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전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오래 전 그 학교를 다녔던 어느 일본인이 방문하면서 기념 식수 행사가 열리는데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 초청에 응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그 일본인은 1969년부터 2년간 그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아버지가 당시 신문사 특파원이었는데 워싱턴 지역으로 파견을 받아 같이 왔었다고 한다. 자신은 2년 동안 그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아버지의 파견 근무가 끝나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학교에서 공부했던 기억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하다고 했다.
그 일본인은 제법 큰 일본 기업의 미주지역 총책임자로서 뉴욕에 살고 있다고 한다. 모교를 방문하고 싶어 얼마전부터 연락을 했고 이번에 선물로 벚꽃나무 5그루를 가져와 학교 앞 뒤에 나누어 심었다. 돌아오는 봄에는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이란다.
그 일본인이 그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은 본인을 포함해 딱 2명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그 학교 학생들의 60% 가량이 그렇다. 그러니 그 일본인의 입장에선 큰 변화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눈에 쉽게 띄는 또 다른 큰 변화가 한가지 더 있었는데, 그 일본인은 굳이 아는 체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학교에서 교실로 사용되고 있는 수 많은 트레일러였다. 그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부끄러워졌다. 다른 페어팩스 공립학교에도 트레일러 교실이 있는 실정이지만, 그 학교의 상황은 특별히 열악해 학생들의 절반 가량이 트레일러에서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수업용 트레일러 숫자는 내가 교육위원 일을 처음 시작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한 두 해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늘어왔다. 트레일러는 공사를 할 때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다. 그러나 여러 학교에서 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해를 거듭해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페어팩스 카운티가 정말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수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숫자는 8백개가 넘고 만9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매일 그 트레일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이는 카운티 전체 학생들의 10퍼센트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달갑지 않은 트레일러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시설예산의 부족에 있다. 카운티에서 학교 건물의 신축, 증축과 개축을 위해 배정해 주는 예산은 1년에 약 1억5천5백만불이다. 이 액수를 처음 들으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하나 신, 개축에 2-3천만불, 중학교 개축에는 5천만불 가량, 그리고 고등학교 신축에 1억2천만불 가량이 드는 것을 고려한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카운티 전체에 약 200개의 학교가 있다. 낙후된 건물들은 원래 25년 주기로 개축 하는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그 주기가 이제 35년이 넘는다. 그리고 일부 학교는 그 보다도 훨씬 더 지나서야 개축을 하기도 했다. 결국 신축, 증축, 개축도 제 때 못하는 사정이라 많은 트레일러를 없애는데 소요되는 재정을 부담하지 못하고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나는 기회가 있는대로 교육위원회 뿐 아니라 카운티 전체가 시급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주 화요일에도 교육위원회와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연석회의를 가졌을 때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내년 봄에 이에 대해 정식으로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일찌감치 주의를 환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이 들어 보라고 카운티 정부는 과연 몇 개 정도의 트레일러를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도전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의 트레일러 과다 사용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에게 이메일로라도 꼭 의사 표시를 해주기 바란다. 시설예산 배정 액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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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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