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 포스트의 메트로(사회)면에서 읽은 한 기사는 매일매일 암울한 사건들이 폭주하는 세상에서 큰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 켈린 숭이란 여기자의 기사였는데 성씨로 보아 중국계 2세라 짐작된다. 흉포한 범죄 중 하나는 차주인에게 폭행을 하고 자동차를 몰고 달아나는 카재킹(Carjacking)일 것이다. 카재킹 시도가 피해자의 차고에서 발생한데다 피해자가 80대의 가냘픈 할머니고 가해자들이 15세와 13세 소년들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16년 12월에 볼티모어에서 생긴 일이다. 피해자는 키가 5.2피트 밖에 안되는 단신의 로셀 스펙터 여사였다. 그가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아 눈 주변의 얼굴 상처로 입원 중이었을 때 볼티모어 시의장이 방문한 것은 그가 사건 당시에 시의원직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병원으로 가던 중 버나드 영 시의장은 스펙터 여사의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격분하고 있었다고 숭 기자는 묘사한다.
그러나 증손자까지 있는 스펙터 여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아이들에 대한 처벌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라는 시의장의 회고가 기사에 이어진다.
스펙터 여사는 사건 직후에 1977년부터 지내오던 시의원직에서 물러났고 볼티모어시의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하여 자기의 가해자들의 멘토가 되었단다. 그뿐 아니라 자기의 여생을 청소년들에 대한 사법시스템 개선에 바치기로 했다니까 “원수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과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으로 보인다.
현행 청소년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살인 등 죄질이 흉악해서 성인으로 재판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청소년 구치소에서 진행된다.
스펙터 여사의 가해자들도 역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석방된 후에도 한동안 가택연금 상태였고 그 중 한명은 청소년 교정기관에서 두 달을 보냈단다.
38년 이상 시의원을 지낸 스펙터 여사는 “이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그들이 산다. 우리가 산보하는 곳에 그들도 산보한다. 우리는 공간을 공유한다. 서로를 존경하고 서로를 해치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숭 기자의 기사는 계속된다.
가해자들이 체포되고 재판이 있었을 때 스펙터 여사가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볼티모어의 저임금 가족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아이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비영리단체의 공동창립자인 미셀 스와조 여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처럼 멘토링을 받던 아이들 중 둘이 바로 스펙터의 가해자들이었기에 스와조는 스펙터에게 사과를 했단다. 그리고 스와조는 스펙터가 그 아이들이 자란 볼티모어 남서부 지역에 같이 가보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2014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그 지역의 가구 중간 연소득은 2만4,946달러였고, 그곳 주민의 35.4퍼센트가 빈곤 경계선 이하에 처해 있는데다가, 근방의 초등학교조차 문을 닫은 상태여서 청소년이 제대로 자라기 힘든 지역이었다. 스와조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 지역을 돌아본 스펙터는 대경실색의 경험을 했다고 술회한다. “어느 곳에서든지 마약매매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어린 소녀 창녀들의 호객행위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스펙터는 비영리 단체의 행사들에서 가해자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 단체의 이사 중 하나로 활약하게 된다.
스펙터는 그 아이들의 행동에 있어서 이미 변화를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두 명 중 큰 아이는 볼티모어 선 기자에게 “사건이 생긴 다음 나를 가택연금 시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돼 성적이 계속 올라가더라…. 그리고 어리석은 일을 함께 저지르던 사람들과 같이 다니지 않고, 이쪽 동네에 살지 않는 새 사람들과 교제하다 보니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얼마 전에는 스펙터 여사와 두 아이 중 큰 아이가 볼티모어의 한 유대교의 회당에서 상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숭 기자의 기사는 끝을 맺는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판사들, 경찰들 그리고 선출직 관리들이 여럿 있었던 바, 그 아이는 단상에 올라가는데 긴장으로 몸이 떨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스펙터에게 기댄 상태로 그리했단다. “나는 너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스펙터는 그를 포옹하고, 단상에서 내려왔을 때 만장의 기립박수가 터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만약 피해자였다면 스펙터 여사와 같은 산상수훈적 자비를 보일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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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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