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BWC)’에서 44개국이 참여하여 전후 세계경제를 위한 안정적인 틀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출발했다. IMF는 원래 경제위기에 조건 없는 대출을 제공하고 환율안정과 부실한 회원국의 재정보충을 통해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국가의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그 비전의 대부분은 결코 태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재정긴축, 시장개방을 처방한다. 또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영화를 촉진하고, 국내 산업의 보호를 금지한다. 그리고 통화가치 절하, 이자율 인상,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조금 삭감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제한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값비싼 수입품목을 허용하고 더 많은 값싼 상품을 수출하도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국은 빌린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외환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저렴한 노동력이 투입된 제조 상품과 천연자원을 헐값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수출되는 제품을 적은 돈을 지불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 국내산업이 안정되고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세계 시장에 노출되어 먹이 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부 기구들과 비평가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채무국가들의 사회 안전망과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악화시켰으며, 독재정권과 결탁하여 부패를 묵인하고 그 대가로 규제를 완화시켜 이익을 챙겨 개발도상국들을 부채위기로 내 몰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은 불균형이 본질이다. 세계화는 약한 나라의 자주성을 줄이면서 강한 나라의 이익을 강화하는 국가 간의 새로운 권력 의존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빈곤과 불평등은 전적으로 선진국들의 탐욕의 결과이며 그들의 이익과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는 통화정책에 서 불평등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IMF, World Bank, WTO(세계무역기구)는 G8, G20선진국가 클럽의 선봉 역할을 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저렴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그리고 정부의 취약한 규제에 침투하여 이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지대추구 행위자들의 본거지가 된지 이미 오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순간에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회사 가치의 33%, 14.5조 달러가 사라졌다. 규제 없는 자본 이동은 경제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뿐만 아니라 선진국일지라도 저축만으로 국내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 국가들은 IMF와 World Bank로 부터 돈을 빌려 쓰다 무역을 개방했다. 그 결과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유럽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이런 일들이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일어났다. 이것은 잔혹한 사냥터이다. 이것이 오늘날 자유 무역의 현실이다.
현대의 자유무역 이론은 HOS(헥셔-올린-새뮤엘슨)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이론은 데이비드 리카도의 이론에서 유래했다. 자유무역은 모든 국가가 번영과 발전을 이루는 수단으로써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촉진되었다. 그러한 거대한 부의 축적은 자유무역에서가 아니라 군사력과 중상주의 또는 독점자본주의로부터 축적된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다시 실천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빈곤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 이상이다. 그것은 또한 이념적 구조에 기인한다.
상품 무역의 장벽을 허무는 규칙,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규칙이 자유무역 세계화의 모습이다. 강대국들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으면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돈을 잃을 것 같으면 보호무역으로 선회한다. 선진국은 자국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었을 때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다. 지난 수년간 거의 모든 산업이 보호주의로 변해가고 있지만 유독, 자본과 서비스 산업만 세계화의 파도를 이끌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미국은 세계은행 투표수의 16.45%, 국제통화기금 투표수의 17%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세계은행은 미국 재무부가 51%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서비스 산업이 GDP의 7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틀어 많은 전쟁은 무역과 자원 확장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국제경제협약’들은 부유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해 낸 것들이다. 형평성과 협력을 다루는 ‘진정한 상호의존성’은 모든 국가들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유한 국가와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과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세계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세계화를 위해 제기된 논거 중 하나는 세계가 서로 ‘진정한 상호의존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 두 번의 세계대전과 같은 미래의 공포를 막기 위한 멋진 해결책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재의 글로벌 시스템은 보다 중상주의적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무역과 금융 관련 국제기구들인 WTO, IMF와 세계은행은 현 세계화 형태의 틀 안에서 ‘특정유형의 상호의존성’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강대국과 거대한 다국적 기업을 대변하는 주연들이다. 이들은 본래의 설립 목적을 저버리고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불공정 거래로 부패시켰다. IMF와 세계은행이 전 세계를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시장의 힘과 지배적인 정책 패러다임 때문에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류가 빈곤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세계화가 트러스트의 경제공동체가 아닌 카르텔의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이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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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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