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LA 다저스가 29년만에 찾아온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기회를 안방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5:1로 완패하면서 날려버렸다. 패인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커쇼와 다르빗슈 등 믿었던 투수진이 중요한 고비마다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점과 공격의 핵심인 상위 타선이 결정적인 때에 한 방을 터뜨려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야구는 타이밍의 경기다. 아무리 루상에 주자가 많아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면 득점을 할 수 없다. 플레이오프 내내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다저스의 막강 타선이 정작 애스트로스와의 최종전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한다. 초등학교때 한국일보가 주최했던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의 예선전 4경기를 아침부터 밤까지 관전하면서도 지겨운 줄을 몰랐으니 말이다. 7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에서 고등학교 야구의 인기는 정말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특히 방송기자로 일하던 시절 다저스에서 박찬호를 선발 투수로 1994년에 영입했을 때 경기를 취재하면서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박찬호 특집 다큐를 제작해서 방송하기도 했고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 경기를 취재해 KBS에 리포트하기도 했다.
2005년 6월12일 ‘빅 초이’ 최희섭이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이라는 대활약을 펼쳐 다저스 팬들을 놀라게 했으며 서재응도 2006년 뉴욕 메츠에서 트레이드 되어 투수로 활약하기도 하는 등 다저스는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지금은 은퇴한 한국야구의 전설 이승엽도 한때 다저스에서 뛸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불발했고 지난 2012년부터 류현진이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한인들의 다저스 사랑은 더 깊어져갔다.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를 지난 1996년에 인터뷰하면서 박찬호에 대한 애정과 한인사회에 대한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는 박찬호의 양 아버지를 자처할 정도였다. 오말리 전 구단주를 수 년전 LA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는 데 자신이 서명한 ‘100 things Dodgers fans should know&do before they die’ 다저스 책자를 나중에 우편으로 배송해 줄 정도로 인연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10월31일에 치러진 월드시리즈 6차전 경기를 LA 다저스 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제패를 현장에서 지켜보겠다는 염원으로 구장을 찾아 3:1로 승리한 그날 경기를 관람하면서 다저팬들과 함께 승리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지난 여름 허리케인 하비로 45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88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재산피해만도 1,0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실의에 빠진 휴스턴 시민들은 11월1일 다저스와의 7차전 경기에서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승리를 지켜보면서 시름을 달랬다. ‘Houston Strong’ 이라는 구호를 외친 휴스턴 시민들에게 이번 월드시리즈 제패는 값진 선물이었을 테고 지역 최대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 신문의 전면 광고를 통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해 준 다저스는 ‘아름다운 패자’로서 포용과 아량의 정신을 보여줬다.
올해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 패배의 책임을 물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나 주요 경영진을 해임하지 않고 그대로 연임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2015년 켄사스 시티 로얄스가 30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듯이 또한 2016년 시카고 컵스가 10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염소의 저주를 풀었듯이 이젠 2018년 시즌에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제패의 염원을 30년만에 달성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젤리노들이 얼마나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간절히 기원하는 지에 다저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는 LA 시민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팀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17년 아쉬운 시즌을 뒤로 하고 지난 1988년 골리앗으로 여겨졌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발을 절뚝거리는 커크 깁슨을 타자로 내세워 기적같은 역전 홈런으로 미 야구사뿐만 전 세계 스포츠사에 영원히 남을 극적인 대미를 장식하면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다저스가 오는 2018년, 30년만에 월드시리즈를 탈환하는 장면이 벌써부터 연상되는 것은 혼자만의 기분좋은 상상일까?
“Let’s go Dod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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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부국장·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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