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극장 내부(링컨이 저격당한 발코니 관람석).
2월 셋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이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통상 모든 대통령을 기념한다. 이번 대통령의 날에는 워싱턴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담뿍 받고 있는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을 찾아보면 어떨까.
-입장료 3달러
1809년 켄터키 주에서 태어나서 1861년부터 1865년 암살될 때까지 대통령 직을 수행한 사람.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암살당한 대통령. 워싱턴 디씨에서 링컨을 만나려면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과 포드 극장(Ford’s Theatre)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에는 포드극장을 찾는다.
포드극장은 그 안에서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어서 역사적 장소가 되었지만 박제화 된 역사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공연이 진행 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다. 즉 역사유적지로서의 성격과 공연장으로서의 성격이 모두 살아있는 곳이 포드극장인 것이다. 공연을 보러가는 게 아니고 링컨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공연장의 성격은 여기서 말하지 않기로 한다.
역사유적으로서 포드극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달러의 입장료를 낸다. 현지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인터넷으로 예매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 입장권은 길 건너편에 있는 교육관 입장시에도 제시해야하니까 잘 보관해야한다. 관람에 도움을 주는 개인용 오디오 기기를 5달러에 대여해 주는데 퍽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취임행 열차와 기념품 판매장
링컨을 만나는 포드극장은 크게 네 곳으로 나눌 수 있다. 포드극장 안에 있는 링컨 관련 박물관(Museum)과 링컨이 암살당한 극장(Theatre) 내부 견학이 있고, 극장 길 건너편에 링컨이 사망한 피터슨 하우스(Petersen House)와 교육관(Center for Education and Leadership)이 있다. 이 중에 피터슨 하우스는 올해 겨울까지 내부공사중이라서 볼 수 없지만 안내전단에 사진이 있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밖에.
왼쪽 교육관 건물과 오른쪽 피터슨하우스(왼쪽사진). 우리나라 기증품(노무현 전대통령 저서, 김기창 화백 작품)(오른쪽 위). 게티스버그 연설문의 마지막 부분.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으므로 조금 일찍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받은 후 기념품 판매점에서 구경하다가 시간이 되면 입장한다. 입장은 입장권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는 것으로 끝이고 그 후 밑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바로 박물관이 나온다.
링컨 대통령에 관한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있는데 맨 처음 만나는 것은 대통령 직 취임을 위해 워싱턴 디씨로 오는 기차를 꾸며놓은 곳. 링컨 암살 시도는 대통령 직에 취임하기 위해 워싱턴 디씨로 오는 중에도 있었기에 그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그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데 계단 오른쪽에 있는 기념품 판매장 옆에 박물관 안내도가 게시 되어있으니 이를 먼저 살펴보면 무슨 내용이 전시되어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암살단에 관한 자료실도
박물관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만나는 것은 링컨의 첫 번째 대통령 취임식에 관한 것인데 취임사 중에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우리는 적이 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 옆에는 링컨의 내각에 관한 자료가 있고, 섬터 요새에 관한 자료가 있다. 섬터 요새 전투가 남북전쟁의 시작. 그리고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전시된 곳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그 연설문을 한 구절씩 읽어주는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암살단에 관한 자료가 한 켠에 마련되어있는데 거기 도착한 한 할머니가 암살범 부스 사진을 가리키며 남편에게 말했다. “이게 그 나쁜 놈이지?(Bad guy?)”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오랫동안 욕을 먹는 사람도 있다. 암살에 사용된 총이 전시되어 있고, 그 총에 사용되는 탄환도 전시되어있다. 그 옆에 그 총의 모형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아서 직접 느끼도록 했다. ‘아니 무슨 이럴 필요까지야…’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암살단의 일원은 아니지만 사무엘 머드라는 의사가 있다. 메릴랜드주 월도프에 있던 의사인데, 링컨 저격 후 도망치던 부스의 부상을 치료해준 사람으로 그의 농장 집은 지금 남북전쟁 박물관이다.
-암살 발코니 그대로 보존
비록 남북전쟁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버지니아는 남부연합 소속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시골에 가면 남부연합기(붉은 바탕에 파란색 엑스 띠가 있고 그 띠 안에 흰 별이 있음)를 내건 집들을 가끔 볼 수 있고 도로 이름에서도 그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29번 도로 이름이 리 하이웨이(Lee Hwy)인데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이름에서 나왔고 1번 국도 중 알링턴 레이건 공항 앞에 있는 부분의 이름이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를 기념하는 제퍼슨 데이비스 하이웨이(Jefferson Davis Hwy)이다.
링컨 관련 책으로 만든 탑. 저격장면을 그린 그림. 리더십 투표함. 포드극장(왼쪽 부터 시계방향).
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극장으로 올라간다. 포드극장은 박제화된 극장이 아니라 지금도 공연이 진행되는 현재형 극장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했다. 다만 링컨 대통령이 저격당한 발코니 석만은 사용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그리고 2층 객석 뒤편에 커다란 링컨 두상이 있는데, 그 크기가 케네디 센터에 있는 케네디 두상만 한 것 같다.
-저격 후 옮겨진 피터슨 하우스
이제는 밖으로 나가서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간다. 저격당한 링컨 대통령은 극장의 길 건너편에 있는 피터슨 하우스로 옮겨졌는데 그 다음날 아침 7:22에 사망하였다. 이 피터슨 하우스는 지금 공사 중이어서 올 겨울이나 되어야 공개된다. 포드 극장 안에 비치된 안내문에 내부 사진과 그림이 있으니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피터슨 하우스 옆에 있는 세로로 높게 지은 건물이 교육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링컨에 관한 책들로 만든 거대한 탑을 만난다. 포드 극장 입장권을 보여준 후 바닥에 있는 발자국 표시를 따라 기념품 판매점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것을 타고 4층으로 간 후 한 층씩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구조이다.
4층은 링컨의 장례식과 범인 체포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4월 21일 워싱턴 디씨를 떠난 링컨의 시신은 5월 3일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에 도착했다. 당시 스프링필드 인구가 9,320명인데 장례에 참여한 사람이 75,00명이라니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범인 체포에 관한 자료 중에는 사형집행에 사용된 끈의 일부를 전시해 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과 운보 김기창
3층은 링컨이 역사에 남긴 유산을 생각해보는 공간이다. 미니 극장에서 워싱턴 디씨의 링컨 기념관과 관련된 영상을 보는데, 마틴 루터 킹 2세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는 언제 봐도 감동을 주는 연설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은 책인 ‘노무현이 만난 링컨’과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호랑이가 들어있는 접시가 전시되어있다.
2층은 청소년의 리더쉽에 관한 공간. 입구에 기부금을 받는 원통이 세워져있는데 거기 리더쉽의 요소를 각각 적어두었다. 지금 가장 많이 기부를 받은 것은 ‘성실’이다.
링컨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얘기는 실패와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수 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의 삶은 사업 실패, 주 의회 낙선, 약혼녀의 사망, 신경 쇠약으로 입원, 주 의회 낙선, 하원의원 낙선, 하원의원 당선, 하원의원 재선에 실패, 토지 담당 공무원직에서 거부당함, 상원의원 낙선, 부통령 경선 낙선, 상원의원 낙선 그리고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다. 그 많은 실패를 딛고 대통령이 된 사람, 링컨.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역경을 이겨낸 ‘인간 링컨’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을까? 5달러 지폐와 1센트 동전에서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그를 자주 기억해주시길.
방문정보
●주소 : 511 10th St. NW Washington, DC 20004
●인터넷 : www.fords.org/
●입장료 : 3달러
●관련 시각표
오전 8시 30분 : 포드극장 매표소 개소
오전 9시: 박물관 입장 시작 (30분 간격)
오후 4시 : 박물관 마지막 입장
오후 5시 30분 : 교육관 마지막 입장
●전철 메트로센터역(블루/레드/오렌지/실버라인)에서 도보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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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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