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사 뱅가드, “내년 조정 가능성 70% 60년만에 최고 수준 5년간 수익률 4~6%대”
▶ 메릴린치 투자 전략가, “10% 조정 시점 곧 온다”
뉴욕 증시가 내년엔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AP]
“내년부터 미국 증시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라”
미국 증시가 올해 지속적으로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엔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가 지난 수년간 가파른 상승에 따른 거품 우려로 내년부터 조정기를 거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전망은 일부 개별 애널리스트들이 아닌 오랜 역사로 신뢰를 받는 초대형 투자사와 투자은행들이 제시하는 것이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우울한 전망은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전망은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주식시장들이 대부분 눈부신 랠리를 기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돼 더욱 충격이다. 실제로 전 세계 상위 증시 35곳 가운데 17곳이 올 들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나머지 증시 18곳도 최근 수년래 찾아보기 어려운 호황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올 들어 세계 주요 증시들이 대부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상승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글로벌 랠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 증시였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올 들어 60차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1995년 이후 최대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69차례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8%나 올랐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지난 24일 사상 처음으로 2,600을 돌파했다. <도표 참조>
■조정 가능성 60년래 최고 수준
28일 CNBC 방송에 따르면 세계적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은 최근 펴낸 내년 및 향후 5년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미 증시가 내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70%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뱅가드는 이같은 70% 조정 가능성은 1960년대 이후 6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내년에는 더욱 신중하고 장기적인 목표로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는 투자자들이 현저한 하락이 닥치는 데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대’를 가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에코노미스트는 구체적으로 “미 증시에서 1년에 걸쳐 수익률이 마이너스 10%로 내려갈 확률이 1960년 이후 40%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내년엔 이 확률이 70%로 올라간다고 내다봤다.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무려 30%포인트나 급등하는 것이다.
■향후 5년간 미 증시 수익률 4~6%로 낮아져
뱅가드는 5조 달러를 굴리는 대형 투자사이자 장기적 관점의 투자 결정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비스는 특히 “수익률이 2010년부터 기대를 넘어선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보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지적했다. 뱅가드는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주식 투자 수익률이 4∼6%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기 중 가장 약세장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뱅가드는 미국 경제나 증시에서 심각한 거품 현상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상승세에 대한 우려와 피로감이 누적돼 있어 ‘폭락’ 보다는 ‘조정기’를 거칠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기 침체 조짐 등
이런 불길한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고 뱅가드는 설명했다. 이달 들어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좁혀지면서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정크본드와 국채의 금리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좁혀진 것도 부정적 신호다.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비슷한 맥락의 진단을 내놨다. 모건스탠리 수석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증시 수익률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진단하고 내년 상반기 S&P 500 지수가 2,750을 찍고는 상승장 주기가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 증시를 ‘폭풍전야의 고요함’(the quiet before the storm)에 비유하면서 증시가 대폭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변동성이 지극히 낮은 데다 주가수익률(PER)은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시가총액이 증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는 경기조정주가수익률(CAPE)이 30을 뚫고 오른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CAPE는 실러 교수가 개발한 장기 경기지표로 최근 10년 간 S&P 500지수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한 것이다. 실러 교수는 CAPE가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마이클 하넷 수석 투자 전략가는 최근 미국의 주식 강세를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이카루스에 비유했다. 이카루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떨어져 바다로 추락했다. 하넷은 “이카루스가 태양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도 뉴욕 증시가 조만간 10% 조정을 받게 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상승세 낮아지지만 성장세 지속 전망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 증시 상승세로 내년에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는 뱅가드 등 투자은행의 비관적인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도 각국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과 이에 따른 세계 경기의 동반 회복세, 기업의 수익 개선 등으로 ‘글로벌 랠리’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를 지탱해온 아마존과 구글, 애플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위 ‘IT’ 주식이 내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경우 거품 우려가 수년전부터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 않느냐”며 “IT 주식과 함께 스타벅스와 넥플릭스 등 전문성을 갖고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해가고 있는 기업의 주식들은 올해만큼은 아니겠지만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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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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