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대학생들 굶주린다” 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체중 조절이나 시험공부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게 아니라 정말로 돈이 없어 제대로 못 먹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 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사는 이상 일주일에 21끼를 모두 먹을 수 있는 플랜에 가입해야만 했다. 사실 생활습관도 불규칙하고 혈기도 왕성한 대학생들이 학교식당에서 매 주 21끼를 모두 먹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식사 플랜도 제공할 수 있음직 한데 그렇지 않았다. 나도 졸업할 때까지 한 주에 21끼를 모두 먹어 본 경우는 몇 번 없다. 아침에는 강의 시간에 맞추어 가기 바빠서 식사를 건너 뛰는 것이 예사였다. 그렇지만 하루 세 끼 기숙사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은 있었기에 배고플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인근 다른 한 대학교의 경우 달랐다. 그 학교에 친구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학교에서는 매 번 먹을 때 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티켓을 팔았다. 친구들은 학기 초에 일정량의 티켓을 사서 그 것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침을 못 먹고 주말에 종종 외식을 하기에 한 주일에 약 10-12번 정도 기숙사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티켓을 구입하는 것 같았다. 주말에는 가까운 보스톤 시내에 있는 차이나 타운 식당에 가서 중국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식사 해결에 필요한 돈 관리였다.
학년 초에는 식사 비용 계획을 잘 짜 놓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과다 지출도 생기고 데이트나 유흥 등의 계획에 없던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학기 말이나 학년 말에 다다르면 돈이 다 떨어져 라면이나 다른 영양가 낮은 싼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사실 차이나 타운에서 먹던 음식도 대부분의 경우 영양가보다 싸고 양이 많은 음식으로 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대신 나의 경우는 돈이야 마찬가지로 다 떨어졌지만 하루 세끼의 식사는 보장되어 있기에 허기져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로스쿨에 진학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더 이상 기숙사에 살지도 않았고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재정 관리에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는 경우, 일찌감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져 학년 말에는 자주 식빵과 통조림 수프로 식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너무 미안했던 것은 당시 학부에 다니던 후배의 라면 박스를 축냈던 일이다.
그 후배는 방에 라면을 박스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종종 그 방에 들러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곤 했다. 하지만 라면 주인에게는 그게 간식이 아니고 주식이었다. 식비를 아끼려고 학교 식당에서 먹지 않고 저렴한 라면으로 때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정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몰려 들어 한 달치 라면을 단 몇 일 만에 동을 내곤 했다. 거기에 선배인 나까지 가끔 동참했으니 라면 주인 후배의 속은 곯다 못해 시꺼멓게 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옛날 생각에 나의 둘째 아들 녀석이 대학원에 입학 했을 때, 대학원 학비는 본인이 알아서 해결한다 해도 내가 1주일에 6끼를 먹을 수 있는 학교 식당 식사 플랜에 가입해 주기로 했다. 나머지 끼니는 본인이 간단하게 해결하더라도 1주일에 6번 정도만이라도 저녁 식사로 학교 식당에서 여러 음식들을 고루게 먹는다면 영양실조에는 걸리지 않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한 2년 정도 그렇게 해 보더니 학교 식당 위치도 불편하고 학부 학생들과 계속 같이 먹는 것도 어색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좀 더 저렴하게 준비해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식사 플랜 비용은 내가 지불하는데 왜 그럴까 의아스럽고 걱정은 되었지만, 대학원생 아들에게 계속 고집하다간 아직도 어린애 취급한다고 짜증을 낼 것 같아 포기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걱정되기는 한다. 멀리 대학에 가 있는 자녀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부모들이 가끔 한 번 챙겨 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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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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