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운 얻고 화 피한다는 ‘롱후탑’, 7.5㎢ 드넓은 호수 위로 우뚝
▶ 보얼 예술특구엔 수제명품 즐비, 시즈완 해변서 보는 경치 일품
리엔츠탄 지구에 지그재그 형태의 다리 너머로 우뚝 서 있는 롱후(龍虎)탑.
물건을 파는 상인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보얼 예술특구.
류허 야시장에서 한 상인이 새우구이를 팔고 있다.
시즈완의 해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너머로 유람선이 보인다.
가오슝(高雄)은 대만의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현대도시의 화려함과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두루 갖추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곳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1~2월에도 낮 최고기온이 20~25도 사이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가벼운 재킷 하나만 챙겨가면 관광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중화권 특유의 선 굵은 매력이 가득하지만 ‘대만의 부산’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에게는 친숙한 면모도 상당해 대만 여행이 처음인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할 만한 도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3시간 정도를 날아가면 가오슝국제공항에 닿는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리엔츠탄(蓮池潭) 지구. 면적 7.5㎢의 호수 위에 알록달록한 누각과 사원이 몰려 있는 이곳은 가오슝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줘잉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가장 먼저 롱후(龍虎)탑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드러낸다. 지그재그 형태의 다리 너머로 7층 높이의 탑 두 개가 우뚝 서 있는데 이름 그대로 아가리를 벌린 용과 호랑이를 본뜬 모형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흥미로운 것은 호랑이의 모형이 있는 탑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안내원이 제지하며 “먼저 용의 탑으로 들어가서 둘러본 다음 호랑이 탑으로 나오라”고 조언을 해준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알고 보니 이는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행운이 오고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안내원의 조언대로 용의 아가리로 들어가 탑 안으로 입장하면 높다란 기둥을 빙그르르 두르고 있는 계단이 나온다. 꼭대기로 올라가 밖을 내다보면 리엔츠탄 지구 전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반대편의 호랑이 아가리로 나온 다음 오른편에 위치한 춘치우거(春秋閣)로 방향을 틀었다. 롱후탑보다 한층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빛깔로 꾸며진 춘치우거 역시 용의 모형 속을 지나가야 한다. 모형 내부의 벽면은 동화적이면서도 판타지의 느낌이 가득한 전통 불교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춘치우거의 백미는 우리팅(五里亭). 용의 꼬리를 통해 나오면 시원한 다리가 뻗어 있으니 바로 우리팅으로 향하는 길이다.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연꽃잎들을 바라보며 120m 정도를 천천히 걸으면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처마가 돋보이는 정자가 나온다. 베이지팅(北極亭)과 공자 묘도 리엔츠탄 지구에서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이 모든 시설은 물론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다음은 보얼 예술특구로 가볼 차례다. 보얼 예술특구는 일제강점기의 산업 유산을 도시 재생 작업을 통해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시킨 명소다. 가오슝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때 건립된 부둣가 물류 창고를 2006년부터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빌려주고 그 주변을 전시관과 서점, 공방 등으로 조성해 운영 중이다. 엔청푸역 1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걸어가자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나왔다. 젊은 상인들이 여기저기 새하얀 파라솔을 펼쳐 놓고 수제 비누와 엽서, 형형색색의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소시지와 닭날개·음료수 등이 있는 먹거리 골목을 지나자 광활하게 펼쳐진 공터가 나타났다.
고철로 만든 조형물들 사이로 아이들은 연을 날리거나 비눗방울을 만들어 후후 불어대고 있었고 따스한 오후의 한때를 즐기는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보얼 예술특구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6시까지, 금요일과 주말은 오후8시까지 운영된다. 개장 시간은 주중과 주말 상관없이 모두 오전10시다.
한국의 부산에 해운대가 있다면 가오슝에는 시즈완(西子灣)이 있다. 시즈완역을 빠져나와 고기잡이 어선들이 늘어선 초입을 지나니 거대한 컨테이너와 이를 활발하게 실어 나르는 지게차가 보였다. 빨간 벽돌의 아치형 건물인 옛 영국대사관은 풍광에 특별한 운치를 더해줬고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니 땀에 대한 보상처럼 시원한 해안도로가 펼쳐졌다.
이맘때면 항상 가오슝은 오후5시30분만 넘으면 해가 진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대만이 그렇듯 가오슝에도 어두컴컴한 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우선 메이리다오역 1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리우허(六合) 야시장은 대만 전체에서 3대 야시장으로 꼽히는 명물이다. 물론 가오슝에서는 가장 큰 마켓이다. 관광객만큼이나 현지인들도 많아 그 나라 그 도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엿보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다. 땅거미가 지고 다소 서늘한 날씨임에도 야시장 한복판에서 직장 동료들이나 가족·친구와 함께 외식을 즐기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새우구이와 긴 꼬챙이에 꽂힌 싱싱한 전복을 맛보는 사이 야시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코를 찌르던 취두부 냄새에도 어느새 적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리우허 야시장은 오후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열린다.
가오슝 시내를 가르는 운하인 아이허(愛河)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엔청푸역과 가까운 아이허의 서쪽에는 드넓은 도로를 중심으로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이 늘어서 있으며 강 하구에는 고층 빌딩이 빽빽이 밀집해 있다. ‘사랑의 강’이라는 뜻을 가진 운하답게 젊은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고 있으며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의 노천카페에서 야경을 즐겨도 그만이다.
물론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빙 두르며 가오슝이 선사하는 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도 있다. 요금은 150대만달러(약 5,400원)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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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가오슝)=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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