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서로 다른 두가지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건강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위해서는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몸과 마음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결코 ‘질병’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확한 지식을 가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생긴 질병이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되고, 우리 마음에 생긴 질병이 마음이 아닌 몸에서 비롯된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겪는 질병들을 분류하기 위해 본인이 가장 먼저 사용하는 질문이 바로 대체 ‘이 병은 몸과 마음 중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이다.

현대의학식의 접근법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많은 사람들이 허리 통증이나 소화불량처럼 몸에 어떤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너무도 당연히 그 원인을 몸에서 찾으려 하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처럼 마음에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의 원인을 마음에 가해진 충격에서 찾으려 한다. 문제는, 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 하기 위한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이 깔끔하게 나누어진 두개의 별개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에 가해진 충격이 몸에 이상을 일으키고, 몸에 가해진 충격은 마음에 이상을 일으킨다

실제로 임상 속에서 마음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몸에 병이 나거나, 몸에 가해진 충격이 정신적인 혹은 정서적인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를 왕왕 보게된다. 분노와 억울함을 일으키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식욕부진,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같은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많은 여성들이 생리 중에 겪는 생리통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정서적인 불안감이 동반된 우울증, 불안증, 분노조절 장애를 겪게 되는데, 생리가 끝나면서 체력이 돌아오고 생리통이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부분의 정신적인 이상상태도 함께 사라진다.

아무리 살펴봐도 아픈 이유를 모르겠는 것은 엉뚱한 곳을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원하시는 분들 중 많은 이들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도대체 왜 아픈지를 모르겠어요’ 이다. 많이 먹거나 급하게 먹지도 않았는데 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걸려버리고, 심지어는 허리를 쓰는 노동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원인도 모르고 시작되는 병증으로 인해 환자들은, 혹시 내가 지금 희귀한 나쁜 병에 걸려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증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원인을 연구할 때 처음부터 몸과 마음을 합쳐서 생각한다. 이러한 한의학만의 독특한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이들은 ‘한의학은 심신의학이다’라는 표현도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꽤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이다. 한의학적 세계관에서는 내 마음에 생긴 대부분의 이상은 몸에 생긴 이상에서 시작되었으며, 내 몸에 생긴 대부분의 질병은 마음의 이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니, 한의학에는 심리학이나 인체학이 따로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앓고 있는 마음의 이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면, 아마도 그 병은 정신적인 자극이 원인이 아니고 몸에 생긴 이상상태로 인해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내 몸에 생긴 질병으로 인해 내 마음이 병들고 있는데, 병의 뿌리가 되는 몸은 돌보지 않고 무성한 가지(마음)만 관리하니 마음이 나아질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산모가 겪는 산후 우울증은 아이로 인해 급격하게 바뀌어진 생활 환경을 비관함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대량의 출혈, 피로, 통증, 호르몬 변화와 같은 신체에 가해진 충격과 변화에 기인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산모의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카운셀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피를 보충하고 어혈을 풀어 통증을 완화해주는 보약을 처방한다. 중요한 것은 임상적으로 남편의 정서적인 교감을 통한 이해나 상담사의 친절한 상담보다, 오히려 체력을 보강해주는 한약과 남편이나 친정엄마의 가사, 육아분담을 통한 체력의 보존이 훨씬 더 산후 우울증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한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한다. 몸에 생긴 질병은 내 마음을 병들게 하고, 건강하게 관리된 신체가 내 마음을 밝아지게 한다. 춥고 우울한 겨울, 자꾸만 마음이 우울해지고 불안해 진다면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병들어서가 아니라 추위에 움추려 들어버린 몸이 원인이니, 나가서 뛰고 걷고 땀을 흘려보자. 훨씬 더 쉽게 우울함이나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해 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