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는데 봄이 과연 멀소냐?
기나긴 겨울밤 내내 기나긴 겨울잠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은 왜 동면(冬眠)하지 않는가? 아니, 사람은 왜 동면하지 못하는가? 개구리도 박쥐도 곰도 제각각 나름대로 겨울잠을 즐기는데, 만물의 영장(靈長)이라는 인간은 어찌하여 이 창조적 휴지(休止)를 도모하지 못하는가. '영묘한 힘을 지닌 우두머리'라며 우쭐대는 인간들, 스스로 대사활동을 낮춘 상태로 지혜롭게 겨울을 나는 곰보다 나을 게 뭐람.
곰이 동면하는 모습을 떠올리노라면, 왠지 고조선의 건국 신화라 할 수 있는 단군 신화(檀君神話)가 생생히 그려집니다. 다들 알지만 어슴프레 기억하는 얘기.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어봅니다. "옛날에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천하에 자주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 보니 인간을 널리 이롭게(홍익인간[弘益人間])할 만한지라, 이에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며 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와 여기를 신시(神市)라고 하니 이로부터 환웅천왕이라 불렀다.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무릇 인간의 3백 60여 가지의 일을 주관하고 인간세상에 살며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자, 드디어 곰이 등장합니다.] "이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면서 항상 신웅(환웅)에게 빌기를, '원컨대 (모습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곰과 호랑이가 이것을 받아서 먹고 기(忌)하였는데 삼칠일(三七日/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기(忌)하지 않아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전해지고, 웅녀(熊女)는 그와 혼인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가지기를 빌었다. 이에 환웅이 이에 잠시 (사람으로) 변해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 하였다."
고조선의 단군 신화를 삼국유사(三國遺事) 내용대로 길게 읽어보는 이유는? 소위 성부/성자/성령 '3위1체(三位一體)' 얘기와 왠지 잘 조화되는 '얘기 속 얘기'에 흥분되는 까닭. 성부이신 환인께서 성자 환웅을 보내어 사람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시는 가운데, 성령에 감화된 웅녀가 끝까지 참고 견뎌내며 결국 하느님의 아들 단군을 탄생케 하는 거룩한 스토리. 그리고, 마침내 웅녀가 되는 곰의 '기(忌)함'은 바로 동면(冬眠)의 다른 이름일 수도?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는데 봄이 과연 멀소냐?
어쩌면 제법 길게 느껴지는 인생 그 자체도 하나의 동면? 깨어보니 그랬더라 ...... 는 긴 겨울잠. 개나리 진달래 피는 봄이 오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보니 봄은 이미 그렇게 와 있더라! 겨울이 왔는데 봄이 과연 멀소냐는 시인의 물음이 동면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듯 느껴집니다. 물론 시인의 본뜻은 동면과 무관해 보이건만, 그럼에도 잡아늘려 찬란한 봄을 준비하는 동면의 지혜로 접 붙이는 건, 그만큼 기나긴 겨울잠을 기리고 동경하는 까닭에 다름 아니어라.
영어 단어 '하이버네이션'[hibernation]은 그저 '겨울을 지내다'[passing the winter]라는 뜻. 바쁜 일상에서 잠시 후퇴하고 '고독'[solitude] 가운데 봄맞이를 준비하는 지혜. 바로, "웅녀(熊女)의 기(忌)함"과 잘 맞물리는 동면의 속내.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티는 게 싫지만, 그래도 참고 버티며 끝끝내 기(忌)함으로서 마침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사람의 몸을 입고 성자(聖子) 환인과 결합하여 단군(檀君)을 탄생시키는 웅녀의 거룩한 스토리. 바로, 그 성스러운 이야기 속애 고요히 잠재되어 있을 법한 동면의 지혜. 그래서, 추운 겨울밤 잠자는 시간을 턱없이 길게 늘려가며 'hibernation' 에세이를 쓰는 중.
그러고보니, 환인/환웅/단군 세 분 이야기를 하나로 꿰는 결정적 역할을 해낸 웅녀의 마음이 시인 셸리[Shelly]의 읊조림과 크게 다르지 않음도 실감합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라는 기대, 동면하는 웅녀의 기(忌)함 속에도 바로 그게 있었기에.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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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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