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트럼프 타령을 많이 해 왔기에 이번 주 만은 전혀 다른 것에 대해 칼럼을 쓰고 싶었다. 수요일 오전까지만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오후에 완전히 뒤집어지게 되었다. 트럼프의 대통령 대선과정에서 대선본부 CEO와 책사로서 큰 역할을 했었고 작년 8월까지는 백악관 최고 전략가로 있었던 스티븐 배넌의 트럼프에 대한 진짜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책이 오후에 백악관을 강타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라는 제목을 가진 그 책은 영국의 가디언 지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마이클 월프가 저자이고 출판사는 헨리 홀트사인바 내주 발표를 앞두고 뉴욕잡지에 발췌되어 워싱턴 정가에 대단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저자 월프는 약 2년 반전부터 트럼프의 대선본부 그리고 당선 후의 정권인수위원회에 이어 백악관에 17회 가량 출입하여 트럼프와의 만남을 포함해서 200여 명의 측근들을 인터뷰했단다. 그 중 배넌과의 대화가 가장 많았고, 그의 백악관 집무실을 자주 사용했던 모양이다. 배넌의 핵 폭탄급 발언들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2016년 6월에 트럼프 2세, 사위 제리 쿠슈너 그리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나포트가 힐러리 클린턴의 흠결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러시아의 여변호사와 트럼프 타워에서 회동한 것은 “(미국에 대한) 반역적”이며 “비애국적”이다.
△상기한 트럼프의 측근들이 트럼프 타워의 26층에 있는 트럼프 자신의 집무실로 그 러시아 변호사를 안내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제로다. △상기한 트럼프 측근들은 그와 같은 러시아인과의 회동을 어느 작은 모텔 사무실에서 했어야 하며 회동이 끝나자마자 FBI에게 보고했어야 마땅하다. △이방카는 벽돌과 같은 돌대가리이다. △쿠슈너는 쥐뿔도 모르면서 모든 것의 전문가처럼 행세한다. △쿠슈너가 작년 5월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의 해임을 트럼프에게 건의 했을 때 그러면 더 후환이 있을 것이라고 (배넌은) 반대했다. △뮬러 특별검사는 돈세탁 범죄 전문 검사를 영입하는 등 쿠슈너 비즈니스의 융자관계 그리고 트럼프 조직의 도이치 뱅크 융자 역사와 러시아 은행들의 트럼프 조직의 채무 매입 등 돈흐름의 과정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 부족을 시사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으로 신문방송들이 전한다. △그의 보좌관들이나 각료들 중 트럼프를 “바보”, “천치”, “아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에게 미국헌법에 대해 설명해주던 전직 보좌관은 수정헌법 제 4조에 이르러 그의 관심이 사라져 중단할 수 밖에 없었음을 통탄했다. △트럼프는 긴 문서 읽기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 페이지로 요약된 것조차 반도 안 읽고 중단한다. △외국 지도자들과의 회동에 있어서도 15분만 지나면 지루해한다.
트럼프가 배넌의 배신(?)에 격노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가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배넌의 이전 발언이 못 마땅했었을 것인데 자기를 무자격자로 묘사하여 2020년 대선 예선에서 경쟁자로 등장할 지도 모르는 배넌을 묵과할 리가 없다.
“배논이 해고 되었을 때 그는 직책만 잃어버린 게 아니고, 정신마저 잃어버렸다”고 트럼프는 공격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변호사 중 하나는 문제의 책 저자와 출판사에게 당장 그 책의 출판을 중단시키고 명예훼손적인 내용의 유포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그런 위협은 말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들에 대한 보도나 (심지어 광고까지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거짓을 유포했거나 거짓인지 아닌지를 무모하게 무시한채 했기 전에는 명예훼손이 안된다는 1964년의 연방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워낙 저돌적인 트럼프가 출판사와 저자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고집한다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수많은 증인들의 재판 이전의 증언 청취 과정에서 트럼프의 치부가 더욱 드러나게 될 것임으로 극구 말리는 측근의 말을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문제의 책 내용 가운데는 트럼프가 남편이 있는 여자들을 꼬여 불륜행각을 하는 것을 재미로 여기고 자랑한다는 구절도 있다니까 그 책은 불티나게 팔릴 것으로 보인다.
정말 전대미문의 대통령이 제대로 임기를 마칠 것인가?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계속하는 동안 북핵 등의 국제위기들은 얼마나 더 아슬아슬하게 전개될까?
<변호사 MD, VA 301-622-6600>
<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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