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21세기의 미국정치에서 확실한 것이라곤 세금에 관한 공화당의 거짓말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그랬고, 오바마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밑에서도 공화당은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의 거짓말은 과거의 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전에 비해 거짓말이 더욱 뻔뻔스러워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관련 거짓말에는 우리들 모두가, 혹은 최소한 내가 예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무일관성과 분노의 조합이 담겨 있다. 오늘날 공화당은 꾸며낸 이야기조차 제대로 꿰어 맞추지 못할 뿐 아니라 누군가 사실을 지적하면 문자 그대로 직설적인 욕설을 쏟아낸다.
공화당은 주로 세금과 관련한 두 가지 이슈, 즉 세제개편으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도움을 받는지, 그리고 이 같은 변화가 예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두고 거짓말을 한다.
2001년과 2003년 조지 W. 부시가 세금을 인하했을 당시에도, 대통령과 그가 속한 공화당은 중산층이 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실제로 부시가 제시한 감세 패키지에 부양자녀 세금 크레딧처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세제혜택이 포함되긴 했으나 규모 면에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율 인하, 배당세액 축소와 상속세 폐지 등에 비할 바 못됐다.
전반적으로 소득 최상위 1%가 중산층 가정에 비해 훨씬 큰 세후소득 증가를 맛보았다.
이와 동시에 부시 행정부는 일부 감세조항의 시행을 연기하는 한편 영구적 인하를 염두에 둔 다른 세금의 유효기간이 만료될 것처럼 꾸미는 등 감세안의 실제 재정비용을 감추기 위한 일련의 술수를 썼다.
오바마가 취임하자 이런 눈속임은 물구나무를 섰다.
그러자 공화당은 오바마가 중산층에 ‘대규모 세금인상’을 단행했다는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 사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오바마는 중산층 세금을 실질적으로 인하했다.
한편 공화당은 2008년의 금융위기가 초래한 예산적자 급증이 영구하게 이어질 것이라며, 비상 지출이 끝나고 세수가 회복되면 예산적자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을 조롱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은 그대로 실현됐다.
자, 그렇다면 이번엔 과거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부시 시절에 그랬듯, 공화당은 중산층 감세안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비록 부유층에 비해 인하폭이 훨씬 적기는 했어도 부시가 실제로 중산층의 세금을 일부 덜어준 것과 달리 지금의 공화당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의 세금을 인상하는 한편 고소득층의 세금을 인하 하려든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감세안 아래서 100만 달러이상을 벌어들이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세만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말짱 거짓말이다.)
아, 언론인들에게도 해줄 말이 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기 위해 ‘민주당이 말하는’ 중산층 세금인상이라며 슬며시 한 발을 빼는 것은 독자들을 오도하는 행위다. 이 같은 추산은 의회 자체의 비당파기구인 공동과세위원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 어떻게 감세안을 중산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 양 꾸밀 수 있을까?
대단히 중요한 술수에 의존한 덕분이다. 하원과 상원의 감세안은 모두 중산층 세금감면조항을 담고 있지만 유효기간은 불과 몇 년 안 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해당 조항은 법적효력이 종료된다.
라이언 의장이 자주 거론하는 두 명의 부양자녀를 거느린 연소득 5만 9,000달러의 가정을 예를 들어보자. 공화당 세제개편안이 통과되면 이 가정은 그 이듬해 세금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 감세폭이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해 2024년에 이르면 세금인상으로 반전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세금혜택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며, 결국 의회가 이 조항의 시효를 연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진짜 그런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설사 사실이라 해도 공화당 세제안은 그들이 시인하는 것보다 훨씬 큰 폭으로 재정적자를 늘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예산적자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 전 공화당 중견 인사들은 예산적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오직 바보와 중도주의자들만이 이들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공화당이 기업세 인하와 부유층 감세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수조달러의 국가 빚을 추가하는 쪽으로 갑작스레 입장을 바꾸는데 대해 냉소가들 사이에서조차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같은 태도변화를 어떻게 정당화할까?
공화당은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듯하다. 므누신은 감세가 세금인하에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마련할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재무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는 거짓 주장까지 늘어놓았다.
멀 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기업세 영구 인하안을 통과시킬 방책을 구사중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화끈하게 시인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우리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부정직(dishonesty)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려 시도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화당 세제개편안이 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졌다고 올바로 지적하자 오린 해치 공화당 상원의원은 ‘허튼 소리’라면서 그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그게 정확히 무슨 상관인가?)
미안하지만 이건 무고한 사람의 정당한 분노가 아니다. 사기를 치다 붙잡힌 사기꾼들이 늘 보이는 상투적 분노일 뿐이다.
그러나 사기의 내용이 무언가? 공화당이 늘어놓은 일관성 없는 주장은 세제개편안이 일반 가정은 물론 경제를 돕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화당 세제개편안은 다른 모든 납세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자들만 더욱 부유하게 만들려는 방책일 뿐이다. 만약 이것이 허튼소리라면, 허튼 소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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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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