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한난풍우 천체운행이 한 해를 밀어내고 또 한해를 맞아 들였다. 어두움이 가고 새 빛이 밝아온다는 야누스(January의 어원)의 달이다.
한 해 동안 무던히도 많은 사연 곡절들에 뒤엉켜 시달렸던 탓인가 새해를 맞는 기분이 마치 야단법석 혼돈의 밤샘 파티장을 홀로 뛰쳐나와 오솔길을 걷는 심정이다. 한 없이 외로워지고 싶은 걸까, 아니 고독을 찾는 걸까. 올해는 유난히도 구체적인 지향점을 딱히 점찍어 낼 수 없는 슬픈 선상에 서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 아닐까.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조문도 석사가의)라고 고백했던 공자의 말씀이 양미간을 찌른다. 한순간 혼돈에 빠져 좌표를 잃기도 하고 절망과 분노의 갈등 속에 그리고 안타까움과 열망의 애증으로 숨쉴 틈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가지 않았나. 마치 뭔가 한껏 버거운 무게를 느끼며 외롭게 외롭게 새해 아침을 걷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염불처럼 간직해오고 있는 ‘샹그릴라’. ‘에레혼’, ‘무릉도원’. 그 꿈들은 저 멀리 떠나 돌아 앉아 있고 ‘실낙원’을 겨우 떠났는데 또 다시 실낙원으로 가는 그런 감상에 자꾸만 젖어드는 것은 어인 일인가.
지난 한 해 동안 기도하는 생활이 너무 드물었다. 새해 벽두부터 묵상의 시간이 잦아진다. 참으로 목마른 자가 샘물을 찾듯이 내 혼백의 무한기도 열망을 주체할 수가 없다. 기도 속에 삶의 원동력이 있고 평화가 있다면 왜 기도를 마다하겠는가. 물론 어느 특정 종교를 강조하거나 권고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석가모니가 부다가야 보리수 아래 오랜 수행을 완성하고 나서 제 일성이 뭐였던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불성이 내 안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누구나 자기의 영혼 안에 부처가 들어와야 한다는 진리다. “성불하세요” 참 좋은 격려인사다. 노자, 장자는 ‘무위자연 상선약수’를 깨달았고 예수를 비롯한 세례 요한이나 바로코크로바, 미트라, 시몬 같은 선지자들도 “하늘나라가 네 영혼 안에 있느니라”고 설파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아무리 가까워도 영혼만큼은 따로 갖고 있다. 손 끝 하나만 다쳐도 아픈 사람은 자신일 뿐 누구도 똑같은 아픔을 함께 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는 서로 외로움을 보충하라고 사랑을 그렇게도 강조하셨나 보다.
개인적으로 반성문을 쓰자면 그동안 기도 생활이 너무 멀었다. 내가 터득한 기도라는 것은 영혼을 깨끗이 세탁하여 무오류, 해탈로 가자는 수행이다. 성경말씀에도 좁은 길로 들어가면 진리 자유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눈에 보이는 속된 언행은 습관교정으로 고칠 수 있고 의복에 묻은 얼룩이나 피부에 묻은 때는 세탁비누로 닦아내면 그만이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더러워진 영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영혼 안에 오류들, 위선, 증오, 질투, 저주, 미움, 모함 심지어 순간적으로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까지 패망을 바라는 이 더러워진 인간의 영혼을 무엇으로 정화할 것인가.
헛된 부귀영화 실없는 탐욕의 악몽에 취해 물질적 풍요나 출세를 갈망하는 따위의 복을 비는 푸닥거리 기도는 선지자들의 가르침에 대한 절대 왜곡이다. 가르친 선지자들은 바른 삶을 인도하는 분들이지 계급 올려주고 금품을 찍어 내는 마술사들이 아니다. 그들의 진리를 따라 성실히 살면 자연히 평화롭고 윤택한 삶의 영광이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몸 저리도록 외로운 이 오솔길을 벗어나겠다는 것이 소망이다. 그리고 찾아보면 결코 외롭지 않은 길이 앞에 놓여 있으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영혼의 정화 기도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내가 당돌하게도 세상에 밝히는 올해의 계획서이다. 건방지게도 대홍수나 지진, 쓰나미, 산불 같은 자연재해들을 놓고 하늘을 원망하는 그리고 하늘을 믿지 않는 무례는 범하지 않을 결심이다. 인간이 범할 수 없는 하늘의 섭리는 하늘에 맡기고 열심히 기도드리겠다. 자기가 택한 종교만이 오직 진리라고 망상하여 타종교와 불화하는 그런 혐오지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너의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맨 첫날처럼, 오늘 너의 하루를 인생의 맨 마지막 날처럼 살라”는 어느 철학자의 외침을 좌우명으로 삼고 날마다 새롭게 거듭 태어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일 년 온 민족이 몇 번이고 생사를 넘나들었다. 북한도 남한처럼 우상숭배 하지 않고 무오류의 평화세상을 위해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통일도 쉽게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새해 안녕을 축원 드린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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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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