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이다. 새해를 맞아 연초부터 미국인들이 바빠지고 있다.
바로 이달 말부터 ’세금보고’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올해 세금보고를 자신이 직접 처리할지, CPA에게 맡길지 생각도 해야 하고, 고용주가 발행하는 W-2, 재산세 고지서, 증권투자 서류 등 모든 세금관련 문서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지난 12월 한달동안 공화당 세제개편안의 연방 상·하원 통과여부에 대다수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여곡절 끝에 세제개편안은 의회를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새 세법은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화당은 미국 내 중간 소득수준인 연 7만3,000달러 정도를 버는 4인 가족의 경우 이번 세제개편으로 연간 2,059달러의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번 세금보고 때 새로운 규정들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제개편안 시행으로 오는 2월부터 근로자들의 테이크홈 페이가 조금이나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세법으로 세금 원천징수 금액이 재조정되는 등 고용주가 발급하는 W-4 양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편안이 “트럼프 자신과 부자 및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지만 일단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늘어나면 근로자 입장에선 ‘땡큐’다.
법인세 인하가 확정되자 미국의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발표했다. 최대 케이블 TV 업체인 컴캐스트와 통신업계 2위 기업인 AT&T는 모든 직원에게 일인당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다. 금융기관 피프스 써드 뱅코프는 직원 1만3,500명에게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에 불과하다.
웰스파고 은행도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고 4억달러를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많은 미국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여기까지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집을 사면 모기지 이자 공제액이 축소되고, 지금 집을 가지고 있어도 재산세를 비롯한 로컬 세금공제 상한선이 1만달러로 정해졌다. 주택 구입계획이 있거나 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세제개편안이 곱게 비쳐지지 않는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말이 있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먹고 살기가 갈수록 더 힘들다. 이곳 LA만 보더라도 살인적인 아파트 렌트비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서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을 졸업한 2030 세대 중 상당수가 ‘홀로서기’를 하지 못해 부모에게 얹혀산다.
고액 봉급자가 아닌 이상 살인적인 렌트비와 학자금 융자빚, 자동차 할부금, 크레딧카드 부채, 식료품비, 외식비 등 각종 페이먼트를 내면서 독립적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7년은 비즈니스들도 힘든 한해였다. 계속된 불경기로 LA 다운타운 의류업체들과 한인타운 소매업소들이 크게 고전했고, 주류 대형 소매업체 중 상당수가 아마존 등 온라인 샤핑몰들의 공세로 문을 닫거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018년에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다. 정부 당국과 커뮤니티 단체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지만 가진자와 못가진자 간의 차이는 좁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뿐이다.
‘감세’가 핵심인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절박할 정도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은 많은 미국인들로부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기에 새 세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제개편안 내용을 제대로 알고 1월 말부터 시작되는 2017년도 소득에 대한 세금보고와 새 세법 규정들이 본격 적용되는 내년 세금보고 시즌에 대비해야 하겠다.
봉급쟁이도, 자영업자도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하나라도 더 알아야 금전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세금 공제혜택 중 어떤 게 살아남았고, 어떤 게 종료됐는지, 새로 생겨난 공제 혜택은 무엇인지 등 세제개편안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치밀한 절세전략을 짜야 한다. 아는 게 곧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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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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