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김현수가 한국프로야구(KBO)로 유턴했다. 올해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벤치멤버로 한 해를 보낸 김현수는 이번 주 LG와 4년간 총액 115억원에 계약하고 2년간 몸담았던 메이저리그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김현수는 올해 미국 무대에서 뛰었던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 황재균과 박병호에 이어 3번째로 KBO에 복귀한 선수가 됐다. 이대호가 옛 친정 롯데와 계약해 돌아간 것을 합치면 지난 2년간 4명이 한국 복귀를 선택한 셈이다. 여기에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사실상 선수 커리어 중단 위기에 놓여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엔 메이저리그에서 KBO 출신 빅리그 타자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는 상황이다.
추신수(텍사스)와 류현진(LA 다저스)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 됐는데 이는 지난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김현수, 박병호(미네소타), 이대호(시애틀) 등과 올해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등 KBO 출신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뜨겁게 부풀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겨우 1~2년 만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이다.
사실 박찬호와 김병현으로 대표되는 한국선수들의 초창기 메이저리그 도전사는 고교를 갓 졸업했거나 대학에 재학 중이던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도했으나 약 5년 전 류현진을 시작으로 그 무게중심이 KBO 출신 프로선수들로 이동했다. 아마추어 유망주로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해 그 시스템 하에서 성장하는 것은 미국 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운다는 이점이 있지만 상당한 시간과 엄청난 노력과 고생이 뒤따르는 것이라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차라리 한국에서 프로무대를 거치며 기량을 쌓고 인정받은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쪽이 여러 면에서 낫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린 탓이다.
하지만 소위 ‘완성품’으로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추세는 최근 2년 사이에 도전한 선수들의 잇단 실패로 기세가 완전히 꺾인 분위기다. 강정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성공적 데뷔 이후 KBO에서 내로라하는 간판선수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냈으나 대부분은 초반 잠깐 반짝하긴 했어도 장기전에서 역부족을 드러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활약했던 박병호는 빅리그 첫 해 초반 엄청난 대형 홈런들을 때려내 ‘빅리그 파워’를 입증했으나 ‘빅리그 정교함’은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시즌 중반에 마이너로 내려간 뒤 2년차엔 단 한 번도 빅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결국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현수도 첫 해에 스프링캠프의 악몽 최악의 출발을 딛고 초반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끝에 타율 0.302으로 ML무대에 연착륙한 듯 했으나 올해는 초반 충분한 기회를 얻었음에도 부진을 거듭하다 벤치멤버로 밀려난 끝에 결국은 ML무대를 떠나야 했다. 심지어는 올해 초반 MLB를 강타한 허리케인급 돌풍을 일으켰던 에릭 테임즈(밀워키)조차 시즌 중반부턴 고전을 면치 못했고 첫 해에 놀라운 활약으로 카디널스의 클로저 자리를 꿰찼던 오승환도 올해 2년차 시즌엔 고전을 이어간 끝에 카디널스와 재계약이 불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때 MLB 진출이 거론됐던 KBO 스타급 선수들도 ML 도전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한국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휩쓸며 최고 스타로 부상한 양현종(KIA)은 과거 MLB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었던 선수지만 이번엔 ML 구단이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조짐을 보였음에도 일찌감치 KIA와 재계약 쪽으로 결심을 굳혔고 손아섭(롯데)도 메이저리그 구단의 신분조회와 관심에도 불구,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황재균 등의 경험으로 ML구단과의 계약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한국야구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 규모도 과거보다 훨씬 커져 굳이 실패위험이 큰 ML도전을 꺼릴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내년 메이저리그에는 류현진과 추신수, 오승환 정도만이 코리안 빅리거의 명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강정호의 ML복귀는 현 시점에서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선수들의 계속된 ML 도전 러시로 느꼈던 흥분을 앞으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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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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