면서, 조깅트랙을 걸을 때 와 닿는 바다바람의 신선한 향기는 숲속을 거닐 때의 향기와는 달랐다.
한인들만이 아침 산책을 즐기는 줄 알았는데,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달리고 있었다. 중간 곳곳에 ‘Go man GO!’라고 쓰인 사인은 걷고 뛰며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인 듯 했다.
식사시간도 역시 즐거웠다. 정찬식과 뷔페식으로 나뉘어 다양한 음식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 풍부한 음식에 식도락가들의 입맛은 흠뻑 젖었다. 마치 먹기 위해 살고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유난히 먹고 싶은 김치나 된장찌개, 두부찌개들은 없었다.
-가라오케 노래자랑도
각자 매일 매일 제공되는 행사에 맞춰 취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고 일정표를 만들었다. 오늘의 이벤트는 두개의 극장에서 ‘맘마 미아’라는 사랑의 이야기와 ‘부루 프레넷트’라는 지구의 아름다음을 묘사하는 음악연극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가창력과 감동을 주는 음악, 움직이는 무대장치, 화려한 조명, 관객과 연기자와의 조화를 이루는 장면들은 모두에게 감동을 줘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아이스 쇼’의 무대장치와 ‘아이스 링’ 위에서 공연과 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 주며 재치 있게 익살 부리는 모습에 모두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코미디쇼 프로그램에서는 여행객들의 익살과 춤으로 관객들을 웃기는 쇼, 싱글들을 위한 특별모임, 가라오케의 노래자랑에서 모두 1, 2, 3등을 뽑아 메달을 걸어주면서 웃긴 유머는 전문적인 연기자와 같았다.
-카지노와 스파
카지노는 밤낮으로 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슬랏 머신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갬블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담배연기가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좀 다른 지역 같았다. 또한 복도에서는 라인댄스가 있었다. 스파에서는 의료시설도 갖추어 있지만 침을 놓아주는 곳도 있었다. 4개의 수영장에는 독서와 일광욕 하는 사람들과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10불짜리 몽땅 세일이 카운트다운 들어가기 전에 복권 추첨에 행운을 바라고 기다리는 모습이 흥미롭게 보였다. 상품의 질은 모르겠지만 모양은 아주 좋아 보였다.
분수대 위에 떠 있는 배에서 커플들이 앉아 술 한 잔씩 마시는 기분은 어떨까, 그림 경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보석상과 명품가방을 고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 하며 그들과 합류하여 눈요기하는 것으로 만족해했다.
-아이티, 자메이카, 코즈멜
첫 번째로 아이티의 라바디 섬에 정박해 6시간동안 길이 포장되지 않고, 흙냄새 풍기며 달리는 농기구 같은 차를 타고 여러 비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공해에 찌들지 않은 섬에서 일광욕을 하며 독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등 모두가 자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해변가의 맑은 바닷물, 고운 모래와 야자수 그늘에서 일광욕하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며칠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은 자메이카의 펄머스에 9시간 머무는 시간이 있었다. 좁은 길에 차들이 좌측통행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좀 낯설고 이상해 보였다.
해변을 따라 갔던 기억과 태풍의 피해로 입은 상처들이 남아 있고, 여러 어려움에 시달리는 나라인지 큰 총을 들고 무장한 경찰들이 서성대는 조그만 타운을 보면서 치안에 문제가 있나 싶었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 한다.
다음은 멕시코의 코즈멜에 도착했다. 멕시코에서 가장 큰 섬이다. 잉카문명에서 나온 신의 이름이라고 하는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 멕시코의 대표적인 술인 데킬라 공장에 들어가 제조과정을 보고 시음을 해보며 모두 즐거워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친밀감은 못 느꼈으며 상가에서 쇼핑할 때 감시도 심했다. 가는 곳마다 매력적인 비취와 넓고 넓은 바다 바람에 야자수들이 시달리고 있었다.
-정장 파티
이번 여행에 젊은이들을 위한 활발한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저녁 정장파티는 고유의 의상과 자신들의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을 뽐내며 서로 만남을 반기고 반가워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정찬식으로 특이한 음식을 주문하고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손뼉 치며 흰 냅킨 수건을 빙빙 돌려 흔들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듯 했다.
8일간의 여행은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들을 모두 잊어버리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건강한 모습과 환한 웃음으로 만족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의 평안을 갖는 시간으로 멈춰 있었던 것 같다.
나이 들어가는 지금,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편안하고 즐거운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모두 아름다웠던 여행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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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진(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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