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7-5, 7-6 승리로 한국선수 첫 메이저 8강 신기원 달성
▶ 얼마 전 이겼던 세계 97위 샌드그렌와 4강 티켓 놓고 격돌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가 경기 후 승리한 정현에게 축하를 보내며 격려하고 있다. [AP]
3쿼터에서 환상적인 포핸드 위너를 터뜨린 뒤 포효하는 정현. [AP]
정현(21)이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호주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에서 정현(세계랭킹 58위)은 전 세계랭킹 1위이자 이 대회에서 무려 6번이나 우승한 ‘수퍼스타’ 노박 조코비치(31)을 스트레이트세트로 꺾고 한국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르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22일 새벽(LA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단식 4라운드(16강전) 경기에서 정현은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맞아 3시간 22분에 걸친 숨 막히는 접전 끝에 7-6, 7-5, 7-6 스트레이트 세트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대회 8강에 오른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 최고 성적 기록(16강)을 뛰어넘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 6개월간 코트를 떠났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한 조코비치는 1세트가 끝난 뒤 팔꿈치 통증이 재발, 마사지 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경기 중 수차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현과 시종 박진감 만점의 격전을 펼쳐 전설급 선수의 위용과 자존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정현은 백핸드와 포핸드 스트로크, 발리, 코트 커버 수비 등에서 모두 탄성을 자아내는 기량을 선보이며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서브 에이스의 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면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손색없다는 격찬을 받은 환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이날 경기 직전 대회 조직위는 경기 승패 예상에서 조코비치의 승률을 80%, 정현의 승률을 20%로 전망했다. 두 선수의 커리어를 비교하면 이 정도도 정현에게 후하게 쳐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코비치는 정현이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며 우상으로 여겼던 선수로 2년전 이 대회 1회전에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는 조코비치가 스트레이트 세트로 가볍게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2년 만에 만남에서 정현은 자신의 우상을 넘어설 만큼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3라운드에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을 풀세트 접전 끝에 격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 4라운드에 오른 정현은 이날 조코비치를 상대로 경기 시작부터 전혀 밀리지 않고 환상적인 테니스를 보여줬다.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첫 게임에서 상대 더블폴트에 편승, 바로 서브게임 브레이크를 따내는 등 첫 4게임을 따내 단숨에 4-0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에 에이스 없이 더블폴트 7개를 범하는 등 서브의 위력이 예전에 비해 한결 떨어진 모습이었다. 최소한 1세트는 정현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아무리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해도 조코비치는 무서운 저력을 보유한 ‘매스터’였다. 6번째 게임에서 정현의 서브게임을 깨는 등 내리 3게임을 가져가 반격의 토대를 마련한 뒤 5-3에서 다시 정현의 서브게임을 빼앗아내며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정현 입장에선 여기서 타이브레이크마저 뺏겨 세트를 잃으면 초반의 상승세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하지만 정현은 4-3으로 앞선 타이브레이크 8번째 포인트에서 조코비치의 포핸드 미스로 승기를 잡았고, 결국 7-4로 승리, 첫 세트를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2세트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현은 단숨에 4-1 리드를 잡으며 치고 나갔고 조코비치는 다음 5게임 중 4게임을 따내며 응수해 5-5를 만들었다.
여기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킨 정현은 6-5에서 조코비치의 서브게임 때 상대의 결정적인 발리 미스 덕에 기사회생한 뒤 듀스 접전 끝에 게임을 따내 세트스코어 2-0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조코비치는 3세트 첫 게임에서 정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반격에 나서는 듯 했으나 정현은 곧바로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깨고 균형을 맞춘 뒤 다음 두 게임을 더 따내 3-1로 앞서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3세트도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으나 이날 두 번째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정현은 냉정 침착했다. 타이브레이크 첫 3게임을 따낸 뒤 내리 3게임을 잃고 코트를 체인지한 정현은 이후 4연속 포인트를 따내 거함 조코비치를 격침시키고 이번 대회 마지막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현은 8강에서 정현은 세계랭킹 97위의 무명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상대하게 돼 4강 신화 달성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정현보다 세계랭킹이 39계단이나 낮은 샌드그렌은 이날 세계랭킹 5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6-2, 4-6, 7-6, 6-7, 6-3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생애 첫 메이저 8강에 올랐는데 정현은 이달초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ASB 클래식 1라운드에서 샌드그렌과 만나 6-3, 5-7, 6-3으로 승리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대회 8강전은 정현-샌드그렌,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스 베르디히(20위·체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정현이 샌드그렌을 꺾고 4강에 오르면 페더러-베르디히 승자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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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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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칠 이겼다고? 헐. 대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