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에 거대한 새 역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미 한국 선수론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 정현(21)이 거침없이 4강까지 진격하며 얼마 전까지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그랜드슬램 정상등극에 도전장을 냈다.
정현(세계랭킹 58위)은 23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호주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2시간29분만에 세트스코어 3-0(6-4, 7-6, 6-3)으로 완파하고 메이저대회 4강의 쾌거를 달성했다.
3라운드에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꺾은 데 이어 16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이자 이 대회 6회 우승자인 ‘거함’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스트레이트 세트로 침몰시키고 한국선수론 최초로 메이저 8강 진출의 역사를 쓴 정현은 이날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 샌드그렌을 맞아 ‘언더독’이 아닌 입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부담이 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종 차근차근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 끝에 한 번도 큰 위기에 몰리지 않고 스트레이트 세트로 승리를 따내 ‘메이저 4강신화’를 완성했다. 정현은 24일 새벽(LA시간)에 벌어진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스 베르디히(20위·체코) 8강전 승자와 오는 26일 대회 4강전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또 다른 4강전은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와 영국의 신예 카일 에드먼드(49위)의 대결로 펼쳐진다. 칠리치는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의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고 에드먼드는 세계 3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를 꺾느 이변을 일으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현이 경기를 주도한 완승이었다. 상대인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에서 9번시드 스탠 바브링카(스위스)와 5번시드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를 격파하는 이변을 앞세워 맹렬한 돌풍을 일으킨 선수였으나 이날 정현을 상대론 돌풍의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정현은 이날 첫 세트부터 정확하고 파워풀한 퍼스트서브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컨트롤했다. 단지 전 경기에 비해 포핸드 미스가 조금 많은 것이 옥에 티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샌드그렌이 1세트 첫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따내자 정현은 곧바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킨 뒤 바로 다음 샌드그렌 서브게임을 깨뜨리고 2-1 리드를 잡았다. 이어 다음 게임에선 15-40로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으나 4연속 포인트를 따내 서브를 지켜내며 3-1로 달아났다. 이후 샌드그렌은 계속 브레이크 위기에 몰리면서도 자신의 서브게임은 지켰으나 정현 역시 두 번의 서브게임을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는 등 순항한 끝에 첫 세트를 6-4로 따냈다.
기세가 오른 정현은 이어진 2세트 첫 게임에서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을 깨고 바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2-1로 앞선 4번째 게임에서 결정적인 찬스에서 발리를 미스한 것이 빌미가 돼 서브게임을 빼앗기면서 승부가 원점이 됐고 8번째 게임에서도 포핸드 미스로 서브를 브레이크당해 위기에 몰린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샌드그렌의 서브를 브레이크해 다시 균형을 잡았고 이어진 타이브레이크를 7-5로 따내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것을 직감한 샌드그렌은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샷으로 승부를 걸었으나 정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3세트에서 정현은 3번째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잘 넘긴 뒤 4번째 게임에서 샌드그렌의 서브를 깨고 3-1로 달아나며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다음 게임에서 에이스 2개를 터뜨리는 등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서브를 지켜 4-1로 달아나자 경기를 중계한 ESPN은 “승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정현은 5-2로 앞선 상황에서 첫 매치포인트를 잡았으나 살리지 못한 뒤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40-0 리드를 잡아 3개의 매치포인트를 확보하고 승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샌드그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내리 3포인트를 따내 매치포인트를 모두 막아낸 뒤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만드는 등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정현은 이날 6번째 매치포인트에서 강력한 포핸드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4강 진출로 상금 88만 호주달러(약 70만4,000달러)를 확보한 정현은 현재만으로도 다음 주 세계랭킹에서 30위권 안쪽 진입이 확정돼 이형택(42)이 보유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 36위도 경신하게 됐다.
하지만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로 꼽히는 ‘황제’ 로저 페더러가 4강전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테니스 역사상 영원히 기억될 매치가 다가오고 있다.
Hyeon Chung's message for his Korean fans (subtitled) | Australian Ope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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