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6만명 수술 5년연속 최다, 노안인데 갑자기 글씨 보이면 의심
▶ 혼탁 수정체 제거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중 망막박리·각막부종 등 위험
백내장 수술이 지난 5년간 국내 최다 수술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일반화됐지만 자칫 망막박리, 안구부종 등 부작용으로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 성급히 수술하면 안 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가장 국내에서 많이 시행된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33개 주요 수술을 분석한 ‘2016년 주요 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36만721명이 받았고, 치핵수술(18만8,862명), 제왕절개수술(16만8,893명), 일반척추수술(16만1,494명)이 뒤를 이었다.
백내장 수술이 5년 연속 최다 수술 환자수를 기록했다. 전문의들은 “백내장 수술을 함부로 했다간 망막박리, 안구부종 등의 부작용으로 시력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며 “백내장 수술은 삼고초려(三顧草廬)해도 늦지 않은 수술”이라고 했다.
노화, 백내장 원인의 80%나 돼
백내장은 눈 속에 있는 수정체(렌즈)가 혼탁해진 것이다. 백내장이 생기면 사물에 안개가 낀 듯 흐릿하게 보인다. ‘하얀 눈’ 현상이다. 혼탁이 수정체 중심에 있을 때보다 가장자리에 있을 때 시력장애가 더 심하고 혼탁 범위가 넓을수록 흐릿한 정도도 더 커진다.
백내장 초기에는 수정체의 중심부가 딱딱해지면서 굴절률이 증가해 근거리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 진행되면 흐릿한 증상이 심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노안으로 잘 보이지 않던 글씨가 갑자기 잘 보이기 시작하면 백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은 주맹증(晝盲症)이다.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사물이 더 잘 보이지 않는다. 말기엔 동공이 흰색으로 변하고, 계속 방치하면 녹내장까지 생길 수 있다. 이후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되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는 점점 커지고 밀도가 높아져 백내장 증상이 생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2011년)에 따르면, 전체 백내장 수술 환자 가운데 노인성 백내장 수술 환자가 79%를 차지했다.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풍진에 감염됐거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선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다.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스테로이드 오ㆍ남용, 자외선 과다 노출, 외상 및 눈 속 염증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수술 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
백내장으로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를 원래의 투명한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약물로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수술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수정체를 삽입할 수 있다.
보통 백내장 초기에는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약물로 진행을 늦춘다. 하지만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더 좋은 백내장의 경우, 약물로 동공을 확대하면 시력이 증진되는 경우가 많지만 안압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 혼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시력이 나빠졌을 때 시행한다. 현재 주로 시행되는 백내장 수술은 딱딱하고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렌즈(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주로 절개창을 넓게 내 수정체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백내장 낭외적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시간이 오래 걸리고 회복도 느려 백내장 초기에는 약물로 진행을 늦추고 불편이 심해질 때까지 참았다 하는 것이 관례였다.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은 “최근 수술기술 발달로 첨단 초음파 장비로 2.2㎜ 작은 절개창을 통해 수정체를 잘게 부수고, 이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제거한다”며 “수술이 간편하고, 출혈이나 통증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차흥원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을 교정하려면 백내장 성숙도, 난시 정도, 눈 사용 정도 등 고려사항이 많은데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공장에서 물건 만들 듯 수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차 교수는 “여러 백내장 수술하려다 사소한 실수나 오차로 인해 안내(眼內)출혈이나 망막박리, 각막부종 등 부작용으로 심하면 시력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시력이 떨어지면 백내장으로 알고 덜컥 수술 받았다가 시력이 호전되지 않아 큰 병원에 오는 환자가 있다”며 “다른 눈질환이 있다면 백내장 수술만으론 시력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기에 수술 전에 망막ㆍ시신경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내장ㆍ황반변성, 시력 감퇴 피할 수 없어
반면 백내장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히는 녹내장과 황반변성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해도 시력 감퇴를 피할 수 없어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으로 안압이 높거나 정상적이어도 생길 수 있다.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40대 이상에서 4.5% 정도가 녹내장을 앓고 있으면 40대에서는 1년마다 0.1%씩 환자가 증가하고, 80대엔 거의 100% 발생이 늘어난다”고 했다. 녹내장이 일단 생기면 완치할 수 없고 다만 증상을 조절하고 시신경의 남은 기능을 유지할 뿐이다. 안압 조절을 위해 안약과 먹는 약 및 레이저 광선치료, 미세 현미경수술 등이 쓰인다.
황반변성은 눈에서 카메라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변성된 것이다.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고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인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황반변성이 가장 흔하다.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 2가지 형태가 있다. 망막 조직에 노폐물이 축적돼 생기는 드루젠이나 망막 위축을 보이는 건성이 90%를 차지한다. 습성은 망막 밑 맥락막에 신생혈관이 생겨 망막 출혈과 부종을 생기게 한다. 건성은 서서히 진행해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반면 습성은 시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기에 항체주사,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박상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노인성 황반변성 유병률은 40세 이상에서 6.6%, 70세 이상에서는 18%나 된다”며 “40세가 넘으면 1년에 1회 이상, 고령인은 더 자주 망막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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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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