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만의 가표로 상원과 하원에서 이번 20일에 세금감소법이 통과되었다. 여러 대 버스에 분승하여 백악관에 도착한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희희낙락하는 축하식을 벌였다. 공화당이 가장 중요한 정강정책으로 몇 십년 추진해오던 법인세의 대폭 인하를 포함한 세금개혁이 트럼프의 도움으로 결실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선 후보시절 그의 자격미달에 대해 회의를 품어왔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총무 등 공화당의 중진의원들이 트럼프의 당선 후 협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현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트럼프의 당선 후 2차대전 이래의 동맹국들인 유럽 자유진영 지도자들보다도 푸틴, 시진핑, 그리고 두테르테 같은 독재자들을 더 좋아하며 반 소수민족, 반 환경보호 등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동을 일삼아 정말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진단에 동의해오던 몇몇 상원의원들마저 세금법안에 가표를 던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세금개혁이 공화당 최상위 목표였던가?
특히 불과 두달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의 위험스러운 대외정책 때문에 그를 둘러쌓고 있는 일부 장관들이 백악관을 “어른들의 보호시설”(Adult care center)로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고 트럼프를 맹비난했던 봅 코커 상원외교위원장의 표변이 놀랍다. 왜냐하면 세금개혁이 연방예산에 1달러만 더 적자를 증가시켜도 자기는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었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분석가들에 의하면 연방예산의 적자가 1조달러로 올라갈 것이란다. 코커에 대한 사례비(Cockerkickback)란 해시태그가 CNN과 MSNBC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파트 등 부동산에 많이 투자를 한 백만장자인 그가 세금개혁으로 많은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관계가 있다.
백악관에서의 중진 의원들 발언은 트럼프의 지도력 때문에 그 법이 통과되어서 “감사합니다”라는 축하와 예의 표시가 아니라 독재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우상숭배에 가깝다. 몇 예를 들어보자. 라이언 하원의장: “절묘한 대통령의 영도력.” 맥코넬 상원원내총무: “금년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을 초월하는 업적들의 한 해였습니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유타): “당신은 우리 세대에, 아니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십니다.” 펜스 부통령: “위대하신 대통령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특권.” 그렇지 않아도 거의 소아병적으로 분석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교만감에 충만되어 있는 트럼프가 더욱 기고만장하여 앞으로 어떤 돌출언행을 할지 조마조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별검사 로버트 뮬러를 해고시킬 것인가? 이미 뮬러 수사팀이 친 힐러리 클린턴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공정한 수사가 못 되니까 중단시켜야 된다는 발언을 하는 하원의원들마저 있다. 우익의 폭스뉴스 같은 매체에서는 뮬러의 수사가 트럼프에 대한 쿠데타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뮬러가 러시아와 트럼프 진영의 공조를 발견하여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남아있는 한 대통령 탄핵이 불발탄에 불과할 가능성마저 있다.
다시 세금법으로 돌아와서 승자들과 패자들을 언급해보자.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원들의 치욕스러운 승리”라는 제목의 사설 가운데서 승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부유층의 후손들의 승리(2,200만달러까지는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
-세금기피자들과 그들의 변호사들(그 법이 너무나도 조급하고 허술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입안자들마저 그 법에 들어있는 빠져나갈 구멍(허점)들을 모르는 상황에서 로비스트들만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
-트럼프 조직처럼 외부주주가 없는 사적 회사들(트럼프가 전임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세금보고서를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민들은 그가 곧 서명할 세금법에 의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혜택을 입을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 따름)
-부자들을 위한 감세는 밑으로 내려와 경제 중산층과 하층 시민들에게도 혜택을 주게 된다는 경제이론(이미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폐기 되다시피된 이론)
그리고 법인세가 35퍼센트에서 21퍼센트로 하락되었기 때문에 주주들과 회사들은 분명 승자들이다. 미국 회사들이 미국내에 더 많이 투자하여 직장 창출과 고용증대가 기대되어 서민층도 혜택을 입게 된다는 게 장밋빛 전망이다. 그러나 법인세 하락은 영구적이지만 개인세율 하락은 8년동안 만이니까 그 이후에는 다시 올라가 경제중산층이나 하층에 속한 납세자들의 감세혜택은 그야말로 한시적이다. 따라서 35~36퍼센트로 추산되는 부동의 트럼프 지지층을 제외한 시민들이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트럼프를 배척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논객들이 많다.
세금법 개정은 또 오바마케어의 효능도 많이 줄여서 보험 미가입자들의 수를 대폭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중하층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연방예산 적자가 1조 달러가 되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산편성에 있어서 극빈자들의 사회보장 지출비들이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도 경제적 패자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든다. 정말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계제로 현상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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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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