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국의 종이신문을, 그 중에서도 40여 개 주요 일간지들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지난 일요일에 실린 한 전면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거나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한 연방법원이 흡연의 건강관계 영향에 관한 다음과 같은 광고를 하도록 RJ 레이놀즈 담배회사와 기타 3대 담배회사에 명령했다.
·담배흡연은 평균 1,200명의 미국인들을 죽인다. 매일.
·살인, AIDS, 자살, 마약, 자동차 충돌, 그리고 음주 때문에 죽는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담배흡연으로 매년 죽는다.
·담배흡연은 심장병, 폐기종, 급성 골수 백혈병, 그리고 입, 식도, 후두, 폐, 위, 신장, 방광과 췌장의 암을 초래한다.
·담배흡연은 또한 수정률의 감소, 신생아의 수준미달 체중과 자궁 경부암을 초래한다.
위에 인용된 내용은 광고의 전형적인 의미와 정반대된다. 담배회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중병에 걸리는 첩경이고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비용을 들여 만천하에 공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는 기업이나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유익한 것임을 설득시켜 소비를 권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인 의미를 생각해볼 때 미국 4대 담배회사들의 이색 광고의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 단초는 한 연방법원의 명령에서 발견된다. 워싱턴 DC 소재 연방 지방법원에서 무려 18년 전에 시작된 사건의 종결이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에 담배회사들이 신문, 잡지, 라디오와 TV 등의 광고로 많은 소비자들을 담배에 중독되게 했었다.
남자들의 60% 이상이 흡연자가 된 배후에는 유명 배우들이나 저명인사들도 담배광고에 등장하는데 더해 의사들마저 흡연을 권장하는 광고들 때문이었다.
여자들도 버지니아 슬림 등 담배를 피워야 섹시하다는 광고들 때문에 상당수 담배에 인이 박히게 된다. 그러나 미국 의무감이 1964년에 많은 연구조사를 인용, 담배와 암이나 심장병과의 관계를 경고하고 나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금연을 하게 되었지만 TV의 담배광고들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흡연자들의 수는 별로 줄지 않았었다.
그런데 TV 담배광고들이 흡연을 권장하는 일방적인 선전을 하니까 당시의 방송매체들이 준수했던 “동등한 시간” 배정원칙으로 흡연 반대 입장에도 비슷한 시간을 할애해야 된다는 어느 법대교수의 기발한 발상이 법원에서 추인됐었다. 따라서 담배광고가 많이 나갈수록 담배를 피우다가 심한 기침을 하던 사람의 머리통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대굴대굴 굴러가는, 만화 같은 반흡연 광고들이 담배회사의 비용으로 방송되곤 했다. 그 결과 1971년부터는 담배광고가 방송매체에서 완전히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담배회사들이 담배가 중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임을 자체의 연구로 확인하고도 담배가 해롭지 않다고 몇 십년동안 사회와 소비자들을 속여왔기 때문에 담배회사들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정정광고”들을 게재하거나 방송해야 될 것이라는 요지의 민사소송이 미법무성에 의해 제기된 게 1999년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2006년에는 연방 지방법원의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가 무려 1,600페이지나 되는 명령서를 발부했다. 담배업계가 돈을 벌기 위해 개인들의 질병이나 고통과 아울러 사회의 급증하는 보건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맹비난이 그 명령서에 들어있다는 것이 신문보도이다. 그러나 담배업계의 변호사들이 계속 상고하고 협상하느라고 그때부터 1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담배의 심각한 해악성에 관한 신문광고와 TV 광고도 1년동안 보게 된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3,100만 달러를 그렇게 하는데 쓴다지만 사람들을 담배로 유인하기 위해 스포츠경기 후원, 기타 광고 및 공짜 샘플 나누어주기 등에 사용한다는 80억달러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될 내용 중에는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을 최대한 인체로 보내기 위해 담배의 디자인과 내용물을 조작했다는 고백도 있다.
또 본인은 담배를 안 피워도 주변사람들의 흡연으로 간접적이나마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사람도 폐암이나 관상동맥 심장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실력이 없었던지 또 직장 복이 없었던지 종신직을 못 받아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바람에 아내와 네 자녀를 고생고생 시킨 나지만 적어도 담배는 피우지 않아 식구들을 세컨드 핸드 스모크에 노출시키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 담배와는 거리가 먼 게 감사할 일이다. 한국일보 독자들 중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담배를 끊는다면 얼마나 더 좋은 일이랴.
<변호사 MD, VA 301-622-6600>
<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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